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기본소득제도는 소수 진보 정당의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으나, 제1 야당 대표가 힘을 실으면서 여권 일각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스위스ㆍ핀란드 등 일부 선진국에 한해 논의됐던 주제가 우리나라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부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7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세계총회에 참석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심화됐다”며 “(기본소득제도에) 정치권이 관심을 갖고 잘 발전시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고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으로 나아가 불평등을 심화한 낡은 경제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며 기본소득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는 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연 총회에 김 대표에게 참석을 권유했고 이에 김 대표가 동의해 축사를 하게 됐다.
재산ㆍ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본소득제도는 김 대표가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 거론했다. 김 대표는 당시 연설에서 불평등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고선 유럽과 미국의 실리콘벨리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여야의 초당적 연구모임인 ‘어젠다 2050’ 창립총회에선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고 논의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냐”며 한발 더 나아갔다.
김 대표의 이같은 주장에 여당 핵심 인사들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다. ‘아젠다 2050’에는 유승민ㆍ김세연 등 일부 여권 핵심 의원이 소속돼 있다. 특히 연구모임을 김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현대 세계 경제가 겪는 여러 병폐와 불안정 요소들을 예방적으로 완화하려면 이제는 상당히 낯설게 생각됐던 조치들도 연구를 시작할 시점”이라며 기본소득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당은 아직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논고 난색을 표하고 있으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의 경우, 기존의 복잡한 복지 체계를 단순화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우파의 관점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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