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 작가의 잘가박 프로젝트 1탄 '이하의 아트트럭' 외부 모습 | |
ⓒ 임병도 |
박근혜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제작해 뿌렸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던 이하 작가는 요새 '잘가박 프로젝트 1탄'으로 진행되는 '이하의 아트트럭'을 끌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하의 아트트럭' 외부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을 풍자하는 그림들이 붙어 있습니다.
이하 작가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수차례 기소를 당했는데 합법적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생각하다 '잘가박 프로젝트 1탄, 이하의 아트트럭'을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하 작가는 '잘가박 프로젝트'를 가리켜 "끔찍했던 보수정권 10년 동안 벌어졌던 말도 안 되는 흑역사는 이제는 빨리 가라"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작가는 "'꺼져 박' 이런 식의 버르장머리 없는 말보다는 최대한 예의를 지켜 '잘가박'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은 더 심하게 풍자, 그래도 형사가 찾아오진 않았다"
▲ 광주비엔날레에서 그림이 철거된 홍성담 화백의 소식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 |
ⓒ 뉴욕타임스 캡처 |
2014년 8월 <뉴욕타임스>는 'An Artist Is Rebuked for Casting South Korea's Leader in an Unflattering Light(한국 대통령을 비호감으로 그려 화가 질책받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닭으로 묘사한 그림이 검열 때문에 광주비엔날레에서 철회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홍승희씨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재물손괴나 도로교통방해 혐의 입증을 위한 질문보다는 '박근혜 정부를 싫어하는지' '어디 소속인지' '깃발은 어디 것인지' 등을 추궁 받았다"고 합니다.
▲ 참여정부 시절에는 KBS 2TV <폭소클럽2>의 '응급시사',서민이를 살려주세요','뉴스야 놀자'와 MBC <코미디 하우스> '10분 토론',<개그야> ‘뽀뽀뽀 유치원 회장선거’와 SBS 버라이어티 쇼 <라인업>까지 TV에서 손쉽게 정치 풍자 코미디를 볼 수 있었다. | |
ⓒ 임병도 |
참여정부 시절 방송 3사에서는 정치 풍자 코미디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코미디에서 정치 풍자 코너가 대거 등장한 이유에 대해 당시 KBS 김웅래 제작위원은 "참여정부가 등장하면서 코미디 소재의 제한이 많이 풀린 게 원인"이었고, "제작진의 체감지수가 높아 어느 시기보다 코미디가 꽃 피울 환경"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2014년 10월 22일 미방위 소속 의원들은 KBS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을 찾아 개그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개그맨 김준호씨는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몇 년 전에는 정치나 사회적 풍자를 신랄하게 했었는데 (이제는) 좀 어렵다…"며 정치 풍자 개그의 어려움을 말했습니다.
개그맨 김준호씨의 얘기에 미방위 국회의원들은 "더 세게, 많이, 더 신랄하게 해도 된다"고 했지만 역시나 그로부터 1년 뒤인 2015년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은 정부의 메르스 늑장대응을 풍자했다가 품위유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경징계)를 받게 됩니다. 비판하라고 했지만, 그 비판의 대가가 따른 셈입니다.
이하 작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문화 정책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마라'는 말을 할 정도로 과거 정권에서는 예술과 풍자의 자유가 있었다, 지금보다 더 심한 풍자를 했어도 재판을 받거나 정보과 형사가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라며 "MB시절부터 간섭과 통제가 시작되더니 박근혜 정권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닥민심에선 이미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됐다
▲ 이하 작가의 아트트럭을 찾아온 시민들 | |
ⓒ 이하의 아트트럭 |
이하 작가는 "예술가 개인은 정권을 전복시킬 어떤 권력도 없다"라며 "예술가에게 풍자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작가는 "독재 정권이 예술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작가의 예술 행위를 통해 벌어지는 확장성 때문"이라며 "'잘가박 프로젝트'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길 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국을 돌아봤더니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작가는 "'잘가박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경찰들이 체포하거나 아트트럭을 압수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하고 도와줘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하 작가는 "경찰들도 알고 있다, 이 정권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라며 "원래 가졌던 원대한 포부였던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을 내가 일으키겠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이미 바닥민심이 변했다는 사실을 느낀 시간들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
▲ '이하의 아트트럭'은 파업 현장이나 사드를 반대하는 성주 등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다. | |
ⓒ 국민TV캡처 |
이하 작가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파업 현장이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등을 갔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파업 현장에서 지역 뮤지션들과 공연을 하고 캐리커처를 그려 드리면 너무 기뻐하시는 모습에 스스로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작가는 "투쟁의 메시지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의 메시지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라며 "문화가 가면 법까지 따라오게 된다, 성주는 문화이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즐겁게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한 달 넘게 성주에 천 명 이상이 모이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하 작가는 "앞으로의 시위나 농성도 예술가와 더 결합해, 즐겁게 시위를 해야 한다"라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과 함께 큰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습니다.
▲ '이하의 아트트럭'을 반납하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아트 트럭' 살리기 프로젝트 | |
ⓒ 임병도 |
9월 1일 기준 '이하의 아트트럭'은 여수, 순천, 성주, 부산, 울산, 대구, 태백, 강릉, 춘천, 인천, 서울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후 성남을 거쳐 대전, 군산, 전주, 광주, 목포, 팽목항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는 계획입니다.
요새 이하 작가에게는 고민이 생겼다고 합니다. 잘가박 프로젝트를 위해 임대한 아트트럭을 반납하지 않고 계속해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고 싶은 작은 욕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트 트럭을 반납하지 않기 위해서는 '500만 원'을 일단 내야 하는데, 자금이 없어 이리저리 궁리하고 있지만 어렵다고 합니다.
'이하의 아트트럭'은 단순히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언론이 외면하고 소외당하는 현장과 사람을 찾아 문화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주는 '황금마차'(오지에 근무하고 있는 군인들을 찾아가는 PX 차량을 가리켜 황금마차라고 한다)와도 같습니다.
10초에 100원짜리 캐리커처를 그려서는 절대 '잘가박' 프로젝트 1탄 '이하의 아트트럭'이 살아남기는 힘듭니다(이하 작가는 50초 동안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500원을 받고 있다). 원망과 욕설보다는 웃고 박수를 치며 즐겁게 그녀를 보낼 수 있는 '잘가박 프로젝트'를 위해 '이하의 아트트럭'을 살리는 것은 어떨까요?
대한민국 헌법 제22조에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하 작가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헌법에 보장된 예술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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