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내용 누설 정황을 보도한 후 이 특별감찰관과 통화했다는 조선일보 기자가 압수수색까지 받게 되자 MBC의 통화 내용 불법 입수 의혹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MBC가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을 진행 중인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정보 누설 의혹을 보도한 이후 줄곧 ‘불법 사찰 및 특별감찰관 흔들기’라는 정치적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도 MBC가 입수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나 지난 19일 청와대가 이 특별감찰관에 대해 “어떤 감찰 내용이 언제 어떻게 유출됐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우 수석 측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조선일보 30일자 3면 |
이어 “이명진 기자는 이 특별감찰관과의 통화 내용을 ‘내부 보고 문건’으로 만든 적도 없고, 담당 부장이나 국장 등에게 문서 형식으로 보고하지도 않았다”며 “다만 현재 법조 취재팀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이 기자는 법조팀 기자 일부에게 이 특별감찰관과의 통화 내용을 요약·정리한 메모를 카카오톡으로 전달했다. 취재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MBC는 지난 16일 유출 내용이 SNS 대화 내용인 것처럼 보도했다가 17일 뉴스데스크에서 “모 언론사 기자가 이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외부 유출된 것을 옮겨놓았다”고 말을 바꿨다.
조선일보는 “본지 법조 취재 기자 일부가 SNS를 통해 공유했던 통화 메모가 통째로 빠져나간 것”이라며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자가 전화 통화 또는 SNS 대화 내용을 몰래 보고 엿듣거나, 당사자 동의 없이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MBC 보도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보도한 정동욱 MBC 기자는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보도와 관련한) 어떤 질문에도 응답하지 않기로 회사 측과 협의를 했다”고 입을 닫았다. 정 기자는 국방부 출입기자로 그동안 우 수석과 관련한 보도를 하지도 않았다. 언론사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담당 기자가 아닌 다른 기자에게 기사를 쓰게 하는 건 취재원을 감출 때 주로 쓰는 방법이다.
16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만약 30일자 조선일보 사설처럼 ‘권력 측이 이 통화 메모를 입수해 방송사에 제공’한 것이라면 검찰은 조선일보 기자의 SNS 내용이 어떤 경로로 MBC에 전달됐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청와대와 MBC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통령비서실에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한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이 있으며 청와대 관련 보도를 담당하고 있는 MBC 정치부의 문호철 부장은 우 수석과 서울대 법학과 1984년 입학 동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참모진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가 우병우 민정수석. ⓒ연합뉴스 |
MBC가 이 특별감찰관의 SNS 대화 내용 유출 수사를 강조해온 만큼 ‘MBC가 누구한테 어떤 경위로 관련 내용을 입수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 국가기관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요구도 타당성이 있다.
조선일보는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검찰이 이 특별감찰관을 수사하려면 맨 먼저 ‘문건’을 공개한 MBC 등을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BC가 ‘SNS를 통해 유출된 문건을 입수했다’고 한 만큼 그 문건의 입수 경위나 유출 경위를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문건’에는 이 특별감찰관의 이름은 물론 대화 상대방이 ‘기자’라는 문구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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