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부세력’ 타령이다. 언론이 성주 군민들에게 ‘폭력시위’낙인을 찍은 데 이어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부세력이 개입했다거나, 폭력을 유도했다는 증거는 없다. 근본적으로 사드문제에 “외부세력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프레임부터 잘못됐다.
지난 17일 연합뉴스는 “폭력사태에는 외부인이 개입한 것도 한 원인”이라며 “외부인은 오지 말라고 했지만 소위 시위꾼이 붙어 순수한 농민의 군중심리를 이용한 점이 있다”는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이재복 공동위원장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후 TV조선, MBC, YTN,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언론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특히 조선일보는 “좌파 진영 단체들은 이번에도 반정부 시위 등을 개최하며 개입하고 있다”면서 색깔론까지 제기했다.
이재복 위원장의 발언을 투쟁위원회가 부정했지만, 언론이 논란을 만들고 수사당국과 정치권이 확대재생산하는 모양새다. 경찰은 “관련 정황이 있어 수사 중”이라며 언론 보도에 힘을 실었다. 18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외부세력 개입으로 일부 폭력이 있었다고 한다. 직업적 전문 시위꾼들의 폭력행위는 엄단해야 한다”며 외부세력 개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정치공세에 활용하고 있다.
▲ MBC, TV조선, YTN 보도화면 갈무리. |
돌이켜보면 언론은 저항의 힘이 커질 때마다 '외부세력 개입'을 주장해왔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 세월호 참사 유가족 농성, 심지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집회에도 어김없이 ‘외부세력 개입’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은 집회 참가자를 ‘순수한 당사자’와 ‘불순한 외부세력’으로 나눈다. 그러나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이상 외부세력은 없다. 지역문제와 전자파 피해 문제로 접근하면 지역사람들이 당사자이지만, 사드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기 때문에 국민 누구나 ‘외부세력’이 아닌 당사자다. 조선일보는 '좌파단체'의 개입을 비판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주장해온 단체가 사드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 같은 프레임은 사드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다. 사드가 논란인 이유는 전자파가 인근지역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관계설정, 안보 측면에서는 동북아 군비경쟁 촉진 등 다양한 문제가 중첩돼 있다. “성주사람만 집회해야 한다”는 논리는 복잡한 이슈를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만 몰고, 성주군민을 향한 시민사회의 연대를 끊고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 프레임은 철저히 ‘기획됐을’ 가능성이 크다. 황교안 총리가 성주를 방문하기 전인 지난 15일 중앙일보는 “성주 군수 ‘사드 반대하지만 외부 시위꾼 개입 용납 안 해’” 기사를 썼다. 내용을 살펴보면 “외부의 전문적인 시위꾼들이 접촉해 왔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군수의 답변을 제목으로 만든 것이다. ‘외부세력 개입’이라는 덫을 일찌감치 준비했음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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