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건설로 피해를 입는 주민들에게 지원되는 연 1000억원 규모의 원전지원금이 공공시설 설치 등 본래 용도와 다르게 선심성 사업 등에 쓰이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문화축제비로 사용, ‘피해주민 보상’이라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13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전이 들어선 지역의 반경 5㎞ 내 주민들에게 1989년 제정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주법)’에 따라 원전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까지 부산 기장 고리원전과 전남 영광 한빛, 경북 경주 월성, 울진 한울원전 등 4개 원전 주변 지역에 1조1656억원을 지원했다. 기금지원사업비는 전기요금의 3.7%를 전기요금에 부과해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마련된다.
원전 주변지역에는 사업자지원사업 명목의 지원금도 지원된다. 2006년 발주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까지 모두 4560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기금지원사업과 사업자지원사업으로 모두 888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원전이 건설되고 있는 지역에는 특별지원사업비가 지원된다. 지난해까지 4584억원이 쓰였다.
원전지원금은 원전 건설로 인근 마을이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이다. 주민과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해 심의를 거친 뒤 공공시설 설치사업과 소득증대사업, 주민복지지원사업, 환경개선사업 등에 쓰인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지원금을 마을 단위로 나눠 소규모로 집행한 사업은 대부분 실패했고 막대한 돈을 들인 시설물은 방치되고 있다.
마을사업에 쓰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돼 ‘일단 쓰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 마을 주민은 “원전이 들어오고 돈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정작 주민들의 삶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일회성과 홍보성 사업이나 사용처가 모호한 곳에 쓰이는 것도 문제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리본부는 지역문화축제 및 단체행사지원에만 9억4000만원을 썼다. ‘지역 현안 해결 및 지역 특성에 따른 여건 변동 사업’에는 6억6000만원, 부대사업에는 2억1000만원을 각각 썼다. 사업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기타 사업’이다. 2007년에는 이 같은 ‘기타 사업’ 예산이 전체 지원금의 30%를 웃돌았다.
한수원은 주민 자율에 따라 사업비를 집행하는 것이어서 사업실적과 수행까지 책임지지는 못한다는 입장이다. 고리본부 관계자는 “다만 1년 이상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서에 실적을 첨부하도록 돼 있어 어느 정도 감시나 관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수원과 지자체가 돈만 내주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 지금의 방법으로는 지원금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낭비로 이어지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렵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