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위안부 합의가 조약이라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정치적 언약'이라면 외교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30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국제법상 효력이 있는 조약이라면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은 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반대로 조약이 아니라면, 일본은 위로금 10억 엔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녀상 철거' 같은 징표를 요구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 변호사는 "위안부 할머니는 국제 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의 청구권자로서 이 협상을 뒤집을 수 있다.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합의는 국가가 체결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게 또 하나의 외교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합의에 대해 송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극단적으로 포기했다"고 평가하면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계약 내용은 변호사 생활 15년을 하면서 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야말로 '굴욕 외교'라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게다가 이번 합의는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법이 규정한 반인권적인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는데, 그보다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의 '식민 지배 피해'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변은 이날 외교부에 한일 양국이 체결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위안부 합의가 국제법상 '조약'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교환한 문서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송 변호사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 이번 합의가 '국제법상 조약'인지, '정치적 언약'인지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나?
송기호 : 조약이라면 국가적인 의무가 발생하고, 단순한 정치적 언약이라면 발표문을 따를 법적인 의무는 없다. 또 조약이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조약의 체결과 공포 절차를 따라야 한다. 즉, 국회 동의와 법제처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법률상 공포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단순한 정치적 언약이라면 그렇지 않다.
만약 한일 정부가 이번 합의를 조약 형식이라고 주장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심각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생긴다. 이제라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서 조약으로서 유효한 '비준'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감이다.
반대로 한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정치적인 언약이라고 주장한다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과 모순된다. '최종적'이라는 것은 이 합의 외에 추가적인 다른 구제를 포기한다는 것이고, '불가역적'이라는 것은 이 합의를 취소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위안부 할머니가 가진 손해배상 청구권, 우리 정부가 가진 국제 인권법상 조치를 요구할 권리들을 다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주권 제약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 헌법상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이어야 한다.
프레시안 :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합의 형식으로 '공동 선언문'이나 '성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송기호 : 단순한 정치적 언약이라면 발표문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다. 다만, 새로운 외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쉽게 말해 양국이 합의를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적 언약으로 담기에는 대단히 극단적인 형태의 권리 포기이기 때문이다.
이 합의가 '정치적 언약'에 불과하다면, 일본은 뭘 믿고 10억 엔을 내놓겠나? 당장 내년 예산으로 (위안부 위로금) 10억 엔을 의결해야 하는 일본 국회로서는, 이 문제가 영원히 해결된다는 담보를 요구할 것이다. 10억 엔을 내는 전제로 소녀상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 (☞관련 기사 : 일본, 소녀상 철거해야 10억 엔 준다?)
우리 정부 처지에서 보면, 일본이 "사죄와 반성"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만약에 아베 총리나 일본 각료가 이를 부인하는 발언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 어떻게 되나? 일본은 국제법적 의무를 져야 하나? 이것도 또 다른 분쟁이 될 것이다.
결국 양국 사이에 극단적인 혼미 상태가 생길 것이다. 서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도덕적인 죄의식을 떨쳐내고 더 뻔뻔하게 나올 수 있다. 오히려 자기들이 한국을 신의 없는 국가라고 얘기하며 공세를 펼 것이다. (☞관련 기사 : 아베, "한국, 약속 어기면 국제사회에서 끝난다")
"위안부 문제 없는 독도 문제, 식민 지배 피해 말할 수 있겠나?"
프레시안 : 이번 합의로 일본 식민 지배에 대한 한국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나?
송기호 : 한국의 과거사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위안부 문제, 둘째, 독도 문제, 셋째, 강제 노역 배상 문제다. 강제 노역 배상 문제는 법원에서 액수는 적었지만, 임금을 받는 등 약간의 진척이 있었다.
남은 것은 위안부와 독도 문제다. 한국 정부는 이 두 문제를 일본이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제국주의적이고 비인도적인 행동을 했다는 틀로 묶어야 한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를 극단적으로 포기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계약 내용은 변호사 생활 15년을 하면서 본 적이 없다.
이제 독도 문제만 달랑 남았다. 두 문제 중에 위안부 문제가 없어지면, 독도 문제는 단순한 국가 간 영토 분쟁으로 격하될 가능성이 있다. 위안부 문제는 유엔 인권위원회가 '성 노예'라고 인정한, 가장 본질적이고 양도 불가능한 핵심적인 가치에 대한 문제다.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법이 규정한 반인권적인 범죄 행위에 대해 이런 식으로 처리했는데, 독도 문제는 국제 범죄도 아니다. 그런 독도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의 '식민 지배 피해'를 얘기할 수 있겠나? 과거사 문제로 접근할 수 있겠나? 이는 우리 정부의 독도 문제에 대한 협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 합의 뒤집을 권한 있다"
프레시안 : 이번 합의가 국제법상 조약이 아니라면,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인' 해결이라는 문구가 있어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를 뒤집을 수 있나?
송기호 : 그렇다. 할머니들에게는 뒤집을 권한이 있다.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국가가 약속으로 체결할 대상이 아니다. 설사 국가가 다른 나라와 조약 형식으로 체결했더라도 하더라도, 할머니들이 가진 본질적인 인권을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할머니들이 청구권을 가진다는 점은 양국 간에 또 하나의 쟁점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우리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송기호 : 일단 정직해야 한다. 합의문이 있다면 공개하고, 교환한 서한이나 각서도 공개해야 한다. 합의의 객관적인 실체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만약 이게 조약이라면 법을 위반한 정부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뉘우칠 수 있다면, (그런 행동을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지만 파기해야 한다.
만약 이 합의가 '정치 언약' 체결이라면 말 그대로 혼미한 상태가 될 것이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합의에 굉장히 극단적인 형태 내용을 정치 언약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한일 관계는 더 악화할 것이다. 오히려 체결하지 않느니만 못한, 더 나쁜, 극단적인 불신이 발생할 것이고, 그러면 그런대로 정부는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30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국제법상 효력이 있는 조약이라면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은 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반대로 조약이 아니라면, 일본은 위로금 10억 엔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녀상 철거' 같은 징표를 요구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 변호사는 "위안부 할머니는 국제 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의 청구권자로서 이 협상을 뒤집을 수 있다.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합의는 국가가 체결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게 또 하나의 외교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합의에 대해 송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극단적으로 포기했다"고 평가하면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계약 내용은 변호사 생활 15년을 하면서 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야말로 '굴욕 외교'라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게다가 이번 합의는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법이 규정한 반인권적인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는데, 그보다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의 '식민 지배 피해'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변은 이날 외교부에 한일 양국이 체결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위안부 합의가 국제법상 '조약'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교환한 문서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송 변호사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 이번 합의가 '국제법상 조약'인지, '정치적 언약'인지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나?
송기호 : 조약이라면 국가적인 의무가 발생하고, 단순한 정치적 언약이라면 발표문을 따를 법적인 의무는 없다. 또 조약이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조약의 체결과 공포 절차를 따라야 한다. 즉, 국회 동의와 법제처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법률상 공포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단순한 정치적 언약이라면 그렇지 않다.
만약 한일 정부가 이번 합의를 조약 형식이라고 주장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심각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생긴다. 이제라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서 조약으로서 유효한 '비준'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감이다.
반대로 한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정치적인 언약이라고 주장한다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과 모순된다. '최종적'이라는 것은 이 합의 외에 추가적인 다른 구제를 포기한다는 것이고, '불가역적'이라는 것은 이 합의를 취소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위안부 할머니가 가진 손해배상 청구권, 우리 정부가 가진 국제 인권법상 조치를 요구할 권리들을 다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주권 제약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 헌법상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이어야 한다.
프레시안 :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합의 형식으로 '공동 선언문'이나 '성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송기호 : 단순한 정치적 언약이라면 발표문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다. 다만, 새로운 외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쉽게 말해 양국이 합의를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적 언약으로 담기에는 대단히 극단적인 형태의 권리 포기이기 때문이다.
이 합의가 '정치적 언약'에 불과하다면, 일본은 뭘 믿고 10억 엔을 내놓겠나? 당장 내년 예산으로 (위안부 위로금) 10억 엔을 의결해야 하는 일본 국회로서는, 이 문제가 영원히 해결된다는 담보를 요구할 것이다. 10억 엔을 내는 전제로 소녀상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 (☞관련 기사 : 일본, 소녀상 철거해야 10억 엔 준다?)
우리 정부 처지에서 보면, 일본이 "사죄와 반성"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만약에 아베 총리나 일본 각료가 이를 부인하는 발언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 어떻게 되나? 일본은 국제법적 의무를 져야 하나? 이것도 또 다른 분쟁이 될 것이다.
결국 양국 사이에 극단적인 혼미 상태가 생길 것이다. 서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도덕적인 죄의식을 떨쳐내고 더 뻔뻔하게 나올 수 있다. 오히려 자기들이 한국을 신의 없는 국가라고 얘기하며 공세를 펼 것이다. (☞관련 기사 : 아베, "한국, 약속 어기면 국제사회에서 끝난다")
"위안부 문제 없는 독도 문제, 식민 지배 피해 말할 수 있겠나?"
프레시안 : 이번 합의로 일본 식민 지배에 대한 한국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나?
송기호 : 한국의 과거사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위안부 문제, 둘째, 독도 문제, 셋째, 강제 노역 배상 문제다. 강제 노역 배상 문제는 법원에서 액수는 적었지만, 임금을 받는 등 약간의 진척이 있었다.
남은 것은 위안부와 독도 문제다. 한국 정부는 이 두 문제를 일본이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제국주의적이고 비인도적인 행동을 했다는 틀로 묶어야 한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를 극단적으로 포기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계약 내용은 변호사 생활 15년을 하면서 본 적이 없다.
이제 독도 문제만 달랑 남았다. 두 문제 중에 위안부 문제가 없어지면, 독도 문제는 단순한 국가 간 영토 분쟁으로 격하될 가능성이 있다. 위안부 문제는 유엔 인권위원회가 '성 노예'라고 인정한, 가장 본질적이고 양도 불가능한 핵심적인 가치에 대한 문제다.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법이 규정한 반인권적인 범죄 행위에 대해 이런 식으로 처리했는데, 독도 문제는 국제 범죄도 아니다. 그런 독도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의 '식민 지배 피해'를 얘기할 수 있겠나? 과거사 문제로 접근할 수 있겠나? 이는 우리 정부의 독도 문제에 대한 협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 합의 뒤집을 권한 있다"
프레시안 : 이번 합의가 국제법상 조약이 아니라면,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인' 해결이라는 문구가 있어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를 뒤집을 수 있나?
송기호 : 그렇다. 할머니들에게는 뒤집을 권한이 있다.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국가가 약속으로 체결할 대상이 아니다. 설사 국가가 다른 나라와 조약 형식으로 체결했더라도 하더라도, 할머니들이 가진 본질적인 인권을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할머니들이 청구권을 가진다는 점은 양국 간에 또 하나의 쟁점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우리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송기호 : 일단 정직해야 한다. 합의문이 있다면 공개하고, 교환한 서한이나 각서도 공개해야 한다. 합의의 객관적인 실체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만약 이게 조약이라면 법을 위반한 정부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뉘우칠 수 있다면, (그런 행동을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지만 파기해야 한다.
만약 이 합의가 '정치 언약' 체결이라면 말 그대로 혼미한 상태가 될 것이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합의에 굉장히 극단적인 형태 내용을 정치 언약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한일 관계는 더 악화할 것이다. 오히려 체결하지 않느니만 못한, 더 나쁜, 극단적인 불신이 발생할 것이고, 그러면 그런대로 정부는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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