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 왜 거부하나' 질문엔 침묵…10월 범죄인 인도 선고공판
(베르사유<프랑스>=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베르사유 항소법원에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 씨가 범죄인 인도 재판에 출석하느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석방된 뒤 불구속 상태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게 된 유 씨는 이날 남편과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였던 유병언 회장이 설립한 프랑스 법인인 '아해 프레스 프랑스'(Ahae Press France) 직원들, 개인 경호원과 함께 방청석에 앉았다.
유씨는 횡령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1년 1개월 동안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가 지난 6월 석방됐다.
법정 밖에서 기자가 "범죄인 인도 거부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생각이 없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으나 유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경호원과 아해 프레스 프랑스 직원들은 유씨를 둘러싸고는 기자의 접근과 사진 촬영을 막았다.
공판을 앞둔 유씨는 방청석에서 변호인들과 환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얘기하고 옆 자리에 앉은 남편과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유씨의 특급 변호인단은 한국 정부가 세월호 사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유씨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고자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유씨 변호인인 에르베 테밈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화장품업체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사건 변호를 맡는 등 프랑스 최고 변호사 가운데 한 명이다.
테밈 변호사는 이날 "한국 정부가 세월호 사건과 무관한 횡령 문제로 범죄인 인도를 주장하고 있는데 범죄인 인도를 정당화할 사유가 안 된다"면서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건을 조작하고자 한다"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에 인도되면 유씨가 징역 45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고 강제 노역을 할 수도 있는데 이는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운영하면서 계열사 다판다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48억 원을 지급받는 등 총 492억 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프랑스 양국 간 조약에 따라 범죄인 인도 대상이다.
알랭 필리보 검사는 지난 4월 프랑스 대법원에 해당하는 파기법원이 유씨를 한국에 인도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 이전 판결 내용을 모두 뒤집은 것은 아니라고 맞섰다.
앞서 지난 1월 파리 항소법원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유씨를 한국에 인도한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파기법원은 이를 파기 환송했다.
이날 공판에서 필리보 검사는 유씨를 한국에 인도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아 인도를 저지하려고 목소리를 높이는 변호인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베르사유 항소법원은 오는 10월 20일 유씨의 범죄인 인도 선고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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