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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1, 2016

'청년 실업 국가' 일본의 경고 "무업 사회!" [프레시안 books] <무업 사회>

2015년 11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34만 명이다. 청년 1000명 중 81명(청년 실업률 8.1%)이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직업이 없다. 청년 실업률은 사실 현 상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다. 고시생, 구직 단념자 등은 이 통계에 빠져 있다. 같은 기간 45만 명이 넘는 청년이 구직을 단념한 상태다.

실질 청년 실업률이 20%에 달한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2014년 1월 23만 명이던 구직 단념자 수가 채 2년이 안 돼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서울 소재의 명문대를 나왔다선 치더라도, 특정 전공이 아니면 백수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한국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일본은 이처럼 청년이 취업하지 못하는 현실을 '무업 사회'라는 신조어로 설명했다. '한 번 직장을 잃으면, 혹은 적정한 시기에 취업하지 못하면 그 상태를 벗어나기 매우 힘든 사회'라는 뜻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업(無業)'의 정의는 뭘까. 실업은 알겠고, 니트(NEET)도 알겠고, 프리터도 익숙한데, 무업이라는 단어를 정의하기란 좀처럼 쉽잖다. 일본 내각부와 후생노동성은 '15~34세의 비노동력 인구 중 가사도 통학도 하지 않는 자'를 무업자로 정의한다. 2013년 현재 일본의 무업자는 63만 명이며, 인구 중 약 2.3%의 비중을 차지한다. 단순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 젊은 비 취업자를 뜻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런 신조어를 정부 공식 통계로 사용한다는 데서 두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청년 실업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것과, 이른바 '청년'의 연령대를 우리보다 더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늙어가는 일본의 사회 인식(젊은 층의 연령대를 더 넓힘)이 통계에 반영되었고, 프리터 사회가 정착됨에 따라 단순 실업률만으로는 청년층의 어려움을 적절히 통계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업 사회>(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펜타그램 펴냄)는 2013년 <청년 무업자 백서 : 그 실태와 사회경제구조 분석>이라는 책을 내 무업자 현실의 심각성을 일본 사회에 알린 NPO(비영리기구) '소다테아게넷(길러내는 네트워크)'의 이사장 구도 게이와 니시다 료스케 리츠메이칸 대학교 특별초빙 교수가 공동 저작한 책이다. 

면접만 보면 머리가 하얘지는 공포감을 극복하지 못해 히키코모리가 된 청년, 여러 번의 해고로 상처를 입은 후 취업을 포기한 청년, 직원을 물건처럼 부리는 대기업 생활에 환멸을 느껴 꿈을 잃은 청년, 히키코모리 등 소다테아게넷에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의 사례를 수록하고, 이들을 위해 일본 사회, 일본의 비영리기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책 후반에는 소다테아게넷의 프로그램 덕분에 일을 시작하게 된 여섯 청년의 이야기도 수록했다. 

책을 읽으면 일본 사회의 심각성이 생생히 보이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병든 오늘까지 겹쳐 보인다. 일본이 고민하는 이 어려움은 꼭 우리의 어려움과 같기 때문이다. 거대 재벌마저 신입사원까지 무차별적으로 해고하려는 사태가 이미 우리의 현실임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진정 배우고,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은 소다테아게넷으로 대표되는 NPO와 같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체계화된 조직의 존재, 그리고 이들의 축적된 연구 결과다. 소다테아게넷 사무실에는 매일 같이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무업자'들이 온다. 이들 중에는 그냥 대화만 나누고 가는 사람이 있고, 그 중에는 대화에도 참여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다. 

대신 이들은 정해진 목표를 갖고 움직인다. 취업 트레이닝이 그것이다. 단순 노무부터 시작해 취업 알선 프로그램, 재취업을 위한 전문 교육이 이뤄진다. 그리고, 취업 현장과 이들을 연결해 아르바이트로, 인턴으로 취업시킨다. 

그렇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조직은 있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이 무업자를 분류해,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무업 사회>는 구직형(취업할 의사가 있고, 구직 활동을 하는 이)과 비구직형(취업 의사는 있지만, 구직 활동은 하지 않는 이), 그리고 비희망형(취업 의사도, 구직 노력도 없는 이)의 3가지 형태로 무업자를 구분하고, 이들과의 심층 면접 결과 이들 세 유형의 사람이 원하는 바가 각기 다르다는 점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일본 사회에서 심각한 이야깃거리가 되는 적잖은 히키코모리는 비희망형 유형에 속할 것이고, 이들은 단순 취업보다 '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나 '타인과의 연결'을 더 원한다. 이들에게 곧바로 취업을 알선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무업 사회>는 강조한다. 

▲ <무업 사회>(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펜타그램 펴냄) ⓒ펜타그램
이 책이 더 중요한 이유는 무업자로 분류되는 이 중 적잖은 이가 대학 교육 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거나(비희망형의 고학력자 비율이 가장 낮았다), 일반적인 대인 관계에서조차 어려움을 겪는 이였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청년 실업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사회 대부분의 관심은 대졸자로 대표되는 고학력자에 집중되어 있다. 고졸 이하의 학력자는 우리 사회에서 아예 관심 밖의 영역에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일본 사회는 이들의 취업을 위해서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짐작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드러난 우리와 일본의 가장 다른 점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백수가 많다. 현재 취업한 젊은이 중에도 적잖은 이가 미취업 기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는 언론에 나오는 히키코모리형 청춘이나 저학력자 혹은 개인의 사유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볼 때마다 '저들에게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이 책은 그런 나쁜 선입견을 깨주는 통계도 실었다. 직업으로 대표되는 사회와의 교류, 타인과의 교류를 누구보다 갈망하는 이들이 바로 무업자라는 점이 통계로 입증된다.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의 문제는 그 개인에게 돌려서는 안 되며,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방증이다.  

새해에는 우리의 청년 실업 대응 체계가 더 정교하고, 더 세심하며,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기를 기원한다. 이 책은 그 시발점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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