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와 베트남이 24년째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거듭 ‘월남 패망론’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7일 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무서운 것은 내부의 분열과 무관심”이라며 “과거 월남이 패망했을 때도 내부의 분열과 무관심이 큰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월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월남이 패망할 때 지식인들은 귀를 닫고 있었고 국민들은 현실정치에 무관심이었고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았다”며 ‘월남 패망론’을 언급했다. 1975년 정권의 부패와 국론 분열로 남베트남이 북베트남에 무력통일됐던 역사적인 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대한민국은 1992년 베트남 정부의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해 현재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9월 베트남을 국빈방문했으며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 전 주석의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9월8일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경남하노이랜드마크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복ㆍ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 패션쇼에 참석, 인사말을 위해 무대로 나서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뉴시스> |
경향신문은 28일자 사설에서 “베트남전에서 패한 미국 대통령도 이런 말은 쓰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의 인식이 1970년대에서 멈춰 있음을 거듭 확인한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노컷뉴스>에서 “의도와 달리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 소지를 안고 있다”며 “과거 냉전적 사고방식의 산물인 ‘월남 패망’이라는 용어는 현재의 한·베트남 관계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SNS에서도 의견들이 이어졌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패망한 나라를 ‘국빈방문’하는 이적을 일으키신 우리 각하”라고 꼬집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아무 생각이 없으신 분이니 뭘 기대하겠습니까”라고 한탄하며 “발언하실 때마다 불안해서...”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월남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신의 언행이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아는가”, “새마을, 월남패망, 총화단결. 아직도 40년 전에 입에 밴 단어들만 되뇌는 불쌍한 인생. 세상은 그 뒤로 많이 변했다”, “박 대통령의 뇌가 70년대에 멈춰 있음”, “2016년을 사는 시대에 1970년대 사고로 국정운영”,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자력으로 물리치고 통킹만 사건 조작해서 베트남 침략한 미국을 자력으로 물리친 진정한 독립국가인데, 아버지 시절 파월 장병만 머릿속에 그리고 있겠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건지 해가 되는 건지...그 개념이라도 알까”, “이 기사를 베트남 정부와 정치인이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그냥 사고방식이 70년대 화석이라고 보면 된다, 그 화석이 21세기에 창조를 말하니 우스운거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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