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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28, 2016

“월남 패망”…박근혜의 무지와 자해

정치BAR_‘전략적 협력 동반자’ 베트남의 정체성을 부정하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헌법 66조 1항) 헌법이 대통령한테 조약 체결·비준, 외교사절 신임·접수·파견, 선전포고·강화권을 부여한 이유다.(헌법 73조) 헌법이 대한민국 대통령한테 부여한 이런 권한과 임무에 비춰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거론한 ‘월남 패망론’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두 축인 안보와 경제가 비상상황’이라며 “월남이 패망할 때 지식인들은 귀를 닫고 있었고 국민들은 현실정치에 무관심이었고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정권의 부패와 국론 분열로 남베트남이 북베트남에 흡수통일된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며, 대통령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국내정치 상황을 겨냥해 국민·국회·지식인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월남 패망론’은 국내 정치용 발언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민국 정부와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베트남)에 대한 외교적 고려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베트남은 미국을 상대로 한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베트남전쟁)을 통해 남베트남을 흡수통일한 주권국이다. 박 대통령 식으로 말하자면, 월남을 망하게 한 ‘원흉’이다.(사실 ‘월남越南’은 남·북 베트남을 모두 아우르는 한자어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남베트남’을 일컬어 월남이라 한 것도 정확한 용법은 아닌 셈이다)
그 ‘원흉’이 박 대통령의 ’월남 패망론’을 듣고 기분이 어땠을지는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월남 패망론’은 외교·역사·경제(실리)의 세 측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외교. 1992년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한-베트남 양국 정부는 현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 정부가 외국과 맺고 있는 외교 관계 가운데 한-미 동맹 정도를 빼고는 가장 높은 수준의 외교관계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월남 패망론’은 한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베트남의 주권국가로서 정치적 정당성을 정면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전형적인 반외교적 언사다.
둘째, 경제(실리).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주요국 대상 수출이 감소했다. 중국(-5.6%), 미국(-0.6%), 유럽연합(-6.9%), 일본(-20.4%) 등 줄줄이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베트남을 상대로 한 수출은 전년 대비 24.3% 급증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3위 수출국이 됐다. 베트남은 한국의 15번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기도 하다.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이 올해 발효하면 양국의 무역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중요한 무역 상대국을 향한 박 대통령의 ‘망언’에 가까운 외교적 무감각이 양국 관계에 긍정적 기여를 하지 못하리라는 점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9일 오후 하노이 주석궁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9일 오후 하노이 주석궁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셋째, 역사. 한국은 베트남 전쟁 당시 현재 베트남의 적국이던 미국을 도와 한국군을 파병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이 5000명 이상 숨졌다. 그 수보다 훨씬 많은 베트남 사람이 한국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베트남 사이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라는 지울 수 없는 아픈 역사적 상처가 있다. 지금도 베트남 전역에는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세워진 ‘증오비’가 50~60개나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 탓에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호찌민 묘역에 참배하며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고, 2004년 베트남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거듭 사과했다.
박 대통령도 2013년 9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사과’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베트남민족해방투쟁의 지도자이자 정신적 지주인 호찌민 전 주석의 묘소에 참배했다. 박 대통령이 사과는커녕 베트남사람들의 민족적 자부심인 민족해방투쟁을 전면 부인하는 듯한 ‘월남 패망론’을 강조했으니, 이를 베트남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난해 4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주둔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 베트남 사람들한테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모색해온 한국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민간인 학살 피해의 생존자인 응우옌떤런(64)씨와 응우옌티탄(55)씨가 방한 당시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수요시위 현장을 찾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를 만났다. 양국의 아픈 상처를 보듬는 ‘역사적 만남’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한-베트남 아픈 상처를 치유하려는 시민사회의 역사적 화해 노력을 돕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려서야 되겠나?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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