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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16, 2015

합조단 위원 “천안함 흡착물질은 세상에 없는 물질” [천안함 공판] 이근득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성분 파악 못했다… 이슈화되는 게 싫어 덮어놓고 싶었다”

천안함 침몰 이후 인양한 함미와 함수 등 선체와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흡착물질의 성분에 대해 당시 민군 합동조사단 흡착물질 책임자가 “성분 분석 결과 전세계에 없는 물질이어서 무슨 물질인지 결론내지 못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합조단은 지난 5년 넘게 이 흡착물질이 폭발재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해왔다.

당시 합조단에서 흡착물질 분석만 총괄했다는 이근득 국방과학연구소(ADD) 고폭 화약개발 담당 수석연구원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합조단 민간조사위원)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천안함 함수와 함미,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던 백색 흡착물질의 주성분이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면서도 폭발재로 결론내린 이유가 세상에 없는 물질이 선체와 어뢰추진체에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 특히 이 물질의 성분이 ‘비결정질(성)’이라는 것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비결정질’ 물질은 분명히 ‘브로드한 피크’(가장 높은 성분값이 폭넓게 나타나는 현상-필자 주)이 를 나타내는데, (실제 분석결과에서 나타난) 이런 이 정도 피크(가 나타나는 비결정성 물질)는 세상에 없다”며 “XRD(X선 회절 분석)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특히 이에 대한) 증거가 될 만한 정보가 없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흡착물질 전자현미경 사진. 사진=합조단 보고서.
 
이 연구원은 수중폭발시 이 같은 백색물질이 생긴다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이다. 전 세계에서 처음 발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신상철 대표 법률대리인인 이강훈 변호사가 ‘논문, 학계 보고가 없을 정도의 희한한 연구를 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후에라도 논문이 수십편은 나왔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이근득 연구원은 “(논문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인지에 대한 변호인 신문에 “폭약에 일반적으로 (연구자가) 접근하기 힘들고, 대부분 (폭발후 물질) 현상이 바닷속에 가라앉는다”며 “더구나 이 물질을 처음 봤다. 그러니 어떻게 생겼는지 (조사하면서 연구해)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폭약이 터지면 이런 물질 생긴다’고 미리 가정해놓고 갖다 끼워맞춘 것 아니냐는 신문에 이 연구원은 “아니다. 이 물질이 뭔가. 전세계 없는 물질이다. 뭔지를 모르니 당연히 논문을 못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흡착물질의 기원과 실체에 대한 재검증은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천안함 발표에 대해) 30%가 안믿는 추세”라며 “이미 책자로도 나가지 않았나.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더구나 (각종 여론과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받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폭약이 폭발할 경우 폭약에 섞여있던 알루미늄 100% 모두 비결정질로 변한다는 선행 연구결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이 연구원은 “(그런 게 있었는지) 따로 채집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100% 비결정질로 바뀌는 것에 많은 학자들이 동의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알루미늄 판재에 소량이 붙어있기 때문에 XRD에 일부 (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 나왔다. 이것 때문에 제가 혼이 났다”며 “그래서 고성능 ‘마이크로 XRD’ 분석기를 들여왔다. 이 문석기로는 흡착물질 알갱이 하나도 촬영할 수 있다. 수조 폭발실험 때 나온 흡착물질을 걷어낸 알갱이를 찍었다. 그랬더니 ‘(알루미늄 산화물) 피크’가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알갱이 하나갖고 실험했다는 얘기를 일반화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왜 당시엔 반박을 안하다 이제와서 그런 주장을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 연구원은 “이런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함미와 함수에 있는 흡착물질이 XRD(X선 회절 분석) EDS(에너지분광기 분석) 데이터 두가지가 다 동일하다는 것인데, 약 7.4km 떨어진 곳에서 인양된 뒤에 같은 성분의 물질이 있으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근득 전 합조단 위원.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KBS <추적60분> 인터뷰 영상 캡처.
 
이 같은 흡착물질의 성분을 두고 ‘바스알루미나이트’(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비결정성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수화물’(AASH·‘아시’라고도 함=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로 분석됐다는 학계의 반박에 대해 이 박사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이 박사는 산소와 알루미늄의 성분비가 알루미늄 산화물에서 나타나는 비율과 다르다는 반박을 두고도 “어떤 형상으로 있느냐에 따라 ‘피크’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어떤 것을 통해 수산화알루미늄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럼 무슨 성분인지에 대해 이 박사는 “우리는 명시를 못한다는 것이며 이 물질을 명명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이라는 분석에 대해 “화학적 결합으로 수화물이 됐을 가능성이 낮다”며 “알루미늄과 황의 비율이 4대 1이어야 하는데, 전자투과현미경으로 찍은 결과 4.47대 1로 나왔는데 4대 1이라면서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이라고 하는 것은 오차가 10% 이상이다. 화학적 결합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았는데, 그 증거를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알루미늄에서 나온 ‘녹(부식)’일 가능성에 대해 이 박사는 “알루미늄에 녹이 생성되려면 90년 정도 바다에 있어야 한다”며 “1년에 몇 마이크로미터 밖엔 안생긴다. 녹이 잘 슬면 절대 알루미늄을 배로 안 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침전물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박사는 “바다의 침전물 중 알루미늄이 그렇게 많이 들어간 침전물이 없으며, 바스알루미나이트 역시 실험실에서조차 만들기 어렵다”며 “산에서 광물질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선체에 붙은 흡착물질을 채취한 세부 장소. 사진=천안함 합조단 보고서
 
이 같은 주장 대부분은 법정을 통해 처음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이강훈 변호사가 “왜 이런 반박 논리를 공표 안했느냐, 지금이라도 검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이근득 박사는 “하고 싶은데, 국방부 통해서 해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게 되더라”라며 “현재로서는 이것으로 고생을 좀 했고, 이슈화되는 게 싫어서 이를 잊고 살려고 했다. 덮어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합조단이 흡착물질에 대해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인지, 알루미늄 산화물인지 그 성분이 무엇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면서도 폭발재라고 분석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합조단은 최종보고서에서 “선체 및 어뢰의 부품에 흡착돼 있는 흰색 분말은 알루미늄 소재의 부식물이 아니라 알루미늄이 첨가된 수중폭약의 폭발재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수중에서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성될 어떠한 요인도 없다”고 밝혔었다.

피고인인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폭발이 발생하면 반드시 알루미늄 산화물이 검출돼야 하는데, 채취한 흡착물질이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라고 하니 이제와서 ‘전세계에서 처음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러니 ‘알루미늄 산화물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보고서를 썼다는 비판을 받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근득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이날 법정 진술 가운데 그동안 제시되지 않았던 내용이 많아 이 박사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을 오는 10월 12일 오전에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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