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씨 회사 ‘더운트’ 직원 휴대폰서 발견
“죄없는 정유라, 정치적으로 이용” 쓰여 있어
‘VIP 방문일정’ ‘미얀마 장관 면담시나리오’ 등
대통령 주요 외교문건 유출 ‘새로운 정황’ 나와
‘최씨, 지주회사 세워 미르·케이재단 장악’ 정황도
지난해 10월29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박근혜 하야” 시민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정유라씨 승마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최순실(61)씨가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입학 논란’에 대한 대응문건을 만들어 이화여대 쪽에 전달하려 한 정황이 13일 열린 최씨의 형사재판에서 공개됐다. 최씨는 이 사건을 정치적 음모로 몰아가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수시로 연락하는 사이였음을 보여주는 정황들도 추가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3회 공판에서 검찰은 최씨의 지시로 작성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및 임직원 등에게 보내는 문건’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 문건이 최씨의 비밀 회사인 ‘더운트’ 직원 류아무개 부장의 휴대전화에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지금 언론 보도는 어린 학생의 인권침해다.(중략) 단두대에 올려놓은 인격적 살인 행위에 다름없고, 정황만 갖고 죄가 없는 이화여대 학생 정유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고 적혀 있다. 검찰은 “이대 쪽에 이렇게 대응하라고 지시하는 취지의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류씨의 휴대전화에는 또 ‘브이아이피(VIP) 방문 일정’, ‘문체부 사업 추진 및 추진도’, ‘국가비상사태 중 고위공무원 기강 문제’ 등의 제목으로 작성된 문건과 미얀마 장관과 박 대통령의 면담 대화 시나리오까지 들어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얀마 장관과의 면담 문건에는 박 대통령이 미얀마 장관에게 할 말 등으로 “미얀마는 세계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믿습니다. 저희 정부도 미얀마의 의지에 맞춰…” 등의 발언이 담겼다.
최씨의 고위공직자 인사 개입 정황을 엿볼 수 있는 문건도 추가로 나왔다. 류씨 휴대전화에는 “관세청 차장은 외부 인사가 타당”, “국장으로는 관세청 내부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성실한 OOO가 적임자” 등의 내용이 담긴 문서가 있었다. 검찰은 “이 문건은 최씨 지시로 류씨가 기안해 보고한 문건으로, 최씨가 고위공직자 인사에도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다”고 했다. 앞선 공판에서도 최씨는 검찰 조사 때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말씀’ 작성에 관여했다고 시인한 사실이 진술조서로 드러난 바 있다. 최씨는 “평소 대통령 철학을 제가 잘 알고 있기에 의견을 제시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최씨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법정에선 최씨가 지주회사를 세워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류씨는 검찰에서 “두 재단 지주회사를 설립해보란 최씨의 지시를 받고 ‘인투리스’라는 회사를 설립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류씨가 검찰에 제출한 ‘인투리스 조직구조안’을 보면, ‘인투리스’ 계열사로 두 재단 및 최씨 소유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있고, 회장은 최씨로 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주회사 내 통합전략사업기획본부를 만들어 재단 사업 등을 통합 조정하는 역할을 맡으려 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같은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 ‘재단설립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한 바 없다’는 최씨 쪽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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