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리틀 밀턴의 한 투표소. © AFP=뉴스1 |
영국 유권자들이 23일(현지시간) 투표소로 향한 가운데 유럽연합(EU) 대표부는 불과 한달 전만 하더라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가능성에 마음 졸이며 대비하고 있다. 바로,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다.
최근 몇주 동안 터져나온 회의적인 발언은 이 같은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의 EU 탈퇴는 "서방의 정치 문명"을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EU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유사한 국민투표 요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몇몇 국가들은 확실히 존재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가별 상황을 점검했다.
◇스웨덴
스웨덴은 자국을 스칸디나비아의 영국으로 여긴다. 유로화 도입을 거부했다. 또 EU 정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이슈 가운데 대략 90%에서 영국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이로 인해 브렉시트는 스웨덴에서 우려를 낳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스웨덴은 지난해 수십만명의 난민을 수용했지만 이들을 사회로 통합시키는데에서 애를 먹고 있다. 이와 맞물려, 스웨덴 극우 정당은 세력을 키워왔다. 이는 친(親) 브렉시트 영국독립당(UKIP)의 부상을 연상시킨다.
◇덴마크
덴마크는 충격이 훨씬 더 제한적인 것이었지만 지난해 12월 국민투표를 치렀다. 그 결과, EU에 권한을 추가로 양도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것만으로 덴마크가 EU 탈퇴를 진실로 원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스웨덴의 사례에서처럼 2가지 관점이 특히 유권자의 태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선, 다수의 덴마크 국민들은 난민의 추가 유입이 복지 시스템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영부인 서맨사가 23일(현지시간) 런던 투표장에서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표를 던졌다. 이날 시작된 국민투표는 오후 10시(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까지 지속되며, 그 결과는 다음날 새벽에 드러날 전망이다. © AFP=뉴스1 |
둘째, 덴마크는 현재까지 EU와의 협상에서 강한 동맹인 영국에 의존해왔다. 덴마크와 영국은 EU 이슈에서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기 대문이다. 영국이 탈퇴하면 EU에 대한 반감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리스
그리스 정부의 부채 위기는 공공 토론의 핵심 주제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부채 위기는 조만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리스 매체 카티메리니는 부채 위기가 브렉시트와 결합하면 EU 내 그리스의 지위는 위협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그리스의 큰 우려는, 영국 투표에서 탈퇴 측이 승리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그리스의 입지를 단단하게 해야 한다는 유로존의 결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고 진단했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업체의 리서치 디렉터 볼프강 피콜리는 "여러 방면에서 그리스는 보다 통합된 유로존 내에서 고통 분담에 의존한다. 하지만 이 같은 구도는 브렉시트 이후에는 바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네덜란드
네덜란드 신문 알헤멘 다흐블라트는 이날 영국의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 국민들에게 분명히 메시지를 전했다. 1면 기사 제목은 "이런 방식으로 나를 떠나지 말라"였다. 하지만 이것은 다수의 네덜란드 국민들이 EU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극우정당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브렉시트 지지를 밝혔으며, 네덜란드에서도 유사한 선거가 치러지길 바라고 있다. 그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한 국가로서 생존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이민자와 이슬람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우리는 이것을 EU 내에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헝가리
EU 회의주의자로 알려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자신에게 인사했을 때 "안녕, 독재자(dictator)"라고 말했다. TV 카메라는 이 상황을 담았다.
불화에도 불구하고, 오르반 총리는 영국에 대해 EU에 잔류하길 촉구했다. EU통합에 회의적인 영국이 헝가리에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 AFP=뉴스1 |
오르반 총리는 EU의 통합을 훼손시킬 수 있는 국민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난민 수용과 관련해, 각국 의회의 동의없이 EU가 난민을 각국에 재할당할 수 있느냐를 놓고 국민투표를 부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프랑스는 EU 회의주의 성향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이달에 발표된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EU에 대한 반감은 61%를 기록했다.
독일과 더불어, 프랑스는 유럽 대륙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경제력 약화와 높은 테러 위협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들 문제의 일부는 EU 혹은 EU 회원국들이 만든 여건에서 비롯됐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예를 들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경기후퇴(리세션) 이후 적극적으로 긴축 정책을 추진해왔다. 독일과 달리, 프랑스는 저상장과 높은 실업률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또 다수의 프랑스 국민들은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시리아 난민들에 국경을 개방했을 때 불신을 갖고 이를 지켜봤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총선에서 극우 정당들이 더욱 기세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브렉시트 지지 입장이며, EU 회원국은 모두 유사한 국민투표를 치러야 한다고 최근 주장했다.
최종일 기자(allday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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