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청와대가 이미 11월 초 경찰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입단속’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한미FTA는 11월 22일 ‘날치기’ 처리돼 ‘사이버테러’ 사건이 11월 초에 터졌다면 강행처리 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요신문> 인터넷판은 14일 “여권 핵심부가 이번 사건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들을 포착했다”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청와대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도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일요신문>에 따르면 경찰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중앙선관위 사이버테러 사건이 일어난 10월 26일 오전 11시경 선관위 등에 2명을 급파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0월 29일 경찰청 관계자는 “선관위는 오전 6시부터 두 시간가량,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는 새벽 1시와 5시 각각 두 차례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9급 비서인 공모씨 등이 디도스 공격에 관여했다는 사실도 이 무렵 밝혀냈다고 한다. 경찰은 이미 10월 말에 디도스 공격의 전모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는 11월 초 경찰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집권 여당의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의원실 관계자가 사이버테러를 감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거센 역풍이 뒤따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이만희 치안비서관(현 경북경찰청장)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수사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철저하게 보안이 이뤄졌다”고 털어놨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그는 “9급 비서인 공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를 받긴 했지만 행여나 나경원 캠프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면 이는 정권 퇴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했을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비서실 주도 하에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모색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단 청와대는 디도스 사건에 대해 ‘잠정 보류’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경찰 측에도 이러한 입장을 전했다고 <일요신문>은 보도했다.
또한 수사팀 등에 ‘입단속’도 주문했다는 후문이라며 10·26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후유증을 간신히 수습하고 FTA 처리 등 현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현대판 3·15 부정선거(참여연대 표현)’로 일컬어지는 사건까지 터진다면 사실상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같은 조치는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중간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발표 시기를 조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건이 묻힐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 철저하게 그 진위를 규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중진 의원은 “거리낄 게 없었다면 왜 한 달 이상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미뤄졌겠느냐.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수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며 “어떤 조직적인 세력 혹은 고위층이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배후설’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디도스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경찰이 함구하기로 했던 약속을 깨고 ‘뒤통수’를 쳤다고 생각,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캠프 출신의 한 여권 전직 고위 관료는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격앙된 경찰 측이 청와대를 압박하기 위한 일환으로 디도스 건을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요신문>은 전했다.
청와대는 12월 2일 경찰의 디도스 수사결과 공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경찰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일요신문>은 “조현오 경찰청장과 이강덕 서울청장 등을 기용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고 자평했던 청와대이었기에 그 ‘배신감(?)’은 더했을 듯하다”며 이를 대변하듯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다른 곳은 몰라도 경찰이 이럴 줄은 몰랐다”며 한탄했다는 전언이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기조에 경찰은 “원칙대로 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경찰청 측은 “특정 사안을 놓고 청와대와 일일이 조율하지는 않는다. 독자적으로 수사했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경찰의 주장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경찰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검찰 편을 든 이명박 정부에 한 방 먹였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라고 <일요신문>은 전했다.
경찰의 이같은 움직임은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을 향한 경고메시지로 향후 수사권 조정안 입법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실력 행사’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일요신문>에 “경찰이 언제든 비리 파일을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청와대도 겁내지 않는다는 얘기 아니냐. 향후 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는 의원들로선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도스 사건을 경찰의 ‘검찰 흠집 내기’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사정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구식 의원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 사촌 형이라는 점, 또 공 아무개 씨가 사이버 공격을 하기 전날 가졌던 술자리 모임에 검찰 출신 인사가 참석했다는 점 등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경찰로서는 대규모 수사진을 꾸린 검찰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민들은 트위터를 통해 “드디어 터졌다! 청와대를 구속하라!”, “이 정도면 탄핵의 이유로 충분하지 않나요? 이건 국가 내란죄에 버금가는 사항이라고 보이는데”, “거짓으로 일관하는 정권 그 끝이 보이는구나”, “점입가경이로세”, “현대판 3·15 부정선거”, “칼자루 맘대로 흔들려고 했는데 여기저기서 칼자루를 잡고 있구만” 등의 반응을 쏟아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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