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작품 ‘대작’ 논란에 휩싸인 가수 조영남씨가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그가 주장한 ‘미술계의 관행’은 윤리적 문제를 넘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져가는 모양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은 29일 전업화가들이 조씨의 행위가 관행이 아니라며 분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 조씨가 그의 그림을 도와준 송기창 화백에게 그림 한 점에 10만 원 정도만 주면서 본인의 작품이라고 판 그림은 5~6점에 1억 원의 비싼 값에 팔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한 조씨의 작품 구매자는 ‘2580’과 인터뷰에서 “돈이 1억 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다. 일부분은 안 가져왔으니까 내가 두 점만 가져왔고 다 가져오지 않은 상태고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다.
29일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송 갈무리. |
송 화백은 또 “(하나에 10만 원씩) 내가 받는 게 아니라 그 사람(조씨)이 정해서 주는 거”라며 “‘택시 운전사가 요즘 얼마 받는 줄 아냐?’면서 ‘지금 이게 까분다’고 뭘 던지려고 그러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씨의 대작 논란은 지난 17일 그가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내외 작가들이 대부분 조수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하며 이는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강변하면서 더욱 불거졌다.
조씨는 17일 YTN과 인터뷰에서 “전혀 창의력과는 그 친구(송 화백)는 전혀 관계 없고 이건 100% 내 작품이고 내 새끼들이고 내가 창작한 것”이라며 “내가 잘못한 것은 내가 책임진다는 뜻이다. 법적으로 사기라고 인정되면 내가 사기 친 놈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가로 그림당 1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는 송 화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이런 내용은 검찰 조사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7일 YTN 리포트 갈무리. |
‘2580’은 이어 “팝 아트 등장 이후 작품의 주인은 개념을 제공한 사람이란 게 일부 평론가들의 주장이다. 실제 앤디워홀 등 현대 미술 유명 작가들은 작품의 개념만 잡은 뒤 제작 조수들에게 맡기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에게 조수와의 협업은 비밀이 아니었다. 많은 작가들은 조영남 작품은 실제로 그림을 그린 사람의 감성이 들어간 회화인 만큼 작품을 완성하는 지극한 노동이야말로 작품의 실체라고 반박한다”고 전했다.
유수연 서울국제공예아트페어 조직위원은 30일 아이즈에 실린 칼럼에서 “조영남이 말한 ‘관행’은 회화가 아니라 개념 미술에서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회화는 작가가 콘셉트를 제공한 것이 초기 작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작업 과정을 조수에게 맡기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은 “고흐의 작품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고유한 작풍이, 다른 누군가가 그를 대신해 만든 것이라면 과연 그 작품들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었겠느냐”며 “그는 조수를 쓴다는 사실부터 공개하고 조수를 써서 그림들을 완성하는 것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은 조씨가 판매한 대작 그림이 20여 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송 화백 외에 추가로 확인된 대작 화가가 조씨에게 준 그림이 몇 점이나 되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씨에게 사기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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