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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December 12, 2015

[단독]KTL ‘댓글부대’ 김흥기, “안봉근 비서관 만나러 청와대 간다”

지난 9월 국정홍보 월간지 사장에 회장직 달라며 ‘문고리 3인방’과 친분 과시


중국과학원 가짜 수료증 장사에 전·현직 장·차관을 동원한 국정원 출신의 김흥기 전 카이스트 겸직교수(52)와 ‘댓글부대’로 의심받는 용역업체 그린미디어가 어떤 식으로 인연을 맺었는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창간한 지 2년도 안 된 그린미디어가 급부상한 시점은 김 전 교수의 등장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김 전 교수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취임식을 열고 공식적으로 회장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하지만 내부직원들은 이미 1년 전인 2013년 말부터 그를 실질적인 회장으로 알고 있었다. 김 전 교수를 잘 아는 한 인사는 “그린미디어는 2013년 말까지만 해도 서울 신대방동 4층 건물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어렵게 신문을 발행했고 기자 수도 4~5명에 불과했는데, 김 전 교수가 들어오면서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내가 회장 되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그는 특히 그린미디어가 네이버와 뉴스검색 제휴 계약을 맺은 배경을 주목해 볼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포털뉴스 운영 시스템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기자 수가 10명이 안 되고 창간한 지 2년도 안 됐다면 네이버와 뉴스검색 제휴를 맺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이런 경우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에서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점에서 2013년 말까지 기자가 4~5명에 불과한 그린미디어가 네이버와 검색 제휴 가계약을 맺은 과정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린미디어가 지난해 초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으로부터 15원억의 수출정보 용역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뭘 믿고 전 세계에 1500여명의 정보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는지도 의문이다. 전 세계 1500여명의 정보원은 국정원이나 재외공관 조직을 상정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은 얘기다. 당시 용역팀에는 그린미디어 박형준 사장, 용역 발주자인 KTL 정완수 본부장, 그린미디어 해외정보사업팀을 이끌던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이 있었다. 하지만 그린미디어를 움직인 실질적인 힘은 김 전 교수에게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김 전 교수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민주평통자문위원,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을 지내며 정·관·재계에 화려한 인맥을 맺고 있었다. 물론 김 전 교수는 자신은 글로벌이코노믹에서 단순 무보수 명예회장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김흥기씨가 국정홍보지 ㄷ월간지에 회장직을 제안한 후 청와대와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보낸 카톡 문자. 카톡 안 사진은 김씨가 주도하는 단체에서 이병기 비서실장 앞으로 보낸 공문.


하지만 과연 그는 단순 명예회장직에 만족했을까. <주간경향> 취재 결과 김 전 교수는 글로벌이코노믹 회장을 그만둔 후 지난 9월 국정홍보 소식을 주로 다루는 ㄷ월간지 사장, 편집국장을 만나 회장직 요구를 하면서 청와대와 친분을 과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교수가 글로벌이코노믹 회장을 사퇴한 배경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ㄷ월간지에 관심을 보인 시기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간경향>의 잇단 ‘댓글부대’ 의혹 제기로 KTL이 그린미디어에 용역계약을 해지통보한 직후였다. 김 전 교수는 ㄷ월간지와 접촉과정에서 ‘내가 회장이 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위 ‘문고리 3인방’으로 일컬어지는 청와대 실세 비서관들과의 사적인 친분을 과시했다.

ㄷ월간지 ㄱ 사장은 “김 전 교수가 여러 차례 청와대 비서관 4명을 안다고 했고, 특히 안봉근 홍보비서관(사진)은 실명으로 얘기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우리가 내년 4월 1만2000여개 학교의 학생들을 상대로 ‘효문화 실천 365일’ 행사 대장정에 돌입하는 일정을 계획 중이라고 했더니 (청와대에) 영향력을 발휘해서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ㄱ 사장이 뭔가 미심쩍어하는 듯한 눈치를 보이자 자신이 주도하는 단체에서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 앞으로 보낸 공문을 카톡으로 보내오기도 했다. 그래도 ㄱ 사장이 회의적 반응을 보이자 김 전 교수는 10월 1일 “안봉근 홍보비서관을 만나러 가고 있다”고 전화를 걸어 왔다. ㄱ 사장은 업무일지에 적힌 통화시각을 확인해가며 정확하게 당시 통화내용을 설명했다.

“당시 통화시각은 오전 11시20분이었다. 김 전 교수가 ‘10분 후에 청와대에서 안 비서관을 만날 예정인데 지금 서울역을 지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에 다녀온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

2014년 12월3일 안봉근 당시 청와대 2부속 비서관이 광주 공군 비행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ㄱ 사장 얘기만 들으면 김 전 교수가 안 비서관을 단지 사칭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별도로 김 전 교수와 여러 차례 접촉했던 ㅂ 편집국장은 “내가 받은 문자, 카톡을 지우지 않고 갖고 있는데, 단지 사칭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김 전 교수가 이름은 정확히 얘기 안 했지만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왔다갔다한 건 맞다”며 “(청와대 가기 하루 전인) 9월 30일 문자를 보낸 게 있고 그보다 더 결정적인 문자도 있다”고 했다. 

<주간경향>은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해 지난 10일 청와대 공식채널을 통해 반응을 물어봤고, 하루가 지난 후 연락이 왔다. 공식창구 역할을 한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 안 비서관한테 물어봤는데, 김흥기란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가 10월 1일 청와대를 방문해 안 비서관을 만났다는 주장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을 어느 정도까지 신뢰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인사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김흥기를 모른다’는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안 비서관 “김흥기 누구인지 모른다”
또 안 비서관을 빼고는 김 전 교수가 ㄷ월간지 상대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꺼낸 얘기는 대부분 사실과 부합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저서 <태클>의 표지사진(사진)이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전속사진사로 활동하던 박병혁 작가가 찍어준 것이라고 자랑했고 사실로 확인됐다. 박 작가는 2012년 대선 유세 도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아픔을 딛고 재기에 성공, 지난 9월 인천의 한 박람회 행사장에서 박 대통령과 재회하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박씨는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김 전 교수는) 아는 분을 통해서 여러 사람 있는 가운데 소개를 받았는데, (그 후) 사무실에 찾아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전혀 알지도 못했고 그냥 별뜻 없이 사진 한 장 찍어준 건데, 그걸 그런(과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느냐”며 당혹스러워 했다. 

김 전 교수는 또 ㄷ월간지에 거창한 회장 취임식도 주문했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회장으로 있는 데일리경제와 공동으로 창조경제인대상 시상식과 함께 진행한다는 시나리오였다.

정운찬 혹은 한덕수 전 총리 중 한 명을 대회조직위원장으로 초빙하려고도 했다. 김 전 교수는 공동주관사로 지목한 데일리경제와도 단단한 끈을 맺고 있었다. 데일리경제는 지난 8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창간 13주년 기념행사에서 김 전 교수를 진념 전 총리,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 박병원 경총 회장과 함께 주요 내빈으로 소개한 바 있다. 서 전 장관은 전·현직 각료들과 함께 김 전 교수를 주요 내빈으로 초청한 경위에 대해 “발행인하고는 친한 것 같은데, 나하고는 서로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뭐라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최소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인 점은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김 전 교수의 치밀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회장 취임식은 결국 무위로 그쳤다. 그가 중국과학원 가짜수료증 장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ㄷ월간지 관계자들과 신뢰관계가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ㄷ월간지 사태는 그가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인맥에 청와대 인사도 끼어 있을 가능성과 함께 KTL이 뭘 믿고 창간 2년도 안 된 매체에 15억원짜리 용역사업을 맡겼는지, 숨겨진 비밀을 푸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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