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순방 3국서 시범
보건·음식·문화차량 등 10대로
비빔밥·K팝영상 등 제공
정부 “찾아가는 서비스”

국제개발협력 단체 “낯뜨거워”
“월1회 음식으로 사망률 낮추나”
국제 원조규범에도 배치
“한국자랑 쇼일 뿐 원조 아냐”
박근혜 대통령과 마가레트 케냐타 케냐 영부인이 지난 5월 31일 나이로비 케냐 국제컨벤션센터(KICC)에서 열린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 시범 운영 행사에 참석해 음식 차량의 조리사 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나이로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마가레트 케냐타 케냐 영부인이 지난 5월 31일 나이로비 케냐 국제컨벤션센터(KICC)에서 열린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 시범 운영 행사에 참석해 음식 차량의 조리사 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나이로비/연합뉴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새로운 한국형 개발협력(ODA) 모델’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코리아 에이드’(Korea Aid)가 국제개발협력 관련 단체의 격한 반발에 부닥쳤다. 정부는 이 사업을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3대 성과로 꼽지만, 개발협력 단체들은 “한국 자랑하기 쇼일 뿐 원조가 아니다”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더욱이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코리아 에이드’는 5월 초까지만 해도 정부의 2016~20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라,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급조된 이벤트라는 비판이 거세다. 코리아 에이드는 올해 초 박 대통령이 직접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5월25일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최빈국 및 취약계층이 많은 아프리카 지역의 개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보건·음식·문화 차량을 활용한 이동형 개발협력 사업인 ‘코리아 에이드’를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코리아 에이드를 △개발협력+문화 △보건·음식·문화 요소 포괄 △찾아가는 서비스를 갖춘 “새로운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이라 규정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순방한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3국에 나라별로 ‘보건 3대(검진차량 1, 앰뷸런스 2)+음식 4대(푸드트럭 3, 냉장트럭1)+문화 1대(영상차량)+지원차량 2대 등 모두 10대의 차량’으로 이뤄진 코리아 에이드를 시범실시했다. 음식은 비빔밥 등 쌀음식 위주로, 문화는 평창겨울올림픽과 케이팝·비보이 등 한국 문화 영상 중심으로, 보건은 태아 영상사진과 보건키트 등을 제공했다. 박 대통령은 5월27일(현지시각) 아프리카연합(AU) 특별연설에서 코리아 에이드를 “아프리카 주민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이라 강조했고, 순방 3국의 첫 시범사업 현장을 참관했다. 정부는 앞으로 월 1회 시범사업을 벌이다 2017년 하반기에 전체 차량을 이들 3개 국가에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디에이워치(ODA Watch)·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원조의 취지와 국제규범을 무시한 낯뜨거운 일회성 이벤트이자 한국 원조의 망신”이라거나 “한국 국제개발협력 역사의 퇴보”라며 “즉각 폐기”(참여연대)와 “전면 재고”(오디에이워치)를 촉구했다. ‘월 1회 음식 제공으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나?’ ‘앰뷸런스 한 대로 뭘 할 수 있나?’ ‘평창올림픽과 케이팝을 알리는 데 왜 정부의 홍보예산이 아닌 개발협력자금을 쓰나?’ 따위의 비판이 코리아 에이드에 쏟아진다.
특히 두 지점이 문제다. 첫째, 한국이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계기로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거듭난 뒤 국제사회의 원조 규범에 따라 체계적인 개발협력 시스템을 마련하려 애써온 역사의 명백한 퇴보라는 지적이다. 국제개발협력의 기본 원칙을 명시한 ‘2005년 원조 효과성 제고를 위한 파리 선언’은 원조를 주고받는 나라의 “상호책임성·투명성 확립” 여부가 “개발협력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발협력은, 원조를 받는 나라의 개발전략 등을 기본으로 삼아 해당국의 정책 주도성과 주인의식을 높여야 하며(상호책임성 강화) “국민의 지지 확보·강화에 투명성이 필수 요소”라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한국 등 국제개발협력 참여 국가와 단체들은 기존의 이벤트성 사업이나 건물·물품 등 하드웨어 제공 사업을 넘어, 원조를 받는 나라의 시스템과 인적 역량 등 소프트웨어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활동 원칙을 개선해왔다.
둘째, 체계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낙하산식 급조 이벤트’라는 비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5월30일 제2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20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을 확정하며 “코리아 에이드 등 주요 사업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회의 안건 문서에는 ‘코리아 에이드’나 ‘이동형 프로젝트’ 등의 사업 계획·방향 관련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 이영아 활동가는 “한국의 개발협력 사업이 코리아 에이드 식 이벤트에 휩쓸려 퇴보하는 사태를 막으려고 관련 단체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