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교육 법제화에서부터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시도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을 지켜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일제 시대의 교육이었다. 예절 교육과 교과서 통제. 이를 통해 일제가 구현하고자 한 조선인의 인간상은 '순응적 식민(植民)'이었다.
이 교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대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비판했다. 학계와 학교 현장의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저기서 일제히 "국정화 반대"를 외친다. 그러나 정부는 별말이 없다. 국정 전환, 검정제 유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논란만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정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정부로선 논란을 반길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국정화 시도에는 국민을 순응적 인간으로 만드는 것 말고도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교과서 논쟁은 결국 이념 대결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분단 상황 속에서 이데올로기 싸움의 승자는 언제나 보수 진영이었다.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진보 세력은 종북 프레임 속에 갇히기 쉽다. 또 현 정부로선 교과서를 둘러싼 잡음이 커진 덕에 상대적으로 다른 여러 실정이 묻히고 있으니, 일석이조 효과를 얻는 셈이다. 정치권이 학계 의견 수렴도 하지 않은 채 국정화 이슈를 들고 나온 배경엔 이런 셈법이 숨어있을 거라고 이 교수는 말한다.
정부가 과연 계획대로 국정화 작업을 강행할 것인가. 교육부는 이달 말께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지난 회(☞관련기사 :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종북' 아닌가")에 이은 이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국사편찬위, MB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 국정 역사 교과서가 발행되면, 이념 편향 문제는 차치하고 단순 오류도 더러 있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공개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교과서에서 오류가 상당수 발견됐다.
이만열 : 보수 진영에서는 늘 시장 원리를 이야기하는데, 기본적으로 국정 체제는 시장 원리를 따르지 않는 독과점 체제다. 검인정 체제는 경쟁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오류가 발견이 되어도 바로바로 수정하려고 한다. 국정 체제가 되면 그런 노력을 게을리할 수밖에 없다. 결과물에 대해서 검정제 하에서만큼 책임지지 않는다. 오류들이 걸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사편찬위)도 감수를 하기 때문에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검정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비롯해 국사편찬위가 초기 위상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느끼나.
이만열 : 교학사 교과서는 명백한 오류들이 많았고, 내용도 부실했다. 집필 기준에 따르면 떨어졌어야 하는 교과서였다. 그런 점에서 국사편찬위에 책임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의 검정을 통과해야 한다. 물론 국사편찬위에서 직접 심사를 하는 게 아니라 위원회를 따로 두지만 통과 여부는 국사편찬위 이름을 내걸고 밝힌다. 과거 국사편찬위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보건대, 국사편찬위는 교과서 검정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사편찬위는 중립적 입장에서 국사 연구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기록을 해나가야 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03년 내가 위원장에 취임했을 당시 교과서에 관한 업무는 교육부 산하 기관이 담당했고, 국사편찬위는 종래 해 오던 국정교과서 업무만 맡고 있었다. 국사편찬위가 교과서 검정과 관련된 일을 부탁받은 적이 없었다. 정부가 국사편찬위 위원 인선 문제 등에서 관여하려고 했지만, 국사학계가 성장했고 그런 인선은 학회들과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관장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기관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지고 부당한 외압을 막아야만 조직이 제대로 돌아간다. 상부 기관의 압력을 막아내지 못하면 기관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고 공동체를 이끌어가기도 힘들다.
국사편찬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그 몇 년 후 MB정권 때부터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크게 문제가 됐던 게 바로 '건국절' 논란이다. 정부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 하면서 당시 위원장으로 하여금 건국절준비위원들 앞에서 건국절과 관련된 강연을 하도록 했다. 아마 그 무렵부터 정부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협조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사편찬위이 그렇게 된 데 대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만열 : 보수 진영에서는 늘 시장 원리를 이야기하는데, 기본적으로 국정 체제는 시장 원리를 따르지 않는 독과점 체제다. 검인정 체제는 경쟁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오류가 발견이 되어도 바로바로 수정하려고 한다. 국정 체제가 되면 그런 노력을 게을리할 수밖에 없다. 결과물에 대해서 검정제 하에서만큼 책임지지 않는다. 오류들이 걸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사편찬위)도 감수를 하기 때문에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검정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비롯해 국사편찬위가 초기 위상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느끼나.
이만열 : 교학사 교과서는 명백한 오류들이 많았고, 내용도 부실했다. 집필 기준에 따르면 떨어졌어야 하는 교과서였다. 그런 점에서 국사편찬위에 책임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의 검정을 통과해야 한다. 물론 국사편찬위에서 직접 심사를 하는 게 아니라 위원회를 따로 두지만 통과 여부는 국사편찬위 이름을 내걸고 밝힌다. 과거 국사편찬위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보건대, 국사편찬위는 교과서 검정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사편찬위는 중립적 입장에서 국사 연구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기록을 해나가야 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03년 내가 위원장에 취임했을 당시 교과서에 관한 업무는 교육부 산하 기관이 담당했고, 국사편찬위는 종래 해 오던 국정교과서 업무만 맡고 있었다. 국사편찬위가 교과서 검정과 관련된 일을 부탁받은 적이 없었다. 정부가 국사편찬위 위원 인선 문제 등에서 관여하려고 했지만, 국사학계가 성장했고 그런 인선은 학회들과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관장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기관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지고 부당한 외압을 막아야만 조직이 제대로 돌아간다. 상부 기관의 압력을 막아내지 못하면 기관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고 공동체를 이끌어가기도 힘들다.
국사편찬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그 몇 년 후 MB정권 때부터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크게 문제가 됐던 게 바로 '건국절' 논란이다. 정부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 하면서 당시 위원장으로 하여금 건국절준비위원들 앞에서 건국절과 관련된 강연을 하도록 했다. 아마 그 무렵부터 정부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협조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사편찬위이 그렇게 된 데 대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정 교과서 집필, 교학사 집필진 말고 누가 나설까"
프레시안 : 교과서 발행 체제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부터 비롯된 데 대한 비판이 적잖다. 여권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한 '탈이념' 내지 '탈정치'를 강조하지만, 정작 국정화 움직임은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됐다. 학계에서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나.
이만열 : 내가 아는 한 역사학계에서는 국정화에 대한 의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번 교과서 검정 때 교학사 집필자 몇몇에게서 들은 것 말고는, 학계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 최근 서울대 교수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이를 지적했다. '저희 주변의 역사학자 중에서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데 찬성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내 주변 또한 그렇다.
교과서는 학계의 보편적 이론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본다. 그 시대 학문 결과로서의 '보편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식민지 근대화론이 과연 보편적인 이론인가. 이 이론에 동조하는 이들이 일부 있지만 학계에서는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만약 식민지 근대화론이 학계의 주류 이론이고, 그래서 이를 근거로 정치인들이 지금의 교과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정화 주장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니다.
먼저 학계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 교과서가 당시 학계의 보편적 학문 결과를 집약하여 묶는 것이어야 한다면,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형태로 먼저 자극적으로 이념으로 편 가르기하고 선동해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학사 교과서가 배척받을 때, 교학사 교과서 집필 책임자 중 한 사람은 교학사 교과서 외의 검정 통과된 교과서에 대해 '좌편향'이니 '민중사관'이니 하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국정화하는 게 낫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역사학계는 물론 국민들에게서도 크게 신뢰를 받는다고 볼 수 없는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가 한 말이 마치 예언처럼 맞아 들어가는 데 대해 나는 아주 모멸감을 느낀다.
프레시안 : 국정교과서 집필에 학자들이 순순히 나설지도 의문이다.
이만열 : 정부는 공정하고 해박한 분들을 모시겠다고 하지만, 그런 분들이 과연 집필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우선 학자들 대부분이 국정화 자체를 반대한다. 더군다나 집필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데, 이렇게 전국민적인 저항을 받는 상황에서 용기 있게 나설 수 있겠나. 동의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안한 얘기지만, 교학사 교과서 집필에 나섰던 분들이거나 그 아류들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면 국가에서 뭔가 요구하는 게 있지 않겠는가. 국가가 굳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현 보수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극우 세력의 입김이 자연히 국정화된 교과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극우 세력이 어떤 존재들인가, 청산되지 않은 친일 세력과 독재 부패 세력 그리고 반통일 세력이다. 이들의 입김을 받으면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이 독립운동 세력과 민주화운동 세력 및 평화통일 세력 중심에서 친일 세력, 독재 부패 세력 및 반통일 세력으로 대치된 상태에서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하면, 한국 근‧현대사의 주체가 독립운동 및 민주화운동 세력에서 친일파와 독재 정권 세력으로 바꿔치기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적 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강조하는 헌법 정신이 교과서 속에 제대로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점을 굉장히 우려한다.
그러지 않아도 벌써 국사편찬위에서 만들고 있는 국사 과목 기술 가이드라인에는 근‧현대사와 독립운동사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거기에다 학계에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MB정권 이래 활개를 치고 있는데 이들이 교과서 서술에 또 얼마나 관여하게 될까.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서술들이 역사 교과서에 주입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프레시안 : 교과서 발행 체제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부터 비롯된 데 대한 비판이 적잖다. 여권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한 '탈이념' 내지 '탈정치'를 강조하지만, 정작 국정화 움직임은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됐다. 학계에서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나.
이만열 : 내가 아는 한 역사학계에서는 국정화에 대한 의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번 교과서 검정 때 교학사 집필자 몇몇에게서 들은 것 말고는, 학계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 최근 서울대 교수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이를 지적했다. '저희 주변의 역사학자 중에서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데 찬성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내 주변 또한 그렇다.
교과서는 학계의 보편적 이론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본다. 그 시대 학문 결과로서의 '보편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식민지 근대화론이 과연 보편적인 이론인가. 이 이론에 동조하는 이들이 일부 있지만 학계에서는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만약 식민지 근대화론이 학계의 주류 이론이고, 그래서 이를 근거로 정치인들이 지금의 교과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정화 주장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니다.
먼저 학계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 교과서가 당시 학계의 보편적 학문 결과를 집약하여 묶는 것이어야 한다면,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형태로 먼저 자극적으로 이념으로 편 가르기하고 선동해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학사 교과서가 배척받을 때, 교학사 교과서 집필 책임자 중 한 사람은 교학사 교과서 외의 검정 통과된 교과서에 대해 '좌편향'이니 '민중사관'이니 하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국정화하는 게 낫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역사학계는 물론 국민들에게서도 크게 신뢰를 받는다고 볼 수 없는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가 한 말이 마치 예언처럼 맞아 들어가는 데 대해 나는 아주 모멸감을 느낀다.
프레시안 : 국정교과서 집필에 학자들이 순순히 나설지도 의문이다.
이만열 : 정부는 공정하고 해박한 분들을 모시겠다고 하지만, 그런 분들이 과연 집필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우선 학자들 대부분이 국정화 자체를 반대한다. 더군다나 집필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데, 이렇게 전국민적인 저항을 받는 상황에서 용기 있게 나설 수 있겠나. 동의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안한 얘기지만, 교학사 교과서 집필에 나섰던 분들이거나 그 아류들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면 국가에서 뭔가 요구하는 게 있지 않겠는가. 국가가 굳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현 보수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극우 세력의 입김이 자연히 국정화된 교과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극우 세력이 어떤 존재들인가, 청산되지 않은 친일 세력과 독재 부패 세력 그리고 반통일 세력이다. 이들의 입김을 받으면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이 독립운동 세력과 민주화운동 세력 및 평화통일 세력 중심에서 친일 세력, 독재 부패 세력 및 반통일 세력으로 대치된 상태에서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하면, 한국 근‧현대사의 주체가 독립운동 및 민주화운동 세력에서 친일파와 독재 정권 세력으로 바꿔치기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적 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강조하는 헌법 정신이 교과서 속에 제대로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점을 굉장히 우려한다.
그러지 않아도 벌써 국사편찬위에서 만들고 있는 국사 과목 기술 가이드라인에는 근‧현대사와 독립운동사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거기에다 학계에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MB정권 이래 활개를 치고 있는데 이들이 교과서 서술에 또 얼마나 관여하게 될까.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서술들이 역사 교과서에 주입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교과서 논란? 朴 정권 실정들 묻어 버리려는 꼼수"
프레시안 : 교육부가 사회, 역사 과목에서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중이 현행 5대 5에서 6대 4로 조정되고, 학습량 전체는 30% 정도 줄어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역사 교육에서 근‧현대사 비중이 축소된다는 얘기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
이만열 : 모든 역사가 소중하겠지만, 최근 세계적인 추세를 보자면 고대사보다 근‧현대사가 좀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편이다. 아무래도 현대 사회 문제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근‧현대사를 줄이겠다는 것은, 근‧현대사에 대한 치열할 역사의식을 약화시키면서 근‧현대사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보려는 시도마저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기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역사 내용의 비중을 줄인 다음, 자신들이 원하는 역사를 넣어 다시 근‧현대사 비중을 늘릴지도 모른다. 국정 교과서로 전환되고 그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교육 과정이 수시로 바뀐다. 예전 7차 교육 과정까지는 예고를 하고도 실제로 바뀔 때까지 시간을 오래 뒀다. 그런데 MB정권 이후로는 아예 몇 차 교육과정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졌다. 교육 과정을 수시로 바꿀 수 있게 했다. 이런 작업이 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 과정을 손질하기 쉽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교육부가 사회, 역사 과목에서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중이 현행 5대 5에서 6대 4로 조정되고, 학습량 전체는 30% 정도 줄어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역사 교육에서 근‧현대사 비중이 축소된다는 얘기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
이만열 : 모든 역사가 소중하겠지만, 최근 세계적인 추세를 보자면 고대사보다 근‧현대사가 좀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편이다. 아무래도 현대 사회 문제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근‧현대사를 줄이겠다는 것은, 근‧현대사에 대한 치열할 역사의식을 약화시키면서 근‧현대사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보려는 시도마저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기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역사 내용의 비중을 줄인 다음, 자신들이 원하는 역사를 넣어 다시 근‧현대사 비중을 늘릴지도 모른다. 국정 교과서로 전환되고 그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교육 과정이 수시로 바뀐다. 예전 7차 교육 과정까지는 예고를 하고도 실제로 바뀔 때까지 시간을 오래 뒀다. 그런데 MB정권 이후로는 아예 몇 차 교육과정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졌다. 교육 과정을 수시로 바꿀 수 있게 했다. 이런 작업이 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 과정을 손질하기 쉽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대통령부터 시작해 국정 교과서에 대한 여권의 의지가 대단한 걸로 보인다. 국정화로 최종 결론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학계와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국정화를 할까? 만일 그렇다면, 정부가 이렇게 국정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만열 : 우선 국정화 전환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태도가 늘 그러했다. '반대하려면 해라. 우리는 간다'였다. 일단 해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풀에 알아서 지치기를 기다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고 믿는 거다.
역사 교육, 국사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생각 자체는 좋다고 본다. 그런데 왜 국정화를 시도해서 분란을 일으켜 왜 점수를 다 까먹으려고 하나. 분명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일부러 갈등이 증폭시키려는 것 같기도 하다. 경제도 자신이 없고 다른 공약들도 줄줄이 실천 불가능한 것이 되니, 그런 문제들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 교과서 논란 같은 걸 만들어 각종 실정들을 함께 묻어버리려는 그런 정치공학적인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때때로 든다.
특히나 보수 진영은 이념적 편 가르기를 통해 많은 덕을 봐왔다.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그런 상황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 '종북' 세력이라고 몰아붙여 선거에서 이득을 본다. 이렇게 끌고 가야만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국민 다수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원치 않는 걸 알면서도 국정화 반대 의견을 종북 좌파의 얘기로 치부하면서 이데올로기적인 편 가르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교과서 통제에 인성 교육, 일제식 발상"
프레시안 :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시도부터 인성 교육 법제화까지, 정부가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죽이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만열 : 20세기 초,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하며 조선 정부를 '지도'할 고문을 셋을 뒀다. 외교, 제정, 그리고 지금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학부다. 학부 고문이 우리나라 교육에 간섭하면서 맨 처음 한 게 교과서를 통제하고, 교육 현장에서 정의 관념과 투쟁적인 걸 가르치지 말라고 강조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을 상부에 순응하는 양순한 인간으로 만들려고 했다. 인성 교육, 예절 교육이라는 것도 투쟁하지 않고 순응적인 식민(植民)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 단재 신채호 선생 같은 이들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학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우국자의 심정이 얼마나 착잡했으면 그런 말을 썼겠나.
지금 국가가 법으로까지 만들어 인성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은 일제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국정 교과서도 그렇다. 국가가 역사 서술을 독점함으로써 비판적 사고를 위축시키게 된다.
프레시안 :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시도부터 인성 교육 법제화까지, 정부가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죽이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만열 : 20세기 초,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하며 조선 정부를 '지도'할 고문을 셋을 뒀다. 외교, 제정, 그리고 지금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학부다. 학부 고문이 우리나라 교육에 간섭하면서 맨 처음 한 게 교과서를 통제하고, 교육 현장에서 정의 관념과 투쟁적인 걸 가르치지 말라고 강조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을 상부에 순응하는 양순한 인간으로 만들려고 했다. 인성 교육, 예절 교육이라는 것도 투쟁하지 않고 순응적인 식민(植民)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 단재 신채호 선생 같은 이들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학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우국자의 심정이 얼마나 착잡했으면 그런 말을 썼겠나.
지금 국가가 법으로까지 만들어 인성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은 일제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국정 교과서도 그렇다. 국가가 역사 서술을 독점함으로써 비판적 사고를 위축시키게 된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올바른 역사 교육이란 무엇인가.
이만열 : 내가 살고 있는 현재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공부하는 것이 역사 교육이라면, 역사 교육은 오늘의 삶에 대한 진단으로도 통한다. 그러기에 역사 교육은 과거의 어떤 시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현재와 연결시키는 교육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실을 인과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적 입장에서 과거를 바라보고 거기에 비판적인 안목을 키우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가르치는 사람이 확고한 가치관 위에 서서 신념과 열정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 지침서라 할 교과서가 좋아야 한다. 열의를 가진 교사가 '이 교과서 정도면 내가 아이들에게 나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겠다' 하고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외적인 조건이 주어졌을 때에 역사 교육이 바로 된다. 이러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중앙과 지방의 정부, 학부형, 교사의 역할이다. 부디 이를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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