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족쇄 벗다…트럼프 "수사 결과 조작"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족쇄 벗다…트럼프 "수사 결과 조작"

↑ 힐러리/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최대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의 수렁에서 벗어났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날 이메일 스캔들 사건 수사를 종료하면서 불기소 권고를 한 데 따른 것입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이메일 서버로 송수신한 이메일 가운데 총 110건이 당시에도 비밀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면서도 '고의적 법위반'의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법무부에 불기소 권고를 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부는 FBI 권고를 토대로 조만간 불기소 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계기로 이메일 스캔들 수사는 공식 종료됩니다.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이달 하순 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발목을 잡아 온 이메일 스캔들의 족쇄를 벗어버린 셈입니다. 만약 FBI가 법무부에 기소를 권고했더라면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후보 자격 유지 자체가 힘들 수도 있는 그런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2009년부터 4년간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국무부 관용 이메일 계정 대신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해 연방법 위반 논란이 인 사건으로, 지난해 3월2일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처음 알려진 뒤 지금껏 클린턴 전 장관을 괴롭혔습니다.

경선 내내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를 필두로 공화당 주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고, 이것이 클린턴 전 장관 '신뢰 하락'의 한 중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특히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휴마 애버딘 등 최측근들이 줄줄이 FBI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물론 클린턴 전 장관 자신도 최근 3시간30분 동안 직접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FBI 수사결과 발표 직후 클린턴 전 장관 캠프의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환영 성명을 통해 "클린턴 전 장관이 오랫동안 말해 왔듯이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은 실수였고 앞으로는 절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제 이 문제가 해결돼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비록 불기소 처분을 받게 됐지만, 논란 자체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결과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가운데 52다발 110건은 당시 기준으로도 비밀정보를 포함하고 있었고, 이 중 8개 다발은 1급 비밀정보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미 국장은 "1급 비밀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그녀와 측근들이 극히 부주의했다"고 공개로 지적했습니다.

이는 자신의 이메일에 당시에는 기밀로 분류된 정보가 없었다는 클린턴 전 장관의 그간 주장과도 배치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그동안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주장해 온 공화당과 트럼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본선 과정에서도 계속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의 반발과 더불어 코미 국장의 '힐러리 부주의' 발언을 부각하며 "이메일 두통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날 수사결과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사법)시스템이 조작됐다"면서 "퍼트레이어스는 그보다 훨씬 덜 한 일로 문제가 됐는데 아주 불공정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불륜 관계의 여성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해 중앙정보국(CIA) 국장에서 중도 하차한 인물입니다.

트럼프는 또 "FBI 국장이 '사기꾼 힐러리가 국가안보를 손상했다고 말하면서도 기소는 하지 않기로 했다. 와우!"라고 꼬집었습니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도 CNN 방송 인터뷰에서 코미 국장의 발표로만 보면 충분히 기소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공화당과 트럼프는 앞으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에 기밀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난 점, 그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의 최근 의심스러운 비밀회동 등을 고리로 이메일 스캔들을 계속 쟁점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이메일 스캔들의 수렁에서 벗어난 데 이어 최대 우군인 버락 오바마 대통

 령이 이날 첫 지원유세 출격에 나섬으로써 두 개의 호재를 한꺼번에 맞았습니다. 대선 국면에서 경선 승리에 이어 두 번째 최고의 날을 맞은 셈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 유세에서 약속이나 한 듯 FBI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