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컴백하자 전국이 들썩인다. 어제는 인천공항, 공항철도, 그리고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반기문 자택이 들썩이더니 오늘은 현충원을 들었다 놨다.
언론도 들썩였다. 이미 한국 언론은 반기문의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 지긋지긋하지만) '사실상' 대선 출마에 박연차 뇌물 의혹으로 화답했던 바 있다. 미국의 검사들은 환송 선물로 반기문의 동생과 조카를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다보니 과거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기사도 독특한 관점에서 재조명되는 경우가 생긴다. 오늘 몇몇 언론에서는 CNN이 "반기문이 수첩 없이는 UN 직원들과 대화가 어렵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갔다.
지난 4일(현지시각) CNN은 반 전 총장 뒤를 이은 안토니오 구테헤스 신임 UN사무총장 취임 소식을 전하며 반 전 총장과 구테헤스를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CNN은 구테헤스 신임 총장이 “반 전 총장에 비해 명료하면서도 여유있는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구테헤스는 수첩이 없어도 UN 직원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1월 13일)
정말일까? CNN 기사의 원문을 보자.
Guterres appears to be more to-the-point than his predecessor, Ban Ki-moon of South Korea, and more relaxed. Guterres, for example, spoke without notes to the UN staff. (CNN 1월 4일)
해석을 해보자면 이런 내용이다. "구테헤스는 전임자인 한국의 반기문보다 (말이) 간단명료하고 느긋해 보였다. 일례로 구테헤스는 유엔 직원들에게 노트 없이 말했다."
이것을 '구테헤스는 (반기문과는 달리) 유엔 직원들과 노트가 없이도 대화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아니다. 기사 내에서 이 문단이 갖고 있는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문단 바로 위에 있는 문단 두 개를 보자.
"우리는 지금 심각한 도전들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테러리즘과 난민을 세계의 두 가지 주요 문제로 거론하면서, 구테헤스는 로비에 모인 열두어명의 유엔 직원들 앞에서 한 즉흥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유엔의 역할에 대해 많은 분노와 회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그들이 이룩한 성취를 자랑스러워 하라고 하면서도 "우린 우리의 단점과 실패에 대해서 인식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CNN 1월 4일)
다시 말해 문제의 문단은 구테헤스가 유엔 직원들을 모아놓고 한 즉흥 연설에 대해서 말하면서 (사전 준비한) '노트' 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반기문보다는 간결하고 느긋한 사람으로 보였다는 (기자의) 인상을 서술하고 있을 따름이다. 반기문이 '수첩'이 없으면 유엔 직원들과 대화를 못한다는 이야기는 기사를 너무나 악의적으로 곡해한 것이다.
이렇게 어거지를 쓰지 않아도, 반기문에 대해 비판할 것은 얼마든지 있다. 사무총장 퇴임 직전에 공개한 유머 동영상이 얼마나 재미 없었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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