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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3, 2016

악조건 속 세월호 청문회, 기록으로 진실 밝혔다 TRS 분석 통해 정부의 ‘공기주입’ ‘로봇투입’ 거짓말 밝혀낸 3차 청문회…남은 의혹은 특별법 개정이나 특검 해야 규명가능

정부가 조사기간 종료를 통보한 상황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3차 청문회가 끝났다. 특조위는 증인 다수의 불참이라는 한계에도 청문회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여럿 밝혀냈다. 

9월1일~2일 양일 간 열린 3차 청문회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정부 측 증인 다수의 불참이 예견되며 ‘반쪽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특조위가 출석을 요청한 증인 및 참고인 중 해수부, 해경, 해군을 비롯한 정부 기관 관계자들은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특조위는 이에 증인 심문과 함께 불출석한 증인들이 그간 참사현장과 국회에서 한 발언, 검찰 및 특조위 조사 기록 등을 토대로 참사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1일 인사말에서 “증인 대다수가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기존의 청문방식은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이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다양한 청문회 방식과 동영상, 음성녹음, 피피티(PPT)를 통해 증인들이 이곳에 와 답변하는 것처럼 공감하실 것으로 믿는다. 거기서 나오는 진실의 조각을 놓쳐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 1일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에서 참사 당시 및 이후 정부 재난대응 지휘 보고체계에 대한 세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을 띄워 놓고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S 기록에서 드러난 정부의 거짓말

특조위는 기록을 바탕으로 정부의 거짓말을 드러냈다. 2일 오후 청문회에서 특조위가 공개한 TRS 음성파일 분석 결과가 대표적이다. TRS는 ‘Trunked Radio System’의 약자로, 경찰들이 어깨에 차고 다니면서 이어폰을 꽂고 청취하며 교신하는 일종의 무전기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등 범정부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사용한 지휘통제 수단이었다. 특조위는 지난 5월 TRS 음성파일 조사를 위해 해경본청 실지조사를 실시했고 해경본청 내 TRS 서버에 탑재된 하드디스크 3대를 복제했다.
 

특조위의 분석 결과 해경이 발표하고 언론에 보도된 구조현황과 다른 부분이 발견됐다. 해경은 2014년 4월18일 오전 피해자 가족들에게 세월호 3층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탑승자가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던 식당칸에서 공기주입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조위가 공개한 TRS 음성파일에는 이춘재 당시 해경 경비안전국장이 4월18일 10시16분 경 “공기호스를 식당 칸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 되니까 현재 35m 지점에 설치된 그 부근 객실에 공기주입구를 설치하는 걸로 지시가 내려갔다”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생존자가 몰려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식당칸이 아니라 다른 곳에 공기주입이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TRS 분석에 따르면 실제 공기주입이 이루어진 곳은 조타실로 추정된다. 4월18일 11시22분~23분 경 이루어진 TRS 교신음성록에는 해경들이 “제일 위쪽에 구명동 바로 옆에 구멍이 있어서 그 구멍으로 호스 끝단을 넣었다고 한다” “여기는 3009. 구명벌 위치들은 그쪽이 네비게이션 브릿지 데크”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네이게이션 브릿지 데크란 조타실을 뜻하고, 구명동은 구명벌을 잘못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실제로 조타실 내부에 공기가 주입된 것이 아니라 그 근처 어딘가에 급하게 호스만 끼워넣은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종운 상임위원은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공기주입 위치가 처음에는 세월호 3층 식당칸이었는데, 알고보니 좀 더 가까운 지점인 다른 곳에 넣으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실제 주입위치는 조타실로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세월호 특조위 자료 갈무리
사람도 없는 조타실 근처 어딘가에 공기주입을 한 이유는 다른 TRS 기록에서 드러난다. 4월18일 8시50분 경 이루어진 TRS 교신에서 해경은 “지금 목포 3009, 1508, 1019 지금 이렇게 세 군데가 나오고 있다 지금 여기 체육관에서는 화면을 네 개를 띄우고 있다. 그래서 함정 하나를 더 띄워야 되는데” “현재 세 개 함정 이외에 ENG 한 척 더 들어가겠다”라는 대화를 나눈다. 4월18일 09시 14분경 이루어진 교신음성에는 이춘재 국장이 “대책본부에서 지속적으로 세월호 부분 비춰달라고 지속적으로 비춰달라고. 요구사항임”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해경이 긴급한 구조상황 도중에 함정 중에서 위성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1000톤급 이상 함정들을 4척 동원해서 빨리 현장을 비추라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특조위는 공기주입이 청와대 보고를 위한 ‘쇼’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종운 위원은 “300명이 나오지 못한 배가 가라앉아버릴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별다른 준비도 없이 공기주입을 강행하고, 그리고 공기주입 위치도 실종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아니라 공기를 넣기 편한 지점으로 변경했다”며 “해경 지휘부가 공기 주입작업이 매우 부실했음에도 불구하고 1000톤급 이상 해경함정을 4대나 동원해 위성영상으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 전송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바로 청와대 보고를 위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TRS 분석을 통해 정부가 떠들썩하게 발표한 ROV(수중탐사로봇)의 선내진입 성공 발표가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사고해역의 조류가 거세다는 이유로 ROV를 투입했고 2014년 4월21일 오후 3시30분 경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유가족들은 이에 희망을 걸었다.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언론은 일제히 이를 받아썼다.

하지만 특조위가 공개한 4월21일 오전 7시 7분경 TRS 음성파일에는 해경이 “되지도 않은 ROV, ROV 줄하고 엉킬까봐 지금 언딘 셀비지가 다이빙을 못하고 있음” “출수하다가 줄이 엉켜서 지금 어디로 유실됐는지 찾지를 못하고 있음”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같은 날 오후 6시1분 TRS 음서파일에 따르면 구조본부는 3009함에 “ROV가 수색 중단하고 출수한 사유가 뭔지 파악 바람”이라고 말하고 3009함은 “수중탐색했으나 선체 내부 탐색은 실시하지 못함. 선내 진입 못 하고 출수”라고 답했다. 

▲ 세월호 특조위 자료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범대본은 보도자료를 통해 ROV가 선체내부투입에 최초로 성공했으며 선내진입후 수색까지 마쳤다고 밝힌 것이다. 박종운 위원은 2일 청문회에서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언론은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쓰기 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유가족 사찰한 경찰 “강성시위 가담자 있다”

경찰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기록도 새롭게 드러났다. 특조위는 2일 오전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경찰의 활동과 관련된 내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 지원 목적으로 100여명의 사복 경찰이 있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정보과가 2014년 4월20일 오후 5시에 작성한 경찰 내부 보고서에는 “(가족대표 구성) 가족 대표 13명(학부모, 일반, 교사)이 구성되었으며 이중 ‘밀양송전탑’ 강성 시위전담자도 있는 것으로 추정” “향후 보상 등 협상에서 주도적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이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서해해경 정보과가 이틀 뒤인 4월22일 오후 1시에 작성한 보고서에는 “(장례식장에서) 사고 관련 정부 비방 발언 등 특이동향 없음”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경찰은 세월호 참사가 정치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인 4월23일 서해해경 정보과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사고 현장이 야권의 텃밭으로 이번 사고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SNS 의견개진 등을 차단해 민심동요 없도록 대처”라는 대목이 나온다. 4월22일 작성된 경찰청 문건)에는 “사망‧실종자 가족들의 성향 분석을 위해 직‧간접 접촉선 확보 및 강성단체‧불순세력과의 연계를 차단하기 위해 예방정보활동을 강화”한다는 내용까지 나온다.

유가족들도 경찰의 감시를 느꼈다고 증언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가족 권미화씨는 “유가족들이 안산분향소에서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는데 (경찰이) 주차장에서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무전기로 (번호를) 읽어주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가족들은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사찰과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세월호 특조위 자료 갈무리
사라진 CCTV 기록, 생존자들은 “봤다”는데…

진상규명을 위한 중요한 기록이 삭제됐을지 모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참사 두 달 뒤인 2014년 6월 해경과 해군은 세월호 선내에서 CCTV 저장장치(DVR)을 찾았다. 하지만 복원한 영상에는 참사 당일 오전 8시48분까지의 기록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1일 청문회에서는 남아있던 기록과 달리 CCTV가 40~50분 가량 더 작동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류희인 특조위 위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참사 생존자 강병기씨에게 “CCTV 켜져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인가”라고 물었고 강씨는 “9시30분까지 안내데스크에서 CCTV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고 답했다.

비공개 증인으로 출석한 세월호 여객영업부 직원도 ‘배가 기울고 난 뒤 안내데스크에서 CCTV 모니터 화면을 목격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안내데스크 밖으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CCTV는 켜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영상 복원 전문가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대표는 ‘영상 삭제나 편집 가능성이 있나’라는 물음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세월호를 인양한 뒤 다른 장비들을 분석해야 정확하게 (삭제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단정 짓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시곤의 추가 폭로…보도개입은 일상적? 

세월호 참사 당시 이루어졌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대표)의 보도개입을 폭로했던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은 1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길환영 전 KBS 사장의 보도개입을 뒷받침하는 문자메시지를 추가 폭로했다.


이날 공개한 메시지는 2014년 4월23일 자신이 길환영 전 KBS 사장에게 보낸 것으로, “사장님, VIP 아이템 오늘은 뒤로 배치하고 내일부터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자칫 역풍이 불게 되면 VIP께도 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는 내용이다.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1일 세월호 청문회에서 공개한 문자 자료.
박근혜 대통령 관련 아이템 배치를 두고 KBS 사장과 보도국장이 논의한 것이다. 당시는 해경의 세월호 참사 구난 실패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실제 이날 KBS ‘뉴스9’는 뉴스 말미인 32번째 꼭지로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핵 중단을 설득해달라는 내용을 다뤘다.

김 전 국장이 공개한 또 다른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17일 박 대통령 아이템과 관련해 “사장님~ 말씀하신대로 그 위치로 올렸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고, 이에 길 전 사장은 “수고했네”라고 답변했다.

3차 청문회에서 드러난 의혹을 풀기 위해 추가적인 청문회나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거짓말을 드러낸 TRS의 경우 특조위는 100만개 중 약 1만개만 분석했다. 확보한 것 외 나머지를 달라고 제출했으나 해경은 ‘국가기밀’ ‘활동기간 종료’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 청문회가 진행중인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앞 대로변에서 '세월호청문회 시민공동행동' 소속 시민들이 특별법 개정과 특검 도입 등을 요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2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 인터뷰에서 “4차, 5차 청문회도 할 수 있다면 하려고 한다”며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어야 됐는지 이런 부분이 좀 부족한 상태로 끝났다. 때문에 컨트롤타워로써의 역할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실제로 진행된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조사하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개선사항은 무엇인지 이런 부분들도 좀 짚어봐야 된다”고 밝혔다.  

권 위원은 또한 “2차 청문회에서 이제 국정원과 세월호의 관계, 이런 부분도 저희가 문제제기만 했는데 그 부분들에 대해서도 좀 더 조사를 진행한다면 청문회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조위가 청문회를 이어가려면 세월호특별법 개재정이 필수적이다. 특검을 진행하려면 특검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특조위가 찾아낸 진실의 조각들이 여소야대 국회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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