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진단과 해법이 따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정 원내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저성장·양극화 시대에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진단을 내놨지만 그 해법으로 △정규직의 양보 △노동개혁 △중향평준화를 내놨다.
야당과 노동계는 이 대표연설문에 “진단은 맞지만 해법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표연설 가운데 대기업 노동자들의 고액연봉 때문에 비정규직의 처우가 좋지 않다는 부분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 3가지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먼저 양보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의 오너나 경영진,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그리고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의 연봉은 평균 1억을 넘습니다. 하위 90%에 속하는 사람들은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들입니다. 이들의 연봉은 2000만에서 3000만 원 정도입니다.” (정진석 대표 연설 가운데)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이는 전형적으로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주장이다. 정 원내대표의 말대로 정규직 노동자의 연봉이 1억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봉이 2000만원일 경우 평균 격차는 5배다. 30대 그룹 오너, 경영진과 대기업 노동자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해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CEO와 일반 직원 간 연봉격차는 삼성전자의 경우 142배, 현대의 경우 132배, 평균 30배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차이는 평균 5배라지만 노동자와 CEO의 차이는 30~142배다.
먼저 양보를 할 대상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큰 차이보다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의 상대적으로 적은 차이를 부각해 노노갈등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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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서울메트로 사건은 월급 많이 받은 퇴직자 때문이다?
“구의역 사건은 정규직에 대한 과다한 보호가 비정규직에 대한 수탈로 이어지는 노동시장의 이중성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은 월 44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들에게 과도하게 떼 주다 보니 김 군과 같이 현장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의 월급은 144만원에 불과했습니다. 2인1조로 일하기가 불가능한, 적은 인원만 채용하게 된 것입니다.” (정진석 원내대표)
▲ 한 시민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이후 사고 장소 '9-1' 승강장에 붙은 추모 메세지를 읽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이는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2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전적자들이 440만원을 받는 이유를 쏙 빼놓고 이들을 참사의 원인이라고 규정하며 진짜 주체를 빼놓고 노동자를 주범이라고 내몰고 있다”며 “전적자들이 440만원을 받는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정기간의 임금 보존을 위한 것이었고, 진짜 원인은 서울메트로에서 업무를 외주화 시키고 비정규직을 확대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위 ‘메피아’란 사건의 원인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전임 서울시장들, 서울메트로와 고위 관료들이 업무 외주화를 하면서 고령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을 강요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연설은 이러한 점에서 차별의 구조를 만든 주체는 빼놓고 이 구조에서 겨우 살아남은 노동자들을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사실관계 왜곡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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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상향평준화가 비정규직도 연봉 1억 받게 하자는 것?
“격차가 너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좌파 진영과 그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처지가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만들고, 이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주어야 한다’ 이른바 상향평준화입니다. 기아자동차 2차 협력업체 직원도, 1차협력업체 직원도 기아차의 정규직으로 만들어, 1억 연봉을 주자는 이야기입니다.“ (정진석 원내대표)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과 악수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이에 시민사회의 주장을 왜곡하고, 틀린 해법을 내놓은 주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자는 것이 곧 ‘비정규직도 연봉 1억원을 주자’라는 주장으로 왜곡됐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안정적인 고용형태와 최소한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처우를 주장하는 것이지, 연봉 1억원을 달라는 주장이 아니다”라며 “집권여당이 비정규직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을 생각은 안하고 노동계를 비난하기 위해 속물적 주장을 하는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법으로 내놓은 ‘노동개혁’도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진석 대표가 소위 노동4법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자고 했지만 파견법 하나만 보더라도 파견업종을 220개로 확대해 440만명의 파견노동자를 만들 뿐이다”라며 “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고착화하고 심화시킬 뿐이며, 다른 3법들도 개혁과는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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