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12일 오후 경주시에서 규모 5.1, 5.8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위급상황 시 작동해야할 국가의 재난대비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진이 발생했던 이날 오후 7시44분 이후 지진피해대책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장애현상이 나타났다.
홈페이지에는 "금지된 요청으로 처리가 거부되었다"는 안내문만 있었고, 장애발생 5시간 만인 다음날 새벽 1시30분쯤 복구됐다. 지진상황, 대피요령 등의 정보를 전달해야할 안전처 홈페이지가 마비됨으로써 지진에 놀란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됐다.
안전처의 긴급재난 문자서비스도 늦게 발송됐다. 안전처는 최초 지진 발생 8분, 더 큰 규모로 발생한 두번째 지진 발생 9분이 지나서야 문자를 발송했다.
충청 이남을 제외한 수도권지역 시민들은 문자를 받지 못했다. 메시지 발송지역은 진앙 반경 120㎞ 이내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인천 등에서도 진동이 감지됐다는 점에서 안전처의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희겸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은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에 참석해 "국민안전처가 긴급재난문자를 이동통신 3사로 전국에 다 보내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기상청이 지진발생 장소와 규모를 발표하면 지진의 여파가 미치는 것을 분석해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야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분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기상청의 통보 후 전국 모든 사람들에게 문자를 발송할 수 없어 발송이 늦어진 것"이라며 "문자 알림을 위한 연구에 국내기술이 아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의 국민이 사용하는 SNS 메신저 카카오톡이 휴대폰 버전과 PC버전 모두 작동되지 않아 연락을 주고받지 못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한국방송(KBS)를 비롯해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재난 방송이 아닌 정규 편성된 드라마를 계속 내보냈다.
방송 중간에 뉴스특보를 넣었지만 지진의 심각성과 지진대피요령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크게 부족했다. 지진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한 방송사는 종편 채널인 JTBC였다.
재난주관방송사들은 뒤늦게 편성한 특집뉴스에서도 과거 지진발생 현황이나 시민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반복해 내보냄으로써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같은 지역에서 더 큰 지진이 올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지진규모가 과거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었다"며 "지진같이 신속한 정보가 필요할 때 정작 정부의 상황판단이 늦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안전처의 긴급재난 문자발송에 대해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전국적으로 문자를 보내는게 맞다고 본다"며 "진도범위를 정확하게 추산해 문자발송 대상을 빠르게 추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민들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우왕좌왕하기보다 실내에 있는 사람은 책상 밑으로, 실외에 있는 사람은 쓰러질 물건이 없는 운동장에 가는 등의 기본수칙을 미리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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