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부채비율 7300% 등
조선 해운 5社 여신 26조 넘는데
채권은행은 이중 97%를 ‘정상’ 분류
최악땐 금융권 전체 시스템 붕괴 우려
해운사여신/2016-05-31(한국일보)그림 2해운사여신/2016-05-31(한국일보)
해운업황 악화로 부실에 허덕이던 창명해운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체 여신의 약 97%(4,991억원)가 ‘정상’으로 분류됐다.
4개월 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여신 등급은 ‘회수의문’으로 세 단계나 추락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주채권은행인 농협은행은 올 1분기에만 대손충당금을 무려 1,994억원 쌓아야 했다.
조선업 부실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7,300%. 빚이 자기자본보다 무려 73배나 많다. 통상 적정수준으로 평가되는 200~400%를 훌쩍 뛰어넘는다.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을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작년까지 3년 연속 1 미만이다. 즉,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대부분 채권은행은 대우조선 여신을 지금까지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만약 대우조선이 창명해운의 전철을 밟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채권은행들이 쌓아야 하는 추가 충당금은 6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재무상황과는 전혀 동떨어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분류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자칫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라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5단계로 분류한다. 연체나 부도 여부, 미래의 채무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은행이 결정하는데, 은행들은 이런 분류에 따라 0.85%(정상)부터 100%(추정손실)까지 대손충당금을 쌓아 향후 발생할 부실에 대비한다.
문제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당장 부도를 맞아도 이상하지 않은 기업 여신에 대해서도 매우 낙관적으로 분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구조조정 1순위인 조선ㆍ해운업체 5개사(대우조선ㆍ한진중공업ㆍ현대상선ㆍ한진해운ㆍ창명해운)에 대한 은행권의 총 신용공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조4,200억원인데, 이중 97%에 달하는 25조6,000억원이 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으로 분류돼 있다. 미래의 부실 가능성을 감안한 요주의(4,469억원)나 고정(3,909억원), 회수의문(150억원)으로 분류된 여신은 미미하다. 이들 업체에 대한 여신이 구조조정 여파로 정상에서 고정으로 두 단계 내려갈 경우 채권은행이 쌓아야 하는 추가 충당금은 3조원, 회수의문으로 분류될 경우 추가 충당금은 7조9,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이런 분류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은행들도 인정한다. 특히 회계법인의 장밋빛 실사 결과 뒤에 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은 삼정KPMG에 실사를 맡긴 결과 대우조선의 손상비율(충당금 적립 비율)이 0%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받았다. 채권은행 고위 인사는 “실사 결과를 그대로 따라 여신 분류를 한 것인데, 솔직히 실사 자체가 부풀려진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 다른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등의 건전성 분류가 ‘정상’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라며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이 건전성 분류를 다시 하려고 하면 오히려 튀지 말라며 눈치를 주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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