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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y 6, 2017

앞에선 '새정치' 외치고 뒤로는 '구악'들과 손잡으며 '국민기만'하다 몰락한 안철수 '박지원 구악' 이미지가 오버랩 되면서 치명타 맞고 비극적 종말 맞게 된 안철수


박근혜 시대의 완전한 종말을 고하는 본국 대통령 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본지는 2012년 18대 대선 전 박근혜 후보가 지지율 1위의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을 당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도 않겠지만, 되어도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불과 4년 만에 이 공언은 마치 예언처럼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박은 4년 동안 자신과 측근 최순실을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 이로 인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 당했고, 결국 구속되는 비극을 초래했다. 설마 했지만 아니길 바랐던 예언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대통령 파면으로부터 약 60일이 지난 5월9일 본국은 이른바 ‘장미대선’을 치른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면 비로소 박근혜 시대의 완전한 종말을 고하는 셈이다. 현재 5명의 후보가 대선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1강(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2중(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약(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심상정 정의당 후보) 구도로 레이스가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 남은 한 주 동안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이대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선거 중반 안철수 후보의 약진으로 인해 선거는 문재인 vs 안철수의 2강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안 후보가 동력을 상실하면서 결국 홍준표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까지 떨어졌다. 이번 선거에 여러 가지 분석들이 있지만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한국 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의미는 없지만 왜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이 하락했는지를 통해 이번 선거에 대한 본국 유권자들의 생각을 파헤쳐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선데이 저널은  2012년 18대 대선 전 박근혜가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을 당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도 않겠지만, 되어도 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등을 보도하다 서울의 소리와 함께 박근혜에게 직접 고소를 당하기도 하였다.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본국 정치권은 문재인 대세론이 유력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과 같은 대세론을 뜻하는 신조어가 정치권에서 유행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3월 9일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꺾는 것으로도 집계됐다.

하지만 안 후보의 맹추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본지가 안철수 후보와 관련된 안랩 미주 법인 관련 의혹을 보도한 시점과 거의 비슷하게 안 후보의 지지율을 곤두박질쳤다. 안랩 미주법인 관련 의혹을 비롯해 아내 김미경 교수의 1+1채용 의혹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도 있지만, 결국 안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른바 ‘박지원 상왕론’이었다.

박지원 구악 이미지 오버랩 되며 치명타


안 후보 뒤에는 DJ의 서자로 자칭 정치 8단의 노련한 정치인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버티고 있고,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박 대표가 막후 실세가 될 것이라는 ‘박지원 상왕론’의 핵심이었다. 상왕 논란은 자유한국당이 촉발시켰고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이 가세하며 급속도로 확산됐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4월 19일 본국 대선 TV 토론에서 ‘상왕론’을 거론하며 “박지원씨를 내보낼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안 후보는 “제가 국민의당 창업주다. 내가 조종당한다는 주장은 스티브 잡스가 바지사장이라는 주장과 같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당 창업주’라고 한 발언을 놓고 20일 문재인 후보 측으로부터 “정당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하는 건 오만한 자세를 보여준다”고 다시 공격을 받았다.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안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된 사례는 4월 18일 유세가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지난 18일 전남 광양 유세 도중 “문재인 후보가 대구에서 대통령 당선이 안 되면 대구 강물에 빠져 죽겠다고 했다”고 했지만, 실제 문 후보는 이런 발언을 하지 않았고 박 대표는 “실수였다”며 이를 사과했다. 이처럼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박 대표를 부각시키는 건 전통적 보수층을 안 후보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한 전술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박지원 상왕론이 이슈가 됐다. 일례로 4월 12일 열렸던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박지원 2선 후퇴’ 요구가 나왔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박 대표를 상대로 “이번 선대위에 참여하지 말고 백의종군하라”고 요구했다. 황주홍 최고위원도 “박 대표는 늘 선당후사를 강조했는데, 이를 몸소 실천할 최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박지원 상왕 논란이 국민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당 내부의 움직임이 공식화된 것을 당내에서 인정한 셈이다.

박 대표가 ‘상왕’이라고 지목된 이유는 그의 정치력과 경험 때문이다. 뉴욕에서 가발장사로 시작한 교포 출신인 박지원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를 시작한 뒤 1998년 정권을 함께 창출했고 ‘대(代)통령’이라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지만 2007년 특별 사면돼 18·19·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4선 국회의원을 하며 야당의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각각 3차례 경험했다. 보수 진영은 가장 두려운 야권 정치인으로 박 대표를 자주 언급한다.

그에 비해 재선인 안 후보의 정치력은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 대표와 안 후보가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는 점도 상왕론의 근거다. 박 대표가 총선 직후 원내대표로 추대된 데는 안 후보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안 후보가 당대표직을 사퇴한 이후엔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며 안 후보의 대권행보를 적극 지원했다. 그는 대선 후보 확정 전에도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은 그간 DJ와 안철수밖에 없었다”고 수차례 말했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안·박(안철수·박지원)은 밀월 관계”라고 했다.          

박지원·김한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이 일제히 상왕론을 제기한 배경에는 박 대표의 ‘구정치’ 이미지가 있다. 박 대표의 과거는 이미 본지에서도 아주 오랜 기간 자세하게 보도해 온 내용들이 있다. 본지 보도나 그동안 박 대표의 행태 등으로 쌓인 박 대표의 이미지와 안 후보의 결합을 안 후보의 ‘새정치’ 구호가 퇴색할 거라는 판단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었다.박 대표를 압박해 정치력을 발휘할 여지를 줄이려는 계산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당권 장악력이 부족하고 정치력이 미흡한 안 후보는 결국 박 대표를 떼어내지 못한 채 선거 막판까지 왔다. 그리고 상왕론은 선거 기간 내내 안 후보를 붙잡았다.

안 후보와 박 대표는 “안철수를 찍으면 상왕은 국민이 된다”고 반박했지만 국민들이 이를 받아줄리 없었다. 실제로 국민의당 내부에서 박 대표의 영향력이 안 후보를 능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당내 인사나 대선이 박 대표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반대 쪽에서는 상왕론 자체는 과대 포장됐다고 반박한다. 안 후보와 박 대표의 의견이 다를 경우 안 후보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최근 안 후보는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변경했는데, 이는 일관되게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했던 박 대표의 입장과 배치된다. 박 대표는 최근 “사드 반대 당론 수정을 요구하겠다”며 안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탄핵 국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박 대표는 당시 소속 의원들의 장외 활동이 적절치 못하다고 단속했으나, 안 후보는 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거리로 나갔다. 탄핵 표결 과정에서도 안 후보는 박 대표의 ‘탄핵안 9일 표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2일 표결’을 주장했다. 안 후보는 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줄곧 자신이 유능한 CEO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상왕론을 반박했다. 하지만 결국 안 후보는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뜬 것은 김한길 전 의원의 합류다. 김 전 의원은 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후 한 동안 수면 밑에서만 움직였으나 선거 막판에 공개적으로 그를 돕기 시작했다. 특히 문 후보를 폭군으로 몰아세우며 ‘대문(對文)’ 공세에 선두에 선 모양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의 화두로 새로운 정치, 새로운 세상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안 후보의 뒤에는 과거 정치인의 대명사로 꼽히는 박지원 – 김한길 두 사람이 버티고 있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안 후보가 겉으로는 정치를 개혁하자고 외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지역주의에 기대 선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안 후보는 이런 프레임에 갇혀 지지율이 홍준표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지점까지 떨어졌다. 5월 2일을 전후해 발표된 대부분의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홍 후보를 오차 범위내에서 앞섰지만 한 조사에선 두 후보가 동률을 기록했고, 한 여론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안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이른바 ‘실버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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