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통해 60억 투자
국정원 직원 영리행위 도마에
과거에도 수차례 문제 드러내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상조단체로 알려진 ‘양우회(전 양우공제회)’가 선박펀드에 투자했다 낭패를 본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양우회는 현직 공무원인 국정원 직원들이 회원인 사단법인이어서 영리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자산운용 회사인 A사는 2008년 7월쯤 준설선 임대사업을 하는 B사로부터 “준설선을 사들여 중국 천진항 준설공사 업체에 빌려주면 임대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업제안을 받았다.
A사는 양우회가 투자한 60억 원으로 선박펀드를 만든 뒤 B사에 자금을 건넸으나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채 중단했다. 손실을 우려한 양우회는 선박대여 회사인 C사를 끌어들였고 C사는 B사와 업무대행계약을 맺고 필리핀의 사철채굴사업에 준설선을 투입하는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이 선박은 2011년 2월14일 기상악화, 예인줄 절단 등의 문제로 오키나와 해상에서 침몰했다.
B사는 이 과정에서 준설선 사고에 대비해 들어둔 보험에서 받은 보상금 58억 원 가량을 C사에게 전부 지급되도록 했고, 손해가 커진 A사는 2013년 두 회사 임직원 4명을 상대로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2014년 4월 한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가 재수사에 나서 지난해 이들을 기소했다. 현재까지 수원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양우회의 투자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적 근거가 없는 공무원의 영리투자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 교원공제회법, 대한소방공제회법, 경찰공제회법 등 개별법령에 의해 설립된 공제회를 제외하고는 영리 행위를 위한 조직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양우회 관련 정보를 ‘기밀사항’으로 분류하고 있어 구체적인 운영기금이나 운영 사례는 베일에 가려져있다.
양우회의 투자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상선을 사서 임대수익을 얻는 선박펀드에 20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같은 해 11월 배가 침몰해 13억여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외 골프장 조성ㆍ운영, 태국 항공기 펀드, 토지 임대사업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양우회는 1970년 중앙정보부 시절 양우공제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지난해 3월부터 현재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단체의 법인 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30억 원이고, 국정원 직원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라고 나와있다. 직원들의 급여 일정액(7% 안팎으로 알려짐)을 떼어 퇴직자 부조금 등으로 지원한다.
지난 19대 국회 때 정보위에서 활동했던 한 의원은 “현직 공무원들이 사단법인을 만들어 수익활동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정원은 그 실체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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