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일본 수도권 사이타마현 구마가야(熊谷)시에서 일가족 3명이 차를 타고 강에 뛰어들었다. 몸이 아픈 아버지(74)와 치매를 앓는 어머니(81)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셋째딸(47)은 저체온증으로 병원에 실려갔다가 회생했다. 자살 방조 및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딸은 "살아남아 미안하다"고 했다.
일본 언론이 행적을 추적했다. 일가가 살던 곳은 월세 3만3000엔짜리 셋집이었다. 딸은 과자 가게에서 일하며 10년간 치매 어머니를 돌보다 3년 전 직장을 포기했다. 아버지가 신문 배달로 월 18만5000엔씩 벌었는데, 몸이 아파 도저히 더 못 할 상황이 됐다. 사건 발생 열흘 전 신문 배달을 그만둔 아버지는 딸에게 "같이 죽어주겠니?"라고 했다. 생활 보호 수급 신청 절차를 밟느라 정신적으로 자포자기 상태였던 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은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중산층 하부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지만, 비슷한 사건이 워낙 많아 며칠 만에 묻혔다. 연봉 600만~800만엔을 받던 중산층 직장인이 은퇴 후 받는 연금은 24만엔 안팎인 반면 일본 수도권에서 살아가려면 한 달에 최소한 16만엔이 든다. 노인들에겐 세 가지 암초가 있다. 없는 돈을 그나마 반 토막 내는 황혼 이혼, 나이 먹어도 독립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자녀, 뜻밖의 병과 사고다. 이 세 암초 중 어느 하나라도 만나면 금세 생활 보호 수급자로 전락한다.
그 결과 일본은 혼자 사는 노인이 600만명, 월 10만엔 미만으로 살아가는 노인도 200만명이나 된다. 교도통신은 생활 보호 수급자 164만 가구 중 노인 가구 비율이 83만가구로 올해 처음 50%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일본 노인 가구의 16.8%는 저축이 아예 한 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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