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쓴소리 "워싱턴 떠나 노동자와 대화하라"..DNC위원장에 무슬림 측근 천거
민주당에 쓴소리 "워싱턴 떠나 노동자와 대화하라"…DNC위원장에 무슬림 측근 천거
(워싱턴·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신지홍 장현구 특파원 =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소득 불평등 타파와 정치혁명을 요구하며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10일(현지시간) 2020년 대권 재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힐러리 클린턴의 충격적인 대선 패배로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는 민주당이 샌더스 의원을 중심으로 재건될지 주목된다.
샌더스 의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4년은 무척 긴 시간"이라며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해야겠지만, 어떤 것도 배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2년 뒤인 2018년 상원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대권 재출마를 노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4년 후 샌더스 의원의 나이는 79세가 된다.
30년 이상 무소속으로 버몬트 주 벌링턴 시장과 상·하원 의원을 지낸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과 맞붙은 대선 경선에서 그녀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놀라운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을 지지했던 젊은층과 백인 중산층 등은 이번 대선에서 결국 경선 승자인 클린턴을 화끈하게 지지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와 가까운 기성 정치인인 클린턴은 '변화'를 이뤄낼 후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샌더스 의원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민주당 지도부는 의회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이들과 대화하고 이들을 정치 결정 과정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이 중서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백인 유권자에게 철저히 외면받아 결국 선거에서 패한 것을 지적한 셈이다.
샌더스 의원은 "얼마나 많은 민주당 지도부가 미시간 주, 앨라배마 주, 유타 주를 방문했는지 따져보자"면서 "민주당은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가 아닌 미국 50개 주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전통적인 텃밭뿐만 아니라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표를 확장할 수 있도록 노동 계층에게 좀 더 건설적인 경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위해 지난주에만 12개 주를 돌며 선거 운동에 열성적으로 나선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표를 많이 받지 못했고, 기대만큼 열정과 흥분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민주당을 찍었어야 할 많은 백인 노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택한 바람에 패배했다"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키스 엘리슨(민주·미네소타) 하원의원과 같은 진보적인 정치인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이끌어 당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선 기간 편파성 논란에 휘말렸던 DNC는 현재 공석이다.
샌더스 의원이 차기 DNC 위원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엘리슨 의원은 민주당 내 '의회진보모임' 리더로 친(親)팔레스타인 인사다. 2006년 미 의회에 진출한 첫 무슬림이며 경선에서 샌더스 의원을 지지했다.
'월가 개혁의 기수'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유력한 DNC 위원장 후보의 하나로 거명된다.
샌더스 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엘리슨 같은 진보 정치인이 DNC를 이끌어 당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샌더스 의원은 전날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인종차별적·성차별적·외국인 혐오적·반환경 정책에 격렬하게 맞서겠지만, 얼마나 진지하게 이 나라 노동자 가정의 삶 향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가에 따라 다른 진보주의자들과 더불어 트럼프와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력을 약속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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