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진입할 때 나는 굉음이 너의 비명소리처럼 들려 가슴이 아프다. 그곳에선 컵라면 말고 고기 먹어.”
19살 청년 김모군이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붙인 포스트잇 글들은 가슴을 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한 시민은 지하철의 굉음이 김군의 비명처럼 들린다며 저세상에서는 ‘컵라면 대신 고기를 먹으라’며 명복을 기원했습니다.
아마도 비정규직 노동자인 듯한 시민은 ‘저는 이번엔 그저 운이 좋았던 겁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위험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현실속에서 일어난 이번 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낀 것이죠.
오늘 아침에도 남양주의 한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폭발사고로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 노동자 4명이 숨졌습니다. 툭하면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한민국은 너무 위험한 사회가 돼버렸습니다. ‘대한민국 자체가 세월호’라고 쓴 포스트잇이 눈길을 끕니다.
‘돈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는 글귀.
‘우리 아들 딸 아버지가 죽어갈수록 재벌과 정치인 배는 불러간다’
‘하늘에서는 좋은 일만 있을 거에요’
‘청춘은 쓰고 버려질 기계가 아니다’
‘이젠 아무도 죽음의 문으로 들어가지 않아요. 당신이 수리해준 덕분에.’ 고인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한 포스트잇이 많지만 이렇게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표시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침묵해서 죄송합니다’
김씨가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던 구의역 현장은 이렇게 수십장의 포스트잇과 국화,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품을 찍은 사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포스트잇을 바라보는 한 승객의 뒷모습이 진지합니다. 시민들의 염원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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