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트위터에 올라온 한 중학교 역사 교사의 시험 문제를 1면에 보도해 개인적 양심의 자유 부분에 대한 무리한 사상 검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학교의 교감은 <조선>의 취재에 “징계 여부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혀 교권 침해 논란까지 예상된다. 앞서 <조선>은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융단폭격’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인 한 트위터러(junomid)는 13일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어요. 교수님의 2009년 5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프닝멘트를 기말고사에 출제했어요”라며 “뒤늦게 허락받으려 글 남깁니다. 근데 분명히 답을 알려줬는데도 이명박이라 쓰는 애들이 있네요”라고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PD의 트위터에 남겼다.
‘junomid’가 인증으로 올린 사진에는 역사 시험 문제가 있었는데 “(A)은 교회 장로입니다, (A)은 대표적인 친미주의자입니다, (A)은 친일파와 손잡았습니다, (A)은 정적을 정치적 타살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A)은 북한을 자극해 결국 도발하도록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A)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니까 경찰을 앞세워서 가혹하게 탄압했습니다, (A)은 그러다가 권좌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A)은 해외로 망명하더니 그곳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됩니다 - 2009.5.31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프닝 중”이라는 설명을 보고 괄호 속 A에 해당하는 대통령을 적도록 하는 문제였다.
‘junomid’는 “사실 이 문제의 완벽한 정답은 김용민님의 멘트 그대로~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현재까지는~’입니다”라며 “기타 학생들의 답으로 가카, 뽀통령도 있었어요”라고 학생들의 다양한 답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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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교 교사가 13일 이승만 대통령 관련 역사문제를 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 트위터 ‘junomid’ |
해당 트윗은 큰 관심으로 모으며 ‘폭풍알티’ 됐고 많은 트위터러의 멘션이 이어졌다. 김용민 PD는 “선생님, 영광입니다”라고 답했고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14일 관악문화원에서 열린 ‘노회찬‧이정희‧유시민 희망정치 콘서트’에서 언급할 정도로 회자됐다.
폭풍적인 반응에 ‘junomid’는 “트위 왕초보인 제 글이 갑작스레 많은 관심을 받게 되니 놀랍기도 하고 솔직히 좀 쫄리기도 하네요. 이 문제는 중3국사 마지막 현대사 단원에서 팩트를 근거로 출제한 것이며 정답은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현재까지는”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다음날로 기억되는 그날 김용민 교수의 오프닝멘트는 충격과 감동이었죠. 안들어 보신 분들은 검색해서 꼭 들어보세요. 용민님은 그 멘트 후 CBS에서 짤렸다고 들었는데, 문제를 낼 수 있는 소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교감, <조선>에 “회의 열어 징계 여부 등 논의할 것”
그런데 이 내용을 두고 <조선일보> 기자가 취재에 들어간 것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11.22 한미FTA 날치기 사태를 맹비난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조선>은 사설까지 동원하며 최 판사를 ‘융단폭격’했고 이후 대법원이 최 판사를 공직자 윤리위에 회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역풍이 불어 소위 ‘개념판사’들이 줄줄이 커밍아웃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아예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TF팀 구성 제안’ 연판장을 돌렸고 166명 판사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에게 건의문을 올렸다.
‘junomid’는 15일 “도움요청! 제가 올린 시험문제를 보고 조선일보 기자가 전화를 해서 편향적인 문제를 내도 되냐, 지문 내용이 교과서에 나오는 거냐 등등 물었습니다. 지금 좀 많이 쫄리네요~ 어쩌죠? 근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아내 전화한 건지 의문이네요”라고 올렸다.
그는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가 전화했구요. 어떻게 알았는지 학교와 교감선생님께도 전화했네요”라며 “궁금한 점, 제 연락처와 근무지를 알아낸 것이 합법인가요? 이 일의 경과를 떠나 전 학교에 혼란을 일으킨 사람이 되었네요”라고 <조선> 기자가 교감에게까지 전화해 사실을 알린 상황을 전했다.
트위터러들의 우려와 분노의 멘션이 이어지자 ‘junomid’는 “많은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저들이 절 어떻게 할 수 있을거 라 생각진 않지만, 학교를 들쑤셔놔서 낼 출근하자마자 아직은 보수적인 어른들과 씨름 할걸 생각하니 상당히 피곤하네요”라고 토로했다.
<조선>은 이 교사의 역사시험 문제 내용을 16일자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장상진 기자는 “어떤 중학교 황당한 국사 시험… 선생님 맞습니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가,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싸잡아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인용된 발언들을 3학년 국사 시험문제에 예문으로 출제하고, 이를 트위터에도 공개했다”고 ‘나는 꼼수다’를 결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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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1면에 “어떤 중학교 황당한 국사 시험… 선생님 맞습니까”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 <조선일보> 인터넷판 화면캡처 |
<조선>은 “본지 확인 결과, ‘junomind’는 경기 구리시의 S 중학교에서 국사를 담당하는 이모(32) 교사이며, 그의 트위터 글(트윗)에 소개된 시험 문제는 실제로 지난 13일 이 학교의 3학년 기말고사 시험 문제로 출제된 것이었다”라고 해당 교사의 신원도 대략 밝혔다.
이씨는 15일 <조선>과의 통화에서 ‘해당 시험 문제가 정규 교과 과정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부합하느냐’는 질문에 “교과서 본문 내용은 아니지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배포한 교육용 CD에도 같은 내용이 나오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학교 김모 교감은 “(기자에게 해당 내용을) 듣고 보니 문제가 황당하다”며 “시험 문제를 해당 교과 교사들이 공동으로 사전 확인하게 돼 있지만, 이 교사가 그런 문제를 냈다는 사실은 보고받지 못했다. 내일 회의를 열어 징계 여부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조선>은 보도했다. 김 교감은 “이 교사가 전교조 소속은 아니지만, 젊어서인지 (정치와 관련해) 비판적인 발언이 많아 구두로 경고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은 전했다.
이같은 소식에 김용민 PD는 해당 <조선> 기사를 링크한 뒤 “기사 쓴 장상진 기자, 기자님 맞습니까? 뭐가 황당해요? 조선 논조대로 이승만을 ‘국부’로 숭상해야 상식이라고 하실라나”라고 맹비난했다.
김 PD는 “이승만 국부 추앙 안 했다고 조선일보에게 씹힌 선생님 @junomind 결코 쫄지 마세요! 사악한 족벌언론에게 지적당한 건 거꾸로 선생님의 건강한 역사의식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격려 부탁”이라고 트위터러들의 격려를 촉구했다.
또 김 PD는 “판사는 물론 교사의 양심적 영역까지 검증하고... 누가 조선일보에게 이런 초헌법적 권한을 부여했나요?”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스승찾기도 문제삼으면서 <조선> 묻는다고 바로 연락처 제공?”
해당 소식에 트위터와 인터넷에는 ‘경악’하는 반응과 함께 비난이 쏟아졌다. “신상털고 당사자에게 악의적인 기사를 기자를 꼭 기억하자”며 장상진 기자의 사진과 신상 명세도 급확산되고 있다.
‘파워 트위터러’인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중학교 역사 선생님이 낸 이승만 관련 시험지문을 놓고 오늘자 조선이 1면에 신상까지 털고 마녀사냥 중. 지난번 최은배 판사때 처럼 친일독재부역 조선으로 부터 이 분(@junomind)을 지켜냅시다. 동의하면 폭풍”이라고 멘션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조선일보가 ‘황당한 1면 기사’를 냈군요. 설마 시험문제가 너무 쉬워서 ‘황당’하다 한 건 아닐테고...또 어버이연합이 그 학교에 달려가 교사 쫓아내라고 난리치겠군요. 자기 맘에 안 드는 사람은 어떻게든 밥줄 끊어놓으려는 신문과 기자, 참 나쁘네요”라고 성토했다.
그는 “어느 나라 경찰의 ‘황당한 수사결과’나 어느 나라 대통령 형 비서관의 ‘황당한 뇌물 수수’, 어느 나라 전직 검찰총장의 ‘황당한 변명’에 대해서는 별 소리 안 하면서 ‘어느 중학교의 황당한 국사시험문제’를 1면에 내는 신문이야말로 ‘황당한 신문’입니다”라고 비난했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마녀사냥에 열 올리던 조선일보가 이제 교사 사냥에까지 나섰네요”라고 비꼬았고 허재현 <한겨레> 기자도 “조선일보 기자가 이승만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담긴 역사문제를 출제한 교사에게 전화해 편향적이지 않냐면서 학교를 들쑤셔놨다고 합니다. 피해교사는 이분입니다. @junomind 힘을 줍시다”라고 멘션했다.
이외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개짖는 소리에 절대 쫄지마세요”, “오늘 무척 불안하실 것 같습니다. 어떤 징계가 내려진다면 이건 정말 큰 문제입니다”, “사회 선생님 트친 계세요? 계시면 언론들의 친일 행위에 대한 문제를 꼭 내주세요. <천황폐하 만세> 외친 조선일보 사진 꼭 인용해주시고요”, “문제는 그 기사가 나꼼수와 엮을 의도적인 꼼수라는 것, 학교 교감이 선생님의 처벌의지를 보인다는 겁니다”,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고 문제를 내도 황당하다고 표현하니 당황”, “<조선>이 나꼼수와 트위터에 밀리니 SNS 까는 황색신문으로 본격 돌입하는군요. ‘이승만=이명박’이라 한 국사 선생님을 향한 마녀사냥...이러다 조선일보, 조까신문 되겠습니다”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한 트위터러는 “조선일보가 판사를 검증? 국사 시험문제 까지 검증하는 기관지인가? 모 국사 선생님이 낸 시험문제는 역사인 거임. 이 일로 선생님이 불이익을 받으면 교권 침해인 것. 이런 기사를 쓴 기자양반, 우익꼴통들 건수 잡고 전교조 운운 하지말라, 죽는다”라고 경고했다.
한 네티즌은 “마치 나치 시절 히틀러를 추종하던 유켄트 소년단을 보는 것 같구나, 그래 상품권 5만원 주고 학생들에게 선생님 고발 감시하라고 시키니 그리도 좋냐? 나라가 갈수록 북한하고 비슷해지는구나”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조선일보가 장상진 기자를 앞세워 중학 역사교사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2가지 측면에서 조선은 자격이 없다. 시험의 예제는 역사적 사실이므로 거짓이라 말 할 수 없고, 편향성을 문제 삼는다면 이승만 미화에 광적 편향성을 가진 조선은 입다물라!”라고 일갈했다.
<조선>기자가 연락처를 알아낸 방법과 관련 한 네티즌은 “공식적인 루트로는 교육청 홈페이지의 스승찾기 서비스를 생각할 수 있갰으나 이 서비스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인해 많은 교사들이 비공개로 처리해 둔 경우가 많고 시간상으로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 루트를 택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교무실을 통해 알아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그런데 해당 학교 교무실에서 기자에게 한 교사의 개인정보, 그것도 연락처씩이나 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쉽게 제공해도 괜찮을까”라며 “개인 정보 유출을 걱정해 스승찾기 서비스마저도 쉬쉬하게 되는 분위기에서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 과정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라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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