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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명예훼손 사건’으로 사측과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상호 기자가 17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 이상호 기자는 최후진술문을 통해 “사주가 국민인 MBC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넘치고 넘쳐서, (이제는)재판정에서까지 일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해 5월 이상호 기자는 고발뉴스를 통한 팽목항 현지 생방송에서, MBC의 오보를 하나하나 지적하며 ‘MBC는 언론이 아니라, 시용기자들을 앞세운 흉기’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후 MBC와 전재홍 기자는 이 기자를 ‘모욕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 기자는 최후진술문을 통해 자신이 이 같은 발언을 했음을 인정하면서 “당시 MBC의 오보는 분명 흉기였다”면서 “유가족들 가슴을 후벼 파는 불에 달군 쇠꼬챙이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전원구조 라는 오보는 현장에 도착해 있던 민간 어선의 구조를 불가능하게 했고, 유가족의 조급증이 잠수사의 사망을 불러왔다는 악의적 기사는 도탄에 빠진 유가족들을 일시에 살인자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악몽 같은 그 현장에 다시 서야한다고 해도, ‘MBC는 흉기였노라’고 방송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MBC 노조원들이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최장기간 파업을 하던 때 사측이 ‘조건부’로 기자들을 채용한 점과 그 이후의 상황들을 지적하며 “그날부터 MBC 뉴스는 토론을 잃어버렸다”고 개탄했다.
이상호 기자는 ‘토론이 사라진 MBC’에 대해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들이 변방으로 내몰리고 조건부로 들어온 계약직 기자들이 뉴스룸을 가득 채운 오늘날의 MBC 뉴스룸의 풍경”이라고 설명하면서 “계약직 기자 채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언론은 권력감시와 정책비판을 생명으로 한다”면서 “언론사의 조직문화는 그러기에, 어느 기관보다 내부 토론에 열려있어야 한다. 토론이 없는 언론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고 만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후진술 말미에 사측에 “충심으로, 세월호 오보와 악의적 보도에 단 한마디라도 좋으니 사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전재홍 기자에게는 “어찌되었든 기자로 들어왔으니 소송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현장으로 돌아가 더 좋은 기사 쓰는데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본인 또한 이번 재판을 계기로 ‘좀 더 팩트와 논평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법원은 MBC측의 명예훼손 등 고소에 따른 검찰의 ‘모욕죄’ 위반 기소 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여 이상호 기자에 대해 100만원의 벌금 약식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이 기자는 정식 재판을 청구, 오늘 오후 2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 다음은 MBC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피고인 이상호 최후진술입니다.
언론은 권력감시와 정책비판을 생명으로 합니다. 언론사의 조직문화는 그러기에, 어느 기관보다 내부 토론에 열려있어야 합니다. 토론이 없는 언론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고 맙니다.
기자는 상사의 지시에 이견을 제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격렬한 소통의 과정을 거치되, 제한된 시간 내에 제3의 대안을 제시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공인’, ‘미국 TV 뉴스의 선구자’라는 칭호를 얻은 故 월트 크롱카이트옹이 지난 98년 미국 기자협회 창립 기념만찬에서 한 말입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인기없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당신 이웃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용기, 사실 보도를 하면서도 온갖 비난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 동료들의 잘못을 과감하게 지적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만약 경영진이나 당신의 부장이 틀렸을 경우, 그들에게 올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당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사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어떤 이슈에 대해 당신의 시각이 다르다고 밝히지 않는다면, 당신의 정직성은 깨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듯 기자의 용기와 정직성은 기자 자신은 물론 언론사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때문에 미국 유수의 언론은 물론이고 이제껏 MBC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등 메이저 언론들은 꼭 필요하면 경력기자를 뽑되, 기자를 계약직으로 뽑지는 않았습니다.
뉴스를 만드는 뉴스룸에서 기자가 이견을 표출하고 현장에서 제3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게 그만큼 중요한 덕목이라는 합의가 있었던 거죠. 오로지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법관을 계약직으로 선출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와도 유사한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MBC는 노사가 파업을 통해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와중에 계약직으로 기자들을 대거 선발했습니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습니다. 시용이라고도 불렀고, 전문기자라고도 불렀습니다. 어찌됐든 이들은 공통적으로 1년뒤 ‘하는 것 봐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조건부로 들어왔습니다.
그날부터 MBC 뉴스는 토론을 잃어버렸습니다. 회사 게시판에는 단 한줄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5회에 걸쳐 ‘MBC뉴스 개선을 위한 고언’을 올렸으나 수천명이 읽고도 그 흔한 댓글 하나 달리지 않았습니다.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들이 변방으로 내몰리고 조건부로 들어온 계약직 기자들이 뉴스룸을 가득 채운 오늘날 MBC 뉴스룸의 풍경입니다. 제가 계약직 기자 채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MBC 뉴스에는 MBC 윗분들의 심기를 자극하는 뉴스가 사라졌고, 동시에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뉴스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뉴스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추락했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한국기자협회, 언론학 전공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이제 제 혐의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MBC는 누구보다 앞장서 오보와 악의적 보도의 대열을 이끌었습니다.
세월호 취재 주무부장이 유가족들을 뉴스를 통해 공격하고, 구조를 위해 노력했던 의인들을 폄훼했습니다. 구조를 위한 기초적인 장비였던 다이빙벨을 살인혐의로 고발한 우익단체의 기자회견을 유일하게 보도한게 MBC였고, 당시 리포트를 보도한 기자가 지난 파업중 계약직으로 들어온, 공동 고소인 전재홍 기자입니다.
다이빙벨 투입 전과정은 영화로 만들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올해는 후쿠오카 아시아 영화제의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최근 유튜브에 무상 공개도 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께서는 바쁘시더라도 한국의 언론이 얼마나 썩었는지, 우리 어른들이 과연 세월호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꼭 좀 관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당시 팽목항에서 “MBC가 언론이 아니라, 시용기자들을 앞세운 흉기”라고 인터넷 고발뉴스를 통해 발언했습니다. 네, 제가 그렇게 말한게 사실입니다.
당시 MBC의 오보는 분명 흉기였습니다. 유가족들 가슴을 후벼파는 불에 달군 쇠꼬챙이었습니다. ‘전원구조’라는 오보는 현장에 도착해 있던 민간 어선의 구조를 불가능하게 했고, 유가족의 조급증이 잠수사의 사망을 불러왔다는 악의적 기사는 도탄에 빠진 유가족들을 일시에 살인자로 만들었습니다.
악몽같은 그 현장에 다시 서야한다고 해도, ‘MBC는 흉기였노라’고 저는 방송할 것입니다.
세기의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 역시 기자된 용기와 정직성에 따라, MBC 보도를 비판했을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언론대중들은 이렇듯 기자들이 감행한 발언을 통해 동시대의 그림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는 이걸, 저널리즘이라고 부르지요.
발언을 통해 세상을 규정하고 대중들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기자는 말로 세상을 표현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게 회사가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래서 기자는 자신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모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하는 직업인 것입니다.
저 역시 표현의 자유에 힘입어 제가 팽목항에서 목격한 지옥을 발언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표현의 자유를 팔아 먹고 사는 언론사와 기자가 저를 고소했습니다. 더구나 제가 20년 넘게 일한 직장과 동료입니다. 고소의 이유도 제 표현상에 명백한 오류나 오해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모욕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하루종일 MBC 뉴스와 드라마, 예능을 보며 모욕감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자기만 표현할테니, 너희들은 닥치고 보기만 하라면 지나친 독선 아닐까요?
동료 언론인들이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7개월 동안 거리에 나앉아 있는 와중에, 살짝 들어와 그들의 자리에 앉은 전재홍 기자도 모욕감을 느꼈다고 함께 고소했습니다. 해고를 당한 8명의 기자를 비롯해 수백명의 노조원들이 느낀 모욕감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용기나 정직성은 아니라도, 그저 최소한의 염치라도 가져달라고 고소인들에게 간구합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사주가 국민인 MBC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넘치고 넘쳐서, 지금 이곳 재판정에서 까지 일어나고 있는게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금이라도 MBC는 세월호 오보와 악의적 보도에 단 한마디라도 좋으니 사과했으면 합니다. 충심입니다. 그리고 후배 기자 전재홍씨는 어찌되었든 기자로 들어왔으니 소송으로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말고 현장으로 돌아가서 더 좋은 기사 쓰는데 집중하시기 언론계 선배로서 당부합니다. 저 역시 기자로서 좀 더 팩트와 논평에 신중을 기할 수 있는 계기로 이번 재판을 삼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집안에서 대화로 충분히 풀었어야 하는 일을 이곳에 까지 끌고와 힘들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그간 재판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9월 17일 피고인 이상호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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