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거부, 안보 협의체도 거부…"사드 배치 찬성? 반대?"
북한의 5차 핵 실험 사흘 만인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가 얼굴을 맞댔지만, 북핵 문제 해법을 두고 큰 견해차를 보였다.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야당의 대북 정책 비판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박 대통령과 야당은 이견만 확인한 채 자리를 떴다. 이번 회동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회와 제재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제재와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 평행선을 달렸다. 야당이 제안한 '여-야-정 안보 협의체 구성' 건의도 박 대통령은 거절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 앞에서 "전쟁"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현 상황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기도 했다. 또한 야당 대표들의 발언에 '발끈'하는 등 다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 '전쟁' 직접 언급…"한반도에 전쟁 위험 올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한 회동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북한은 추가 도발도 예고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이 올수도 있고 각종 테러 국지 도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가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하나가되고 단단히 결속된 모습을 보일 때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빈틈없이 지켜질 수 있기 때문에 초당적인 자세로 협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쟁'이라는 말은, 그간 박 대통령이 사용해왔던 '도발', '테러', '공격' 등과 비교할 수 없는 수위로 보여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이 주장한 '여-야-정 안보 협의체 구성' 요구에 대해서도 거절했다. 박 대통령은 "민생 협의체와 달리 안보는 여야가 함께 논의할수 있는 성질이 아니고 대통령이 책임지고 끌고 가는 것이고 대통령이 여야에 협조를 구할 대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 실험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이 얼마나 무모하고 핵에 광적으로 집착하는지를 다시 한 번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저는 북한의 핵 실험 직후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 일본 아베 총리와 통화해서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더욱 강력히 압박하는데 대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며 "기존 (대북 제재) 체제의 틈새를 메울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제재 결의가 조속히 채택될 수 있도록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두 가지 길밖에 없다. 북한의 핵을 용인하느냐, 어떻게 해서든 국제 사회가 힘을 합해 북한이 (핵 포기 등) 바꿀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 있겠느냐.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국제 사회와 힘을 합해 제재 압박을 가해 북한이 전략과 셈법을 바꾸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에 '공격적 태도' 보인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라고 더민주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등 다소 공격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대안) 제시도 안하고 국민을 무방비 상태에 노출시킨다고 하면, 국가나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 자위권 차원에서 이것(사드)은 대안이 없는 한 안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고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에 추 대표는 "사드는 군사적으로 백해무익한 것이고 외교적으로도,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미-중 간의 문제"라며 "미-중 간 외교적 사안을 우리가 먼저 '예스'냐 '노'냐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추 대표가 "안보 상황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 안된다"는 취지로 비판을 하자 "이것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입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미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북한을 규탄하고 대북 제재를 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도 안보를 이용한 것인가. 이 심각한 상황을 안보를 이용한다고 하시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추미애 대표는 대북 특사를 파견해 남북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북한은 지금 핵 보유국이 되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 현재 대화를 하는 것은 북한에게는 시간벌기만 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회동이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두 야당(더민주, 국민의당)은 제재와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 말씀 드렸고, 사드 문제는 대통은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고 두 야당 대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또 "9.9절(북한 정권 수립일) 핵 실험을 예상하고도 총리, 장관, 합참 간부 절반이 핵 실험 후에 복귀했다. 야당도 11시에 회의했는데 2시간 후에 NSC가 열렸다. (국방 예산을) 40조 원 이상 쓰는데, 기상청에서 (지진 감지) 보고 알았다 하면 국민이 얼마나 불안한가"라며 "이런 문제로 야당을 불순 세력, 국론 분열 세력, 안보 무책임 세력으로 규정하면 아무 도움이 안된다. 야당 호통치기 전에 정부 내 안보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 실험이 준비 완료됐다는 것은 한미간 정보 교류로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극도의 보안으로 핵 실험을 언제 실시하는 지 미리 알 수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野 "현 정부에만 핵 실험 3번, 대통령이 극단으로 가면 위험해"
박 비대위원장은 "북한은 핵 실험을 노무현 정부 때 1번, 이명박 정부 때 1번, 그리고 현 정부에서 3번 했다. 날로 안보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 유엔 안보리 결의는 무용지물 되고 있다"며 "경제 제재, 사드 배치 해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고, 자멸론, 붕괴론 등 대북 메시지가 극단으로 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민의당은 사드 찬성 의견을 존중하지만 사드 반대를 불순 세력으로 몰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현재 국내에 쌀이 남아돌고 쌀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대북 쌀 지원을 건의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민이 또 세계가 북한의 김정은이 지켜보고 주목하는 가운데, 여야가 한목소리로 북핵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고 저는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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