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이 14일 검찰에 소환됐다. 이국철 SLS 회장 측으로부터 450만 원 가량의 접대를 받고 "접대 받지 않았다"고 말해왔던 그는 "(검찰에) 사실관계를 당당히 밝히겠다"는 말을 남겼다. 물론 그는 접대 사실 자체를 몰랐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가 불명예스럽게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박 전 차장은 자신의 고교 동문인 창원지검 전 검사장에게 이국철 SLS그룹 회장 관련 수사를 무마하도록 청탁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회사를 잃은데다,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등 궁지에 몰린 이국철 회장의 무차별적인 로비 의혹 폭로가 박영준 전 차장 등 여권 최고 거물급 인사들의 고개를 숙이도록 만들고 있다. 박 전 차장이 보좌하던 이상득 의원은 그와 함께동고동락했던 보좌관 박배수 씨의 7억 수수 혐의로 "부끄럽다"고 했다. 박 씨 역시 이국철 회장에게 '로비'와 함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현직 보좌관 두 명, 그리고 자신의 보좌진 네 명이 검찰 문지방을 들락날락할 처지다. 이 의원도 검찰청 문턱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민간인 사찰 '면죄부' 준 검찰, 이번에는 '박영준' 잡나?
박 전 차장은 공교롭게도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피해자, 김종익 KB한마음대표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기각 결정이 난 다음날,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박 전 차장은 지난 2010년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영포라인(이명박 대통령 고향인 영일, 포항 출신 공직자들)' 공직자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윗선'으로 의심 받았던 인물이다. 그 자신이 '영포라인'의 맨 위에서 두 번째 자리 쯤에 위치한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보스'는 이상득 의원으로 '의심'된다.
▲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핵심 측근'인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 c청와대 |
불법 사찰 윗선 개입 의혹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끌던 검찰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김종익 대표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고 김 대표를 고발하자마자, 김 대표로 화살을 돌려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전광석화'처럼 기소했다. 그러나 김 대표에 대한 공소 기각은 조 의원의 의혹 제기가 정국 반전을 위한 '물타기'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검찰은 체면을 구겼지만 가타부타 말이 없다. 조전혁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인사들, 청와대 인사들도 말이 없다. 그런 검찰은 청와대 이영호 전 고용노사 비서관을 단 한차례 소환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총리실 컴퓨터에서 "BH(청와대) 보고용"이라는 파일을 발견하고도 청와대에 보고가 올라갔다는 증거가 없다고 잘라버렸다. 총리실→청와대→'그 위 어딘가'에까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되던 이른바 '영포 라인'의 불법 사찰 의혹 수사는 사실상 이 지점에서 끝이 나 버렸다. 박영준 전 차장은 면죄부를 받았다.
이 뿐 아니다. 박영준 전 차관은 숱한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 총리실의 불법 사찰이 한국노총 고위 간부에게까지 미쳤다는 의혹이 <프레시안>의 최초 보도를 통해 제기됐지만, 역시 검찰의 '더듬이'는 무뎠다. 정두언 전 의원 등 여당 내 친이직계 그룹은 박 전 차장을 '권력 사유화'의 핵심 인물로 이상득 의원과 함께 거론한 뒤 무차별 '사찰'을 당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 사업체 등까지 뒤졌다. 검찰, 국정원 할 것 없이 '누군가'의 힘에 의해 동원되다시피 했다는 의혹이 난무했다. 그러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검찰은 민간인 사찰 피해자를 무고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고, 검찰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박 전 차장은 엉뚱하게 이국철 회장의 폭로의 '덫'에 걸려들었다. 자신의 보좌관 때문에 "부끄럽고 죄송하다"던 이상득 의원이 이런 얘기를 했다.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청와대→총리실→지경부, 가는 곳마다 '말썽'인 그가 남긴 말은?
▲ 박영준 전 차장 c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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