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를 시끄럽게 했던 6.25 전쟁 66주년 기념행사가 거리행진을 취소하고 기념식만을 치르면서 조용히 마무리됐다.
참 다행이다 싶다. 하지만 2013년도에 11공수특전여단이 금남로를 활보했다는 사실은 광주 시민들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하고, 뼈아프게 반성할 일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치욕스런 일이 광주에서 벌어지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보훈처가 거리행진을 최종적으로 취소하기 전까지 뻔뻔한 태도를 보인 이유도 바로 지난 2013년 제11공수특전여단이 참가한 광주시내 거리행진이 아무런 논란 없이 치러진 바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당시 11공수특전여단은 구 전남도청(현 아시아문화전당) 앞에서 집결해 광주공원까지 1.3㎞의 거리행진을 했다.
11공수특전여단은 80년 5·18민중항쟁 당시 5월 21일 진압작전에서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 집단 발포에 직접 참가했다.
당시 금남로 집단 발포로 김완봉(15·당시 중3)군 등 34명이 현장에서 총격으로 사망했다. 또 11공수특전여단은 당시 주남마을 민간인 학살도 저질렀던 부대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사실은 당시 이 거리행진을 31사단이 총괄했다고는 하지만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를 주구장창 외쳐왔던 광주광역시가 유관기관 협의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거리행진 후에 치러진 6.25 전쟁 63주년 기념식에는 강운태 광주시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 각급 기관·단체장들이 자리를 빛내주기도 했다.
이는 올해 논란으로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의 5.18에 대한 역사의식과 5.18을 대하는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가 없었다면 이 거리행진은 광주시민들 모르게 보훈처와 31사단, 광주광역시가 짝짜꿍이 되어 2014년과 2015년에도 금남로를 유린했을 터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훈처가 올해 부활시키려고 했던 거리행진을 사전에 막았다는 사실이다.
보훈처가 주최하고 광주광역시와 31사단의 공동 주관 하에 추진하기로 했던 거리행진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반대여론은 들끓었다.
5·18기념재단과 5월 단체들은 보훈처가 보훈 행사라는 명목으로 11공수를 옛 전남도청 앞까지 퍼레이드에 참여시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 자체가 광주 시민들과 역사를 능멸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참여자치21은 광주시가 국가보훈처와 제11공수여단의 6.25 시가행진 계획을 사전 사전협의하며 추진했다는 것은 이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도 없었고, 국가보훈처에 어떤 시정 요구도 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급기야 윤장현 시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기에 이르렀고, 여론에 밀린 보훈처가 거리행진을 취소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윤 시장은 21일 5·18 당시 금남로에서 집단 발포하고 주남마을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전력이 있는 11공수특전여단이 거리행진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 “사전보고 없이 협의가 진행된 것이 시장으로서 곤혹스럽다”면서 “공직자들이 광주정신과 시민정서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시민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보훈처가 거리행진을 취소하면서 이번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의도적으로 5.18을 생채기내거나 폄훼하려는 우익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따라서 광주 시민들은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을 통해 이와 같은 일들이 되풀이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 박용구 시민의소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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