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ㆍ님 행진곡·‘종북척결’ DVD…보훈처 이용해 ‘국론 분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갈등의 인물’로 정치권 논쟁의 한가운데 다시 서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20일 3번째 해임촉구결의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하면서다. ‘여소야대’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여야의 협치를 시험대에 올리는 ‘문제적 인물’이 된 것이다.
박 처장이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2월 부임한 이후 이념 성향을 강하게 표출하면서 보훈처는 끊임없이 구설에 휘말려 왔다. 제창곡이었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곡으로 만들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이데올로기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국론을 분열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박 처장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사가 중요해서” “국민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며 ‘국민’을 앞세웠지만 그 근거로 보훈처를 통해 국고 지원을 받는 보훈단체들의 반대를 들었다.
보훈처 안팎에서는 순국선열을 기리고 국가유공자들을 도우는 게 존립 목적인 보훈처를 이념 대결에 앞장서도록 만들면서 ‘박승춘을 위한 보훈처’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그의 취임 이후 보훈처는 ‘종북세력이 제도권과 정부 내부에 침투해 친북 활동을 민주화로 미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DVD 동영상을 제작 배포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보훈처는) 이념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의 막무가내식 행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정감사 때 “서면보고를 하기 싫으니 구두로 하겠다”고 고집부리다가 회의를 중단(201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시켰는가 하면 2014년 11월엔 국회 정무위원장실을 찾아가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 사업비’ 3억원 삭감에 항의하며 탁자를 내리치고 고함을 지르는 등 소란을 벌였다. 지난 3월에는 ‘만찬 선약’을 이유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지각, 출석하는 바람에 보훈처 소관 11개 법안 처리가 무산되기도 했다. 박 처장은 보훈처가 관리·감독하는 재향군인회의 방만 경영을 방조하고 향군 회장 비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비판을 받다가 지난 4월15일로 예정됐던 향군 회장 선거를 갑작스럽게 중단시켜, 특정 인물을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처장은 육군사관학교(27기)를 졸업한 3성 장군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5년 넘게 정부 최장수 기관장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는 2004년 7월 군 정보 최고책임자인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남북 경비정의 교신 내용을 보수언론 기자 3명에게 전달했다가 기무사 조사를 받고 자진 전역했다. 이후 2007년 박근혜 캠프에 몸을 담았다가 2011년 보훈처장에 임명됐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님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국지전’이고 이번 ‘공수부대 행진 건’은 (박 처장이) 확전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박 처장이) 보훈처를 앞세워 국론을 통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그로 인한 반사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박 처장으로 인해) 역으로 ‘진보’가 아닌 ‘보수’가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국회의 일”이라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박 처장이 이토록 오래 보훈처장직에 있는 것 자체는 결국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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