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쇼락 기자에게 직접 들은 '뉴욕영사관 항의 사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뉴욕총영사관 "항의? 외교부 뜻 전달"
- 팀쇼락 "박근혜, 독재자 父 덕분에 유명"
- 독일 기자에 새벽전화로 "제목 바꿔라"
- 외신 韓 비판 '부글부글', 국내 언론 '조용'
- 해외 동포들, 외신 보도 번역 전송 운동도
- 檢, 산케이신문 '7시간' 번역 자국민 추척도
- "정부 비판 기사 압력, 국격훼손 행위"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난주 각종 기부금, 성금으로 모으고 있는 준조세 이야기 했죠. 방송 나간 뒤 반응이 좀 어땠습니까?
◆ 권민철> 이런 저런 반응들이 있었는데요. 사실 내가 그걸 내면서도 뭘 내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게 세금 아닌 세금이니까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볼 필요가 있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자,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은 어떤 뉴스의 이면을 훅 파고 들어가 볼까요?
◆ 권민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우리국민들 지지율 40%대를 견고하게 유지중이죠. 하지만 외국 언론들의 평가는 좀 다릅니다. 최근 박 대통령 비판이 부쩍 늘어나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우리정부와 외국 언론과 갈등도 생겨나고 있고요. 그래서 오늘 이 문제 살펴보겠습니다.
◇ 김현정> 지난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잡지 '더 네이션(The Nation)' 기사 이야기군요?
◆ 권민철> 지난주 화요일 게재된 기사죠. 제목이 '한국,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In South Korea, a Dictator’s Daughter Cracks Down on Labor)입니다.
◇ 김현정> 저도 봤습니다. 1차 민중궐기 때 강경진압이라던가, 시위대를 IS로 비유한 문제, 국정교과서 문제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던데…
◆ 권민철> 그렇습니다. 그런 게 독재적 정책이라는 겁니다. 그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한국정부가 탄압하고 있다는 게 기사의 주 내용입니다.
◇ 김현정> 사실 이 기사를 처음 번역해 소개한 게 저희 CBS 노컷뉴스였죠?
◆ 권민철> 그렇죠. 반향이 상당했죠? 포털 다음에 댓글만 8000개가 붙었으니까요. 이후에 파장이 계속됐고요.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김현정> 파장이란 게… 그 언론사에 뉴욕영사관에서 거칠게 문제 제기해서 논란이 커진 거죠?◆ 권민철> 그렇습니다. 기사를 가지고 언론사와 다툴 순 있습니다. 문제는 방식이죠. 언론사 편집장에게 그 것도 외교관이 수차례 전화해서 만나자며 필사적으로 매달린 게 문제입니다. 그 해당 외교관을 제가 수소문해서 직접 통화를 해봤습니다.
▶기자 : 어느 부분이 가장 잘 못됐다고 보시는 거죠?
▷외교관 : 제가 지금 그걸 잘 못됐다 틀렸다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고요. 저는 본부에서 오면 그걸 가지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 김현정> 자기는 본부의 의사를 전달했을 뿐이다? 본부라면 어디를 말하는 거죠?
◆ 권민철> 외교부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통치 스타일상 외교부 역시 윗선의 지시를 받았을 개연성이 높아 보입니다.
◇ 김현정> 외교부쪽 입장은 어떤가요?
◆ 권민철> 통 상적인 업무였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언론인인 제가 봤을 때도 상궤에 벗어났지만 외교부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습니다. 조준혁 대변인의 8일 브리핑 내용입니다.
"더 네이션 기사와 관련해서 우리정부의 입장을 보다 소상히 설명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통상적인 문화홍보관의 대언론 활동의 일환인 것이고, 이것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이 부분 사실상 지침이로군요?
◆ 권민철> 그렇게 들리죠?
◇ 김현정> 자, 그러면, 해당 기사를 쓴 기자 반응이 궁금한데, 그 기자와도 통화를 했다면서요? 뭐라 그러던가요?
◆ 권민철> 그의 이름은 팀 쇼락(Tim Shorrock)입니다. 선교사 부모를 따라 유년기 2년을 한국에서 보낸 게 인연이 돼 30년간 한국과 관련된 기사를 써왔는데, 이번에 겪은 일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습니다. 언론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라고도 했고요. 직접 들어보시죠.
"정부가 기사에 대해 항의하는 건 아주 특이한 일이다. 더욱이 외국 정부가 국내 잡지, 특히 대부분 미국 독자를 위해 기사를 쓰는 잡지사에 전화를 해 기사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오만한 일이고, 언론활동을 겁박하려는 것이다.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 김현정> 이번 기사 제목에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이 있어서 더 논란이 됐던 거죠?
◆ 권민철> 그 제목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그건 사실 아니냐?’ 이렇게 되묻더군요. 다시 들어보죠.
"그녀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다. 그건 사실이다. 그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숨기지도 않고 실제로 유신헌법 같은 박정희의 정책을 강력히 옹호했다. 아버지가 했던 다른 행위들도 옹호했다. 그녀는 독재자의 딸이다. 그 덕에 그녀는 한국에서 유명해진 거 아니냐. 마치 미국의 부시가(家)처럼. 조지부시가 아버지 조지부시의 아들인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 김현정> 우리정부가 해외 언론에 과도하게 대응한 게 또 있었나요?
◆ 권민철> 지난해 세월호 사건 당시 독일 유력 언론사(Zeit)의 한국정부 비판 기사에도 비슷한 대응을 했었습니다. 그때도 우리 외교관이 기사를 쓴 기자에게 그 것도 새벽 5시대에 전화를 걸어서 '제목을 바꿔달라'고 항의해서 문제가 됐었습니다.
◇ 김현정> 해외에서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가 많나보죠?
◆ 권민철> 시간이 없어서 다 열거하지는 못하고요. 몇 건 만 더 들어 볼까요? △아사히신문 사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것과 같은 시대착오적 조치"(10월 19일)△파이낸셜 타임스 "정부의 온라인커뮤니케이션 감시 강화에 저항한 데 대한 징벌"(11월 17일, 카카오 이석우 전 대표 기소에 대해) △뉴욕타임스 사설 "한국 정부, 비판자들을 겨냥하다"(11월 19일,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BBC "한국 교과서 국정화, 일본과 닮아"(12월 1일)
◇ 김현정> 그런 기사들이 근데 국내 언론에는 잘 안보여요?
◆ 권민철> 거의 찾아보기 어렵죠. 앞서 언급한 뉴욕타임스 사설, BBC 보도 모두 국내 주요 신문사인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한 줄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이번 더 네이션(The Nation) 기사도 노컷뉴스가 소개하지 아니었다면 묻혔을까요?
◆ 권민철> 아닙니다. 저희 보도 뒤에 동포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도 번역해 실었습니다. 외신 번역은 보통 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 몫인데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보니 동포들이 자발적으로로 나서 외신을 소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김현정> 동포들이요?
◆ 권민철> 재미 동포들이 주축이된 '뉴스프로'라는 사이트가 바로 그 겁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지의 유력 언론사들이 쓰는 한국관련 기사를 있는 그대로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톤에 거주중인 임옥 대표의 설명입니다.
(음성)
"워낙 외신이 쏟아지니까. 저희가 골라서 번역해야 돼요. 너무나 기사들이 많으니까. 그냥 전체를 그대로 번역해주는 거죠.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저희가 번역해 내보낸 이후에 우리나라 일부 언론들이 일부를 왜곡해서 번역하는 그런 일들이 없어진 거 같다. 함부로 못하겠지. 우리가 전체를 번역해서 보내버리니까"
◇ 김현정>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낯 뜨거운 일이네요…
◆ 권민철>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것은 이들이 때로는 정부로부터 억압을 받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 김현정> 억압을 받아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권민철>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 신문 기사를 번역한 게 바로 국내에 있는 '뉴스프로' 회원이었습니다. 그 이후 우리 검찰이 그 번역자를 추적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그의 동료도 집을 수색당했다고 하고요. 동료의 이야기 들어보죠."산케이 신문 기사 번역자를 찾으러 온 거다. 번역도 죄가 될 수 있다 이런식으로 엄포를 놓고, 사실 수색 영장도 없이 왔는데, 별소득 없이 돌아갔다. 수사관들이 한 7명이 내려 왔었는데…"
◆ 권민철> 번역한 사람은 지금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중인 상태입니다.
◇ 김현정> 과도한 대응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군요?
◆ 권민철> 사실 문제가 됐던 산케이신문 고소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문제가 있더라도 외신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청구나 민사소송이 아닌 형사사건으로 단죄하겠다는 건, 지나쳤다는 게 중론입니다.
◇ 김현정> 사실 산케이 기사가 한일관계 경색시킨 원인이 되기도 했잖아요?
◆ 권민철> 안 그래도 냉랭한 한일관계가 이 사건으로 더 악화된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 이 사건이 일본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도카이대 김경주 교수의 이야기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한국은 자유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계속 했는데 가치 공유 부분을 싹 뺐다. 그것도 산케이 신문 때문이라고 하고, 이번 한일 정상회담 때 아베총리가 산케이 부분을 언급했다. 일본으로서는 이게 완전히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자료인 거다"
◇ 김현정> 외국도 이런 방식으로 외신 보도에 대응하는지 궁금하네요?
◆ 권민철> 물론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기사에 문제가 있다면 통상 '편집자에게(letters to the editors)'라는 반론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설명입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 얼마나 떨어졌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정부 관련 기사에 대해 불만 제기하고, 어떤 형태로든 압력가하는 건 민주주의 질서인 언론자유 침해하는 것이고 그 문제로 국격이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겠다."
◇ 김현정>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걸까요?
◆ 권민철> 아까 뉴욕영사관측 이야기 들었듯이, 이런 문제가 다 ‘윗선’ 때문에 일어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언론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윗선의 조바심 때문일 겁니다. 윗선의 헛기침 하나에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자유까지 덜덜 떠는 그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여러분은 오늘 훅뉴스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해외언론이 국내 언론보다 더 뜨거운 상황 우리가 다시한번 생각해 볼 지점은 어디인지 곱씹어봐야겠습니다.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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