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서울 강남구청 ‘댓글부대’ 의혹을 최초 보도한 지난 8일 오전부터 구청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댓글이 지워지고 있다. 지난 10월15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자신의 ‘강남특별자치구’ 발언에 대한 지지여론을 과시하기 위해 구의회 구정질문 때 들고 나간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 24개 가운데 17개가 삭제됐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낸 김갑배 변호사는 9일 “오랜 기간 비방 댓글을 방치하다가 당사자에게 사과 없이 조직적으로 댓글을 지웠다면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증발한 댓글
네이버 아이디 ‘smro****’는 연합뉴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내년 총선 출마 안 한다”’ 기사에 10월14일 오전, 오후 세 차례에 걸쳐 댓글을 달았다가 56일 만에 삭제했다. 그는 14일 오전 11시58분 “오죽했으면 ‘강남특별자치구’라는 말까지 사용했을까요. 그게 과연 본심이었을까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하도 소통이 되지 않으니 답답해서 표현한 말이지요. 그걸 호재 삼아 언론플레이 하며 본질을 호도하는 서울시는 반성해야 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어 같은 날 오후 3시21분 “잠실운동장 개발이야말로 박원순 시장의 공약사업 때문이 아닌가. 자신의 대권 선전용으로 빨리 뭔가 성과를 보이기 위해 선전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썼다. 그로부터 4분 뒤 “서울시는 여론몰이를 그만하고 강남구와 한번 협상이라도 하기 위해 만나라. (중략) 보아 하니 신연희 구청장은 시장과 만나서 대화할 준비가 된 듯한데, 박원순 시장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썼다.
돌연 종적을 감춘 다른 댓글도 서울시 비방과 강남구 칭송이 주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구청 내부자가 작성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삭제된 댓글은 ‘댓글부대’로 지목된 시민의식선진화팀 팀원들이 올린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작성시간도 평일 업무시간에 집중돼 있다. 10월14일 오후 2시48분 “강남구청장님이 이렇게까지 진정성 있게 이야기하는데, 서울시가 왜 문제인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같은 날 오후 2시51분 올라온 댓글에는 “강남특별자치구라는 말이 좀 강하긴 하지만 문구가 그렇게 중요한가?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나. 그렇게 이해하고 사안의 본질을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적혀 있다. 당시 ‘강남특별자치구’ 발언 이후 코너에 몰린 신 구청장의 처지를 의식한 듯 이 댓글은 발언 경위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적 삭제 ‘윗선’ 있나
신 구청장이 구정질문에서 소개하려 했던 옹호 댓글이 ‘댓글부대’ 의혹이 제기된 직후 한꺼번에 사라진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인이 개인적 의견 표명 차원에서 댓글을 달았다면 굳이 지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에 노출된 시민의식선진화팀 소속 김모씨(7급)의 박원순 서울시장 비방 댓글, 팀장 이모씨(6급)의 신 구청장 칭송 댓글은 그대로 남아 있는 점도 석연치 않다.
강남구 관계자는 “구청 직원이 1400명이나 된다. 요즘은 SNS가 발달돼 있고 모든 게 오픈된 시대다. 만약 지시해서 댓글을 달았다면 (얘기가 바깥으로) 안 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구교형·김상범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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