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최근 의료계 쪽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일 <제이티비시>(jtbc)는 차병원의 계열사인 차움의원에 최씨 및 최씨 가족이 다녔고 최씨가 담당의사 김아무개씨로부터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처방해갔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또 차병원이 국고지원을 받는 등 특혜를 얻었다는 의혹도 보도했다.
이런 의혹들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해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겨레>는 10일 차움 의원에서 최씨를 담당했던 김아무개씨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7시간’과 관련해 근거가 확실치 않은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만큼, 그의 해명 내용 중 일부 대통령 건강 관련 부분도 싣는다.
차움의원에서 최순실씨를 담당했다가 박근혜 대통령 자문의가 됐고,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처방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아무개씨가 10일 <한겨레>와 단독으로 만나 ‘박 대통령이 약보다 주사를 선호했다’면서도 ‘각종 영양주사제를 청와대를 통해 구입해 놔줬다. 대리처방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마취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 당일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일각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대선 전 경선 때 차움에서 ‘만성피로가 있는 환자가 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박근혜 후보였다. 그 인연으로 당선 뒤 청와대 자문의로 들어갔다. 과마다 청와대 자문의가 있다. 나는 가정의학과 부분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을 위해 주사제를 대리로 처방받아갔다’는 의혹에 대해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이 밖으로 못 나오니까 내가 필요할 때마다 청와대 의무실에 주문을 넣어두면 의무실에서 다 구비해뒀다. 뭐하러 대리처방을 받아가겠나. 비타민B, C, 항산화제 글루타치온, 마그네슘, 미네랄, 교미노틴이라는 감초주사 등 다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에 한번 정도, 부를 때만 들어갔다. 청와대 의무실장, 대통령 주치의, 간호장교가 배석한 상태에서 진료를 봤다. 함부로 오더를 내릴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약 먹기를 꺼린다고 전했다. 그는 “그 분은 약을 안 드신다. 약 대신 주사로 영양제를 맞았다. 위가 안 좋은데 위약도 안 먹을 정도였다. 그래서 약 없이 하는 저같은 의사를 찾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 사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데 대해선 “제가 알고 있는 한 그분은 마취를 안 하는 분”이라며 “부모님 때문에, 의식을 잃고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았다. 지난해 중남미 순방 때 고산지대를 다니느라 비행기에서 위경련이 일어났다. 내시경하러 국군수도병원에 갔다. 그런데 마취하지 말고 하라고 했다. 이건 팩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분이 프로포폴을 맞았겠나. 낭설이 너무 많아 ‘끊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자문의사단에 한의사 4명, 자문의원 12명, 주치의, 의무실장, 간호장교 등이 있다. 내가 알기론, 그날 주치의나 자문의 중 청와대 들어간 사람은 없었다. 피부과 자문의는 OOO인데, 그분은 시술 안 하는 분이다”고 말했다.
2014년 4월16일 본인의 행적에 대해선 “나도 피해자다. 세월호로 정말 좋아하던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그래서 생생하게 기억한다. 청와대 들어갈 일 없었다. 대통령 건강이 안 좋아진 게 세월호 이후부터였다. 그후에 자주 부르셨다. 그전에는 자주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피부과 시술을 자주 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치의 선생님과 같이 (피부과 시술을 누구에게, 얼마나 자주 받는지) 얼마나 궁금해했는지 모른다. (오른쪽 입 옆에) 분명 멍자국이 있는 것 같았다. 제가 실수로 ‘여기 멍이 드신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셨는데 주치의가 저를 발로 툭툭 차더라”고 말했다. 그는 “보톡스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주치의도 뭘 알고 나를 제지한 게 아니라 ‘그런 건 건드리지 말자’는 취지에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씨와의 인연에 대해선 “2012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똑같은 주사를 놔달라며 찾아왔다. 내가 차움에서 나와 병원을 옮긴 뒤에도 최씨와 언니 최순득씨가 와서 한번 진료를 받고 갔다. 그런데 차움과 달리 일반인들 진료받는 걸 기다려야 하니까 한번 오고 안 오더라. 오래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씨는 성격이 특이했다. 주사를 맞으려면 1시간 이상 있어야 하는데 못 기다렸다. 30분 만에 빼고 나오기도 했다. 2013~2014년께 간호사가 한번은 주사를 놓다가 실수로 혈관을 2~3개 터뜨렸다. 그 이후로 주사 놓는 전문 간호사가 있다며 정맥영양주사의 일종인 IVNT 주사제를 싸서 갔다. 그 다음부터는 버릇이 돼서 싸줬다. 최순득씨도 집에 전담 간호사가 있다며 주사제를 싸갔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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