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규모 5.0대의 지진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예측해 왔다. 하지만 기상청이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지진 9번 중 3번이 올해 발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지난 4월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 대지진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조선왕조실록 등에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역시 대규모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모 5.0 지진만 올 들어 세 번째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은 두 차례 모두 규모 5.0을 넘겼다. 두 번째 발생한 지진은 규모 5.8로 직전까지 최대 규모였던 1980년 평안북도 삭주 지역의 규모(5.3)를 넘어섰다. 이로써 올해 발생한 규모 5.0 지진은 지난 7월 5일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까지 포함할 경우 세 차례 발생했다.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후 5.0 이상 지진 9회 중 3분의 1이 올해 발생한 것이다.
전체 지진 발생 숫자 역시 심상치 않다. 13일 기준으로 올해 발생한 지진은 모두 54회로 2014년과 2015년 전체 지진 발생 숫자를 이미 넘어섰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지진을 기록한 2014년에는 못 미치지만 규모 3.0 이상의 지진도 직전 두 해 동안 발생한 숫자보다 많다. 기상청에서 디지털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후 한 해 동안 발생한 지진 평균은 47.6회지만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이후 2015년까지 발생한 한 해 평균 지진은 58.8회나 된다.
한국은 그간 대규모 지진이 다수 발생하는 ‘불의 고리(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지진에 안전한 것으로 생각됐다. 실제 2011년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가 속한 유라시아판과 거리가 있는 태평양판 경계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대지진이 발생한 일본 규슈 구마모토 지역은 한반도와 같은 유라시아판이었다. 일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큰 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규슈 지역에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난 7월 울산 해역에 이어 12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지가 점차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은 기본적으로 태평양판이 일본 열도하고 충돌하는 곳에서 발생했다”며 “당시 지진 영향으로 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큰 규모 지진의 발생 주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활성단층 추가 가능성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추가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한반도에서 확인된 활성단층은 10여개로 최대 길이는 1.5㎞이다. 대부분 1㎞ 이하여서 지진이 발생해도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센터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향후 수㎞ 이상의 단층 발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 인근처럼 이전에 확인하지 못한 활성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13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번 지진원은 양산단층 서쪽에서 발생했다. 이전까지 지진이 주로 양산단층의 동쪽에서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연구원은 “그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응력(應力·지각에 가해지는 압력)이 쌓여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지진의 추가 발생 가능성은 역사 기록으로도 뒷받침된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삼국시대 이후 최근까지 역사에 기록되거나 보고된 한반도 내 지진 발생횟수는 2600여회로 집계된다.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 등에 기록된 대규모 지진을 현대의 측정 방법으로 추정할 경우 규모 6.5나 7.0에 육박하는 지진이 다수 있는 것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기상청의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에 따르면 역사상 기록된 지진 중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지진은 20%로 추정된다. 또 성첩(城堞·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이 무너지거나 지면이 갈라지는 등의 피해를 발생시킬 지진도 1% 정도 됐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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