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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13, 2011

펌) 곽노현 교육감 재판을 다녀와서

곽노현, 강경선, 이보훈… 법으로 재단할 수 없는 ‘3 idiots’곽노현 교육감 재판을 다녀와서
(서프라이즈 / 도깨비 / 2011-12-13)

12월 8일(목) 오후 2시부터 곽노현 교육감 재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11호에서 진행되었다. 신문을 보면 아주 가끔 재판 소식이 전해지는데, 불길한 소식들이다. 그런데 나꼼수에서는 분위기가 반전되었단다. 도대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학교 마치고 헐레벌떡 달려가서 5시경부터 참관하였다. 도중에 저녁 먹고, 밤 10시 반까지 진행되었다.
한가운데 앞에 증인 3명 -이보훈, 양재원, 최갑수- 이 앉아있고 왼쪽 약간 뒤에 피고로 강경선 교수와 변호인, 오른쪽 약간 뒤로 피고 박명기 교수와 변호인, 오른쪽 앞에 피고 곽노현 교육감과 변호인 4명이 앉아있다. 판사는 김형두라 하고, 검사 쪽에도 서너 명 앉아있다. 방청석은 꽉 찼다. 곽 교육감 사모님도 보이고, 아마도 민교협 교수들, 교육청 비서실과 직원들, 곽노현과 함께하는 사람들 카페 회원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 재판 분위기만 보면 무죄 100% 확신! 그러나 이건 처음 방청한 내 개인 생각이고 그동안 계속 방청한 사람들 평에 의하면 재판 처음 시작할 때는 2:8로 불리했는데 이제는 5:5 이상으로 유리해졌다고 한다.


희한한 재판 분위기 - 공판 중심(?)

재판 분위기 진짜 희한하다. 보통 검사가 꼬장꼬장하게 묻고 변호사가 변론하고 판사가 중간 중간에 묻거나 제지하는 정도인데, 이 재판은 100분 토론 분위기이다. 주로 판사가 묻는데, 대답을 예, 아니오로 하지 않고 그 맥락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야기한다. 그걸 판사가 막지 않고 다 들어준다.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가 묻고 증인이나 피고가 대답하는 것만이 아니고 피고가 증인에게 묻고 대답하는가 하면, 증인과 피고가 서로 묻고 답하는데 그동안 서로 쌓인 회한이 다 나와서 방청객과 판사까지 다 같이 폭소를 터뜨린 것만 여러 번이다.
공판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이런 건가? 증거로 제시된 온갖 문서는 뒷전이고 여기 재판정에서 상황을 재구성하는 게 핵심이다. 김진수가 제시한 녹취록을 실물영상기로 보여주면서 판사가 증인에게 물어보는데 증인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을 흐리면 피고가 “아, 그 내용은 한 페이지 앞에 있다, 올려봐라”고 하는 식…. 그러면 판사가 “아, 그래요? 공부 열심히 하셨군요”라고 대답…. ᄏᄏ

압권은 이보훈… 자유로운 영혼

증인으로 나온 이보훈 씨, 곽노현 선대본 회계책임자가 단연 주인공이다. 서울법대 72학번 동기인 곽노현, 강경선, 이보훈 이 세 명의 인간관계가 이 재판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세 명 다 고시를 보지 않고 비주류의 길을 간 사람들이다. 그 중 이보훈 씨는 시골에 처박혀 농사짓다가 친구인 곽노현이 교육감 출마했다고 도와 달라서 회계책임자를 맡았던 것인데 완전 도 닦는 사람 포스. 당연히 회계책임자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회계는 고사하고 선거 실무도 거의 다른 사람이 했다고 한다.
문제가 된 것은 2010년 12월 초에 강경선 교수가 이보훈 씨에게 문자를 보낸 내용이다.“이제 나의 임무는 다 끝났다. 이제 나는 쉴란다”는 요지의 문자를 강경선 교수가 이보훈 씨에게 보냈고, 이에 대한 답문자가 “그래 애썼다. 편히 쉬어라”는 것. 이걸 근거로 검사는 “곽노현 교육감이 강경선 교수에게 ‘임무’를 맡겼다, 그 임무가 뭐냐? 곽노현이 박명기 주저앉히고 대가로 돈을 주기로 한 거 아니냐? 강경선 교수는 무슨 의미로 이 문자를 보냈고, 이보훈 씨는 무슨 의미로 그런 답 문자를 보냈느냐”는 것이 질문의 핵심인데, 대답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강경선 교수는 이보훈 씨에게 서운했다. 답변의 요지는 이런 거다. “노현이랑 보훈이랑 나랑 삼사십 년 친구 사이인데, 친구 관계에도 권력이 작동한다. 보훈이가 노현이가 부탁하는 일은 하는데, 내가 부탁하는 일은 안 한다. 우리가 삼사십 년 친구 사이인데 이럴 수가 있나? 원래 보훈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양재원(박명기 회계책임자, 이보훈과 동서지간이라는 사람)과 합의한 게 보훈이 아니었나? 그런데 그 뒤치다꺼리를 내가 한 것이다. 그래서 니가 할 뒤치다꺼리를 내가 다 했으니 이제 남은 일은 니가 해라는 의미로 보낸 것이다.”
2010년 5월 19일엔가 곽노현, 박명기 간에 후보를 곽노현으로 단일화하는 기자회견을 하는데, 이 직전에 이보훈, 양재원, 최갑수 3명이 단일화 합의를 한다. 이 합의에서 사퇴한 박명기 교수 측에 5억 원을 주기로 했다는 것. 그런데 당선 이후, 돈을 주기로 한 사람들이 외면을 했고, 그래서 박명기 교수 측에서 약속을 지키라고 떠들었던 것.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합의했다는 것을 기자회견으로 발표하겠다고 협박(?)한 것. 그런데 약속을 한 이보훈은 시골에 내려가 다시 농사짓고 있었던 것. 그 약속에 대한 책임을, 약속과 무관한 강경선 교수가 지게 되었던 것. 강경선 교수는 박명기 교수와 그쪽 사람들을 만나서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확답을 한 것. 그래서 박명기 교수 측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공소시효인 12월 2일을 넘기게 된 것. 강경선 교수 문자의 의미는 “약속은 보훈이 니가 했는데, 책임을 지지 않아서 내가 설득하여 공소시효 이전에 기자회견 한다는 것은 겨우 막았다. 이제 니가 책임지고 약속한 돈을 마련해 줘라”는 의미였다는 것.
이에 대한 이보훈 씨의 답변이 걸작. “경선아, 니가 그렇게 보내면 내가 그 뜻을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하냐?” 여기서 방청객과 판사까지 다들 폭소…. 이보훈 씨의 포스가 이렇다. 왕을 할거냐는 권유에 거절하고 강물에 귀를 씻었다는 허유(맞나?) 분위기. 도저히 말을 미리 맞추었을 거라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분위기. 이보훈 씨의 이어지는 답변, 왈 “나는 농사짓다가 뜬금없는 니 문자를 보고 무슨 말인지 황당했다. 그런데 답을 안 하면 싸가지없다고 할 것 같고, 그래서 니 문자에 맞추어서 답을 보낸 거다. 임무를 완수했다고 하니, 애썼다고 한 거고, 이제 쉴란다고 해서 그래 편히 쉬어라 한 거야. 아니 그런데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거였어?”
강경선 교수는 친구 사이에 서운한 이야기를 법정에서 말하기가 참 거시기한 표정과 말투이다. “임무라고 한 건 노현이가 나에게 무슨 일을 시킨 게 아니고, 제 스스로 설정한 임무입니다. 저는 선거 당시 아무런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책임져야 할 일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박명기 교수가 사퇴하고 나서 너무 형편이 어려워진 거예요. 그걸 외면할 수 없어서, 제가 나선 겁니다. 결국 저는 1차 임무를 완수하고, 돈을 챙겨 주는 일은 원래 책임을 져야 할 보훈이에게 지라고 한 건데, 쟤가 저렇게 나오니 어쩌겠어요? 제가 또 스스로 2차 임무를 정합니다. 돈도 내가 마련해 주는 수밖에는 없구나. 어이구….”
이보훈의 태도는 이런 거다. ‘소소한 실무들은 나는 모른다. 노현이가 교육감 출마했다고 도와 달라서 이름만 빌려준 거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 돈? 그런 거 나 모른다.’ 이보훈 씨는 증인석에 앉아서 화장실 갈 때도, 판사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그냥 일어서서 나가면서 “화장실 가야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판사의 허락을 받기도 전에 나가고 있다. 판사도 희한하지, 냅둔다.
그리고 이보훈의 마지막 일격. “그리고 경선아, 우리 친구 사이 삼사십 년 아니다. 오십 년이다.” 온 법정이 약 3분간 웃느라고 허리가 끊어질 지경…. 눈물이 났다.

정말 억울한 건 양재원… 이중첩자(?)

양재원 씨는 이보훈과 동서지간이라는 박명기 후보의 회계책임자이다. 그동안 얼핏 듣기로는 이 두 동서가 술자리에서 합의를 했다는 건데, 이게 무슨 효력이 있는 합의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후 신문에 나기를 그 자리에 최갑수 교수도 있었다고 하니, 점점 ‘합의가 있긴 있었구나, 우리 쪽도 자꾸 말을 바꾸면 안 되는데, 점점 불리해지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진실이 또 한 편의 코미디다. 웃을 수만은 없는 코미디. 결론부터 말하면 양재원 씨는 박명기의 회계책임자인데, 마음은 곽노현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곽노현을 지지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곽노현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양재원 씨야말로 단일화의 숨은 주역이었던 것. 그런데 욕만 졸라 먹었다는 것. 그래서 억울해 죽겠다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의 시점은 2010년 5월 19일이다. 전날인 5월 18일에 단일화 합의를 하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서 돈 문제가 나와 결국 결렬된 상태. 합의가 안 되는 이유는 곽노현은 돈을 매개로 한 합의는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이 너무 분명하고, 박명기는 돈을 준다는 약속이 없으면 후보 사퇴를 할 수 없다는 것. 이 양립 불가능한 두 후보의 요구 사이에서 양재원 씨가 움직인 것이다.
곽노현 쪽의 회계책임자는 형식적으로는 이보훈 씨였으나, 실제 일한 사람은 김성호(?)라는 사람이라고 한다. 양재원과 김성호는 대략 미리 합의를 한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곽노현은 돈을 준다는 약속을 결코 할 사람이 아니니, 우리끼리 약속을 하자, 돈은 사퇴의 대가가 아니고 박명기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민주진보진영이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박명기는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하니, 곽노현 측에서 누군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약속을 해달라”
그런데 막상 그 합의 약속을 곽노현 측에서 아무도 지려고 하지 않은 것. 아무리 사퇴의 대가가 아니라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될 게 뻔한데, 법적으로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약속이고, 곽노현한테도 결코 용납받기 어려운 약속이고, 그리고 그 돈을 누구 한두 사람이 책임지기에는 너무 큰돈이었던 것이다.
결국 5월 18일 직전에 합의 약속을 해야 할 김성호가 없어지고, 전화도 안 받고, 후보 단일화 합의는 결렬되었다. 이때 양재원 씨는 똥줄이 탄다. 어떻게든 합의를 이루어내야 하겠는데, 곽노현 쪽에서 정말 인격을 걸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양재원 씨가 낸 꾀가 세상 물정 모르는 동서, 이보훈 씨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5월 19일 아침, 양재원 씨는 이보훈 씨를 불러낸다. 그리고 이보훈 씨가 너무 세상 물정을 몰라서 사람들이 믿지를 않을 테니, 증인으로 최갑수 교수를 불러낸다. 최갑수 교수는 이때 곽노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이보훈, 양재원, 최갑수 3명이 5월 19일 낮에 만난다. 요약하면 이렇다.
  • 양재원 : 박명기 교수가 사퇴는 하는데, 빚진 게 많으니 그 빚을 갚아준다고 형님이 책임져 주세요.
  • 이보훈 : 아니 그 큰돈을 어떻게 마련해? 누가 무슨 수로?
  • 양재원 : 다 마련하는 수가 있어요. 그건 걱정 말고 형님이 약속만 해 주세요.
  • 이보훈 : 사정이 그러하고 니가 원하고 방법도 있다니 약속은 해준다.
  • 최갑수 : (고개만 끄덕끄덕)
이거 입장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단일화가 안 되어 애가 타는 건 곽노현 쪽일 텐데, 정작 제일 애타고 고생한 건 박명기 회계책임자인 양재원 씨였던 것. 양재원 씨 입장에서는 정작 애끓어야 할 곽노현 쪽에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니 열을 받았던 것.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동서, 이보훈을 불러내 껍질뿐인 약속을 하라고 한 것이다.
  • 판사는 양재원에게 묻는다. : “그럼 그렇게 합의를 하고 양쪽에서 오케이를 받았어요? 안 받았어요?”
  • 양재원 답 : “박명기한테는 내가 보고하고 오케이 받았지요.”
  • 판사 문 : “곽노현 쪽에서는 누가 오케이를 했답니까?”
  • 양재원 답 : “그걸 내가 어찌 알아요? 오케이 받았다니까 받은 줄 알았지”
  • 판사 문 :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확인을 안 합니까?”
  • 양재원 답 : “나야 누구 돈이든지, 어떻게 마련되든지 간에 돈만 받으면 되지, 누가 오케이 했는지, 누구 돈인지는 내가 알 바 아닙니다.”
여기쯤에서 곽노현 측 변호사가 끼어들어 양재원에게 묻는다.
  • 변호사 :“양재원 씨는 이보훈 씨가 회계 실무를 제대로 보지 않았고, 내막도 모르는 줄을 알고 계셨지요?”
  • 양재원 답 : “예, 알고 있습니다.”
  • 변호사 문 : “결국 양재원 씨는 박명기 후보에게 단일화되었다는 것을 형식적으로 보고하기 위하여, 곽노현 쪽에서 공식 합의가 불가능한 것을 알고도 합의가 되었다고 하기 위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이보훈 씨를 불러내 책임질 수 없는 약속을 받아낸 것 아닌가요?”
  • 이때 검사가 끼어든다. “결론을 정해놓고 유도 질문하는 것입니다. 판사님, 변호사의 질문을 취소해 주십시오.”
  • 판사 굉장히 궁금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아니에요. 양재원 씨 대답해 보세요. 이런 건 대답해야 돼”
  • 여기서 양재원의 서러움이 쏟아져 나온다. “이게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이 합의에 최갑수 교수가 있었다고 언론에 흘린 게 접니다. 왜 그랬겠어요? 내가 얼마나 고생하고 애써서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냈는데, 이 사람들이 그 약속을, 뭐? 동서지간에 술 마시고 한 이야기라고? 그렇게 말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그래서 그 자리에 최갑수 교수도 있었다고 말한 거예요. 제가 무슨 말을 하길 원하는 겁니까?”
  • 이 타이밍에 이보훈 씨의 도 닦는 면모가 여실히 보이는 질문, “저도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양재원 씨, 이번 선거에 제일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누구라고 보십니까?”
  • 양재원 답 :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말하면 싸웁니다.”
  • 이보훈 문 : “아니 싸우려는 거 아니에요. 대답해 보세요. 이번 선거에 제일 고생하고 애쓴 사람이 누구라고 보십니까?”
  • 양재원 답 : “저는 있는 것만 이야기하고 가치 판단에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 이보훈 왈 : “저는 이번 선거에 제일 큰 공을 세운 사람이 양재원 씨라고 봅니다. 양재원 씨가 아니면 후보 단일화가 안 되었겠지요? 후보 단일화가 안 되었으면 누가 당선되었겠어요? 분명 이원희 씨가 되었겠지요. 이원희 씨가 되었으면 무상급식도 안 했겠지요? 무상급식을 안 했으면 오세훈 시장이 사퇴도 안 했겠지요? 오세훈이 사퇴 안 했으면 박원순 시장도 없었겠지요? 박원순이 없었으면 안철수도 없었겠지요? 안 그래요? 저는 그래서 양재원 씨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역사가 기록할 거예요. 그리고 그 애쓴 것은 역사가 알아줄 겁니다.”
이런 재판도 다 있나? 역사의 평가까지 거론하는 재판, 증인 이보훈이 증인 양재원에게 묻고 충고하는 재판…. 헐…. 그러나 양재원 씨의 관심은 역사가 아니고 현실이고 법정이다.
양재원 답 : “여긴 법정입니다.”
재판을 지켜보는 나는 양재원 답변에서 가슴이 뭉클하다. 실무 뛰어본 놈은 안다. 온갖 실무 뒤치다꺼리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나중에 멀리서 보면 그게 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당시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한순간 한순간이 피 말리고 결정적인 순간이었으며, 얼마나 어이없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일들이 꼬이기 시작하는지 등등을…. 그런데 그런 양재원에게 합의를 한 당사자 이보훈은 ‘나는 실무는 몰라. 너 애썼다’라는 말이나 나중에야 듣고… 합의할 때 옆에 있었던 최갑수는 나름 보호해주려고 입을 안 열었더니 끝내 모른 척하고 그래서 살짝 이름을 흘리고, 그때 정작 합의를 했어야 할 실무 당사자인 김성호인가 라는 사람은 그때 이미 책임 안 지려고 꼴도 안 비치고, 그런 어려운 사정을 다 헤치고 합의를 해서 박명기한테 단일화 사퇴를 오케이 받았는데, 막상 돈은 아무도 안 챙겨주고, 그래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말을 했는데 다들 외면하고, 그래서 자기도 모르겠다 하고 잠적하고…. 이제 재판이 시작되었는데, 곽노현 쪽에서 발뺌하느라고 동서지간에 술 마시는 자리였다고 하고…. 내가 도대체 누굴 위해서 이 짓을 한 건가? 싶은 게다. 여기에 이보훈이 왈, 제일 큰 공 세웠다고 치켜주는 말이 하나도 고맙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오, 불쌍한 양재원! 박명기는 결국 양재원한테 속은 게 된다. 돈을 누가 언제 얼마 준다고 했는지 박명기는 양재원 말만 믿고 사퇴를 한 거다. 그런데 그 양재원이조차 잠적해 버리니, 김진수랑 난리 치고 다닌 거다. 애는 양재원이 썼는데, 욕은 양쪽에서 다 먹는다. 이게 양재원의 억울한 이야기….

박명기의 한(恨), “누가 누구더러 서운하대?”

  • 판사가 묻는다. “최갑수 증인은 합의 때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 맞지요?”
  • 최갑수 답 : “예, 맞습니다.”
  • 판사 문 : “이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고개를 끄덕였습니까?”
  • 최갑수 답 : “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도 양심에 가책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명기 씨한테 서운한 것도 있고….”
  • 이때 박명기 피고가 끼어든다. “뭐라고요? 저한테 서운하다고요? 아니 지금 누가 누구한테 서운하다는 겁니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최갑수 교수님! 저는 최갑수 교수님 존경했습니다. 선배이시고, 민교협 의장도 하시고, 그래서 제가 교수님한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우리 캠프에도 안 한 말인데, 제가 최갑수 교수님한테 ‘곽노현이 아니라 최갑수 교수님이 나오신다면 제가 당연히 사퇴합니다’라고 말했잖아요? 그리고 제가 나중에 교수님 연구실 찾아갔을 때, 제가 돈 달라고 했습니까? 정책연대를 하기로 했으면 정책연대를 책임져야지, 내가 공약으로 내건 고교선택제, 인사정책이 하나도 반영이 안 된 거잖아요? 내가 그거 따졌지, 어제 돈 달라고 했어요? 제가 언제 명분 없는 짓을 했습니까?”
  • 최갑수 답 : “큰 명분과 작은 명분이 있는 거예요.”
  • 박명기 문 : “아니, 큰 명분은 뭡니까?”
  • 최갑수 답 : “후보 단일화가 큰 명분이지”
  • 박명기 문 : “그럼 나와의 약속은 작은 명분이란 말입니까?”
  • 최갑수 답 : “작은 거지….”
최갑수가 서운하다고 한 것은 박명기가 후보 단일화 약속을 어기고 막판에 뛰쳐나간 것을 의미한다. 원래 민주진보진영에서 단일화하기로 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서 곽노현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는데, 박명기가 불복하고 뛰쳐나간 것이다. 그리고 후보 등록하고 선거운동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게 생겼으니, 결국은 돈을 책임져달라며 사퇴를 한 것이다. 그래서 최갑수는 니가 그렇게 약속 어기고 뛰쳐나가서 독자적으로 선거운동하고 하다가 안되게 생겼으니 돈을 책임져달라고 하면 누가 그 돈에 책임감을 느끼겠느냐는 타박인 것이다.
그러나 박명기는 입장이 다르다. 본래 곽노현은 지명도도 없었고, 자기가 가장 지명도가 있어서 자기로 후보 단일화가 되었으면 꼭 당선되었을 거란 거다. 그런데 곽노현 미는 쪽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절차를 진행해서 곽노현으로 단일화를 기정사실화시켜서 자기가 뛰쳐나간 거란 것이다. 비록 뛰쳐나갔지만 자기는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에 그래도 대의를 따라서 후보 단일화를 위해 사퇴를 한 거란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충정도 몰라주고, 자기를 나쁜 놈으로 만들고, 결국 빚진 돈도 책임을 져주지 않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박명기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제가 강경선 교수랑 김윤태(김윤택?) 교수에게 감동하는 게 이겁니다. 아무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고 사기꾼 취급하는 데 정말 화났습니다. 곽노현 쪽 사람들은 만나주지도 않고, 단일화 합의를 해 가지고 온 양재원이도 핸드폰 꺼지고 잠적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김진수 이야기만 믿고 따지고 돌아다닌 겁니다. 그런데 강경선 교수와 김윤태 교수만 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 주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고맙단 말씀 드립니다.”
박명기 교수, 정말 외로웠나 보다. 정말 서운했나 보다. 천하에 없는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도 결국 인간이라는 것,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것,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데 외면당할 때 사람은 가장 절망스럽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는 대의고 명분이고 다 없어진다는 것, 하물며 곽노현보다 내가 더 잘났다고 확신한 박명기 교수는 얼마나 억울하고 서운했겠는가…. 쩝쩝쩝….

강경선,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인(仁)의 구현자

그리고 강경선 교수 참 훌륭하다. 곽노현 쪽의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을 때, 행여 법에 걸릴까 봐 모두 손을 빼고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기꺼이 박명기 교수를 만나 상황을 전하고 법에 걸리건 말건 인간으로서 책임질 건 지겠노라고 박명기의 마음을 돌린 게 강경선 교수다. 그래서 박명기 교수가 12월 2일 공소시효 직전에 터뜨리겠다던 폭로 기자회견이 없던 일로 된 것이다. 그리고 공소시효를 넘기고 나서 다시 아무도 그 돈에 책임을 지지 않자, 강경선 본인이 다시 나서서 그 돈을 마련하겠노라고 책임을 지고, 자기 집 담보 삼아 돈을 마련하고, 곽노현에게 받은 돈을 전달한 것이다. 이런 돈 전달하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뻔히 알면서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자신이 나선 것이다. 맹자가 말한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 인(仁)’을 구현한 사람이 바로 강경선 교수 아닌가….

곽노현의 박명기 찬양(웬 찬양?)

곽노현 교육감은 말을 하고 싶은데 여간해서 발언 기회가 오지 않다가, 어느 타이밍에 발언 기회를 잡았다. (이거 완전 100분 토론 분위기라니까...)
  • 판사 문 : “곽노현 피고는 12월 2일이 공소시효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 곽노현 답 : “저는 이거 말고도 선거 관련 다른 건들이 있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 판사 문 : “11월 중순부터 여러 번 박명기 교수와 만났는데, 여기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까?”
  • 곽노현 답 : “박명기 교수가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단 한 순간도 후보 사퇴의 대가로 돈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지시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제 친구인 보훈이가 약속을 했다는 것이고, 이를 근거로 박명기 교수와 측근들이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인 경선이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경선아, 나는 정말 몰랐다, 니가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설득해서 박명기 교수를 이해시켜다오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정말 경선이가 박명기 교수를 충분히 이해시켰다고 해서 오해를 풀 겸 만난 것입니다. 이 날이 첫눈 오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박명기 교수가 김용택의 ‘그 여자네 집’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서 읊은 거예요. 제가 감동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박명기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죽고만 싶다고 하고 빚쟁이들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박명기 교수가 저에게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그걸 다 풀고 만난 겁니다. 판사님, 박명기 교수를 한번 보세요. 외모도 잘 생겼죠, 그 긴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서 읊죠, 첫눈은 오지요, 제가 정말 감동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런 말이 왜 지금 튀어나와? 아이고 복잡해….

내가 저 자리의 누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저 자리의 누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일단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이보훈. 그 도 닦는 포스. 그리고 동서인 양재원에게 한 말, “나는 자네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해, 자네가 아니면 후보 단일화가 안 되었을 거고, 후보 단일화가 안 되었으면 이원희가 당선되었을 거고, 이원희가 당선되었으면 무상급식도 없었을 거고, 무상급식이 없었으면 오세훈 사퇴도 없었을 거고, 오세훈 사퇴가 없었으면 박원순도 없었을 거고, 박원순 없었으면 안철수도 없었을 거고…. 그 공은 역사가 기억할 거야” 참 놀라운 사람이다.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실무는 하나도 몰라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다 꿰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저런 포스는 그만두고 전혀 저런 분위기 아니다. 이보훈은 일단 제외….
제일 공감이 가는 사람은 양재원. 제일 고생한 사람, 제일 욕 많이 먹은 사람, 내막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자기의 주군인 박명기를 사기 쳐가며 진보진영을 위해 애썼는데 진보진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 아직도 할 말이 너무 많은 사람, 그러나 지금도 말을 아끼고 있는 사람, 역사의 대의를 보기에는 너무 실무를 많이 아는 사람, 그 한계 속에 꽉 갇혀 있는 사람, 그 속에서 너무 괴로워하는 사람…. 나는 내가 실무 스타일이어서인지, 이 사람이 제일 공감이 간다. 내가 양재원 자리에 있었으면 그보다 더 잘 어떻게 했을 것인가? 나는 양재원에게 돌 던지지 못한다. 나는 양재원보다 일 처리도 더 못했을 것이고, 내가 만약 양재원만큼 일했으면 얼마나 서운하다고 떠들어댔겠는가? 생각만 해도 괜히 부끄럽다.
가장 존경할만한 사람은 강경선. 법 없이도 살 사람 이래더니, 합의는 다른 사람이 하고, 그 책임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서서 박명기 만나 이야기 다 들어주고, 모든 공식적인 책임 소재를 떠나 외로운 박명기의 마음을 위로해 준 사람, 그 애를 다 쓰고 친구인 보훈이한테 ‘(니가 했어야 할) 내 임무 끝났다. 이제 쉴란다(그러니 그 뒤 일은 니가 책임져라)’고 문자를 보낸 강경선, 그 문자를 친구 보훈이가 독해도 못하자 결국 2차 임무(돈 마련해 건네는 임무)를 스스로 자청하여 나선 강경선, 그리고 보훈이한테 서운한 게 남아 법정에서 어눌하게 에둘러 서운한 감정을 전달하는, 참 인간적인 강경선…. 나? 나는 이런 부류가 되지 못한다. 마음으로 존경은 해도.
박명기. 자기 관점에서는 본인은 하나도 잘못한 거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찔리는 게 있으리라. 애시당초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막판에 뛰쳐나간 게 결정적 잘못인데, 박명기는 이걸 진심으로 반성하지 못한다. 그조차 편파적이어서 억울하다는 것. 그런 생각 들 수 있겠다. 진보진영으로부터 오랫동안 회색이라고 욕을 먹은 만큼 본인은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다. 욕심은 많고 일은 벌여놓았고 수습은 안 되고...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후보단일화에 동의할 수 없어서 사퇴는 안 했는데, 점점 수습 불가능의 상황으로 가고, 곽노현은 돈거래는 안 된다고 하고, 빚은 기하급수로 많아져 가고, 본인이 나서기에는 쪽팔려서 양재원이를 내보냈는데, 얘가 누구 편인지도 의심스럽고, 합의를 해왔다는데 정말인지 믿기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상황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라도 영혼을 팔고 싶었을 것이다. 빚을 내어 무모하게 문어발 확장을 하다가 파산에 이른 기업가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케이스라고 본다.

이 재판의 쟁점은 도대체 뭔가?

쟁점은 결국 두 가지. 하나는 곽노현이 ‘사전에 알았는가?’이고, 또 하나는 돈이 ‘사퇴의 대가인가?’이다. 일단 곽노현은 단일화 합의 시점인 2010년 5월에는 몰랐다. 오늘 재판에서도, 그 이전의 숱한 증언에서도 곽노현에게 보고했거나 곽노현이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 오히려 곽노현이 사퇴 대가 금전 약속은 절대 안 된다고 확언한 사실이 오늘 재판에서 확인된 복잡한 일 처리를 낳게 했다는 점에서 곽노현이 몰랐다는 것은 분명하다. 둘째, 이 돈이 사퇴의 대가인가? 곽 측의 주장은 사퇴의 대가가 아니다, 사퇴하고 어려워진 박명기를 도운 것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주장은 결국 사퇴의 대가다, 사퇴의 대가로 돈을 주기로 2010년 5월에 이보훈과 최갑수가 양재원에게 약속했고, 그 약속을 안 지키자 박명기와 김진수가 폭로 기자회견을 한다고 협박했고, 그 협박을 강경선이 무마했고, 공소시효 지나자 강경선과 곽노현이 돈을 건넨 것이라는 것이다.
오늘 공판은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으나, 그동안 개인별로 증언한 내용을 처음으로 3자 대질하여 원래 모습을 재구성한 것이라 한다. 재구성하고 보니, 다른 보통 사람들이라면 검찰 주장이 맞겠지만, 워낙 독특한 이보훈과 강경선과 그리고 양재원, 박명기까지 나서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니 곽 측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더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다음 재판은 12월 14일 오전에 강경선 교수만 2시간 하고, 그 다음 날인 12월 15일(목) 하루 종일 곽노현 교육감만 재판하고, 12월 23일에 구형과 최후진술이라고 한다. 1심 선고 공판은 1월 중순쯤이 될 것 같다고….
오늘 처음 방청한 내 느낌은 100분 토론 분위기에, 판사의 허용적인 느낌 때문에 무죄 판결 확신!인데, 이 재판 계속 다닌 사람들 말은 초기 2:8로 불리하다가 이제 5:5 정도로 유리해졌다고 한다. 내 생각엔 어쨌든 무죄까지는 안 나와도 1심 선고에서 실형은 아닐 거라고 본다. 그리고 재판 결과가 어찌 될지 궁금해서 갔다가, 뜻밖에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듣게 되어서, 참 속이 아리고 반성도 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많이 웃어서 좋았고…. 그리고 나오면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 곽노현, 강경선, 이보훈 이 3명, 정말 3 idiots이다. 이 사람들, 법으로 재단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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