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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13, 2016

울산서 지진 겪으니... "정부·언론 속수무책, 아직도 불안하다" 지진 지역으로부터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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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울산시 중구의 한 주택 기와가 무너지면서 파편이 주차된 차량 위와 골목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2016.9.12
ⓒ 연합뉴스

나는 겁먹었던 사람이다. 나는 당황했던 사람이다. 나란 인간은 어제 내내 패닉에 빠졌던 사람이다.

어제 경주 남서쪽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이었다. 명절 준비를 하러 부모님과 장을 보고 집에서 쉬고 있었을 때 갑자기 천장이 울리더니 창문이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주방 선반에 대충 올려뒀던 플라스틱 쟁반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간 당황했다. 바로 신문사에 일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지진이 났다고 알렸다. 그다음 가방에 간단한 음식과 물, 걸쳐 입을 옷가지를 욱여넣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우리 집은 울산 서부지역에 있다).

많은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어린 아기를 안고 나온 젊은 부부, 지팡이를 짚고 나오는 할머니, 놀란 표정으로 밖으로 나온 중학생 정도의 청소년들이 보였다. 10분 정도 지나자 5.3도의 지진이 났다는 재난 문자와 함께 아파트 안내 방송에서는 지진이 발생했다며 대피를 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주민들은 30여 분 이상을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문득 가게에 있는 엄마 생각이 났다. 전화가 불통이었다. 카카오톡을 보냈지만 카카오톡 역시 먹통이었다.

여진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집 안을 대충 점검하던 차에 다시 지진이 났다. 창문이 울리고, 거실에 올려둔 책더미가 흔들렸다. 결국 다시 집 밖으로 나와 인근 학교 운동장까지 갔다. 운동장에는 벌써 족히 서른 명은 되는 주민들이 나와 있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지진이 났는데 방송국에서 제대로 대응 방법을 알리지 않았다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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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이 아파트 야외 주차장으로 대피했다
ⓒ 박용석

여전히 카카오톡과 전화는 되지 않았다. 많이 끊기긴 했지만 텔레그램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정도가 작동했다. 사실 5도 정도의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거나, 큰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첫 번째 지진 이후 계속 통신상태가 불량해 전화와 카카오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굉장히 답답했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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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시 반, 더 이상 큰 여진이 발생할 것 같지 않다는 보도가 스마트폰 알림으로 떴다. 집으로 돌아와 그간의 방송들을 체크했다. 국가재난중계를 담당한다던 공영방송이 이번 지진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성토가 SNS에서 빗발치고 있었다. 

진원지인 경주는 한 시간 거리에 제2 도시권역인 부산-울산과, 제3 도시권역인 대구가 있는 곳이다.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지역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분명 방송을 하면서 지진 피해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간단한 속보만 방송했다고 한다. 속보를 알리면서 대응법도 함께 알려야 하는 게 그들의 임무 아닌가. 정말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이 지진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면 이런 식으로 보도하고 넘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북쪽에는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남쪽에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심지어 진원지인 경주에는 중저준위방사능 폐기장도 있었다. 물론 머리로는 5도대의 지진으로 원전이 터지거나, 방사능 폐기장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선 불안감이 자라났다. 결국 어젯밤에는 비상용품을 넣은 가방을 현관에 두고 잠들었다. 하지만 불안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새우잠을 자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내 긴급 재난문자가 울렸다. 3.2도 정도의 여진이 발생했다는 내용과 함께. 그리고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밤새 불안에 떨었다. 

점심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불안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생한 지진도 두렵지만, 이를 제대로 알려야 할 기관들의 미숙함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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