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향해 칼끝을 겨눈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자료 출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자료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수사 중인 검찰이나 사정기관, 청와대 등에서 받은 자료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진태 의원이 폭로한 자료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나 여러 가지 국정 감사, 조사를 할 때 자료제출을 요구하면 검찰이나 사정기관이 수사 기밀 내지는 수사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보는 내용들”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것을 어떻게 입수했느냐, 제보자나 제보기관이 누구냐에 따라서 고도의 기획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유력 언론인’이 대우조선해양에서 향응을 받았다고 1차 폭로한 지난 26일 당시에는 산업은행에서 자료를 제공받았다고 했다. 지난 29일에는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실명을 밝히고 구체적인 자료와 액수, 관련 사진 등을 첨부한 자료를 폭로했다. 김진태 의원은 2차 폭로 자료 출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 “의정활동에 바쁜 와중에 주섬주섬 모은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범계 의원은 관련 자료들이 “대우조선해양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알 수 없는 자료로 매우 프라이빗한 고도의 사적 보안성이 유지되는 자료”라며 “김진태 의원이 산업은행을 최초 입수자로 지목한 것은 맞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말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지금 대검 반부패수사팀에서 오랫동안 수사를 받고 있는데 간 크게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유출하기 어렵다”며 “추측하건데 적어도 사정기관 범위 안에 들어간 사람이거나 기관일 수 있다”고 추론했다.
사정기관 즉 국가정보원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박범계 의원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건에서도 국정원과 교육청, 서초구청 관계자, 청와대 행정관이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례가 있다고 되새기며 “그런 측면에서 김진태 의원이 왜 이렇게 느닷없이 별안간 무리한 일을 했는가 하는 의구심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역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김진태 의원이 사정기관이나 산하기관을 압박해서 받은 자료이거나 청와대가 제공한 것이라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기 자존감을 버린,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치욕스럽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어 “누구의 대리인으로 산다는 것, 누구의 청부를 받아서 폭로전에 개입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의원이 조선일보 전 주필의 비위 의혹을 제기한 이유가 ‘우병우 의혹’ 물타기라는 분석도 있다. 조선일보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행위를 단독 보도하며 ‘진경준-넥센’ 수사에 멈춰있던 검찰 수사를 청와대로 향하게 했다. 청와대가 특정 언론을 향해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판한 시점에 김진태 의원의 송희영 전 주필의 비위 폭로가 이어지면서 이런 의혹이 제기됐다.
김진태 의원은 “우병우 물타기, 우병우 감싸기”가 아니라며 대우조선해양 사건의 파생인 송희영 전 주필 건과 진경준-넥센 비리 수사 연장인 우병우 수석건을 혼동하지 말라고 항변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어떤 종편을 보면 제가 나와 설레발친다고 하는데 제가 (문제제기)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진태 의원은 자료 출처 의혹에 대해 “힘들게 자료 찾고 밝히고 있는데 그런 짓 한 사람이 나쁜가 밝힌 사람이 더 나쁜가. 정 밝히라면 출처를 못 밝힐 이유가 없다”면서도 “내가 의심받기 싫어서 제보자를 밝히면 조선일보가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제게 정보 준 사람이 어떻게 되겠나. 내가 불이익을 받고 가는 게 낫다”고 출처를 밝힐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료 출처로 지목된 검찰 출신이나 수사팀에서 받은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저를 이석수처럼 끌고 가려는 모양인데 수사팀에서 받은 게 아니다. 그 정도 염치는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요청해도 검찰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병우 물타기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우병우로 송희영을 물타기 하지 말라”며 “너무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우병우 감싸기란 말이 나올까 조심스럽다”며 “어느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은 안하는데 분명히 다른 사건으로 가라. 김진태 출처로 물타기 하는 짓 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또 “전반적으로 송희영 사건이나 자료 출처에 대해 야당에서 활발하게 의견 표명하고 성명이 나오는데 우리 당은 너무 점잖게 지키고 있으니 저 혼자만 총대 메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것 만 가지고 혹은 언론이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논평 정도 할 수 있을 거 같고 지도부에서도 점잖게 한마디 하면 좋겠다. 혼자 떨어져 있으면 저도 총알 맞기 쉽고. 어디 하명 받아 하는 거 아니냐는 데서도 당이 목소리 내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당의 지원 부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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