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중 우습게 여긴 오만과 독선의 산물”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는 한마디로 실패했다. 그러므로 나 역시 참회해야 할 사람이 분명하다.”
이명박(MB) 정권의 개국공신이자 이단아인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참회록’을 냈다. 정 전 의원은 4ㆍ13 총선에서 패배(서울 서대문을)해 4선에 실패한 뒤 TV조선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명절마다 주위에 자신이 읽은 책 중 하나를 골라 선물해오던 정 전 의원이 이번 한가위에는 자신이 쓴 글을 돌렸다.
한때 ‘친이직계’로서 MB정권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회상하며 쓴 ‘최고의 정치, 최악의 정치’가 그것이다. 13쪽짜리 소책자에서 정 전 의원은 MB정권의 실패에 반성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치부를 조목조목 드러냈다. 정 전 의원은 중도실용을 내세워 당선됐으나 집권 뒤엔 “꼴통 신자유주의”로 복귀한 이 전 대통령을 두고 “530만 표 차이의 승리를 가능하게 한 서민대중을 우습게 여긴 오만과 독선의 산물”이라고 직격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해서도 “오죽하면 내부에서 조차 국정운영을 ‘패밀리 비지니스’처럼 한다는 냉소까지 나왔겠느냐”며 “기업가 출신인 만큼 권력의 공공성에 유난히 취약해 권력을 마치 축재하듯이 벌어들인 사유재산으로 여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 만기친람 논란의 전철을 밟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전 의원은 “권력은 공공재인데 우리 지도자들은 권력을 사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일단 잡으면 위임 받은 게 아니라 자기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역대 정권이 실패의 길로 접어든 공통적인 이유 중 하나로 대선자금도 거론했다. “모든 정권의 집권 과정에서 잉태되는 문제의 핵심은 대선자금이다. 규모는 줄어들어왔지만 늘 적법의 범위를 초과할 수밖에 없어 위험하다.” 이런 이유로 친인척이 대선자금을 관리하게 되고 집권하면 ‘견제 받지 않는 실세 권력’이 된다는 주장이다. MB정권의 경우 임기 내내 ‘상왕’으로 군림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가리킨다.
MB정권의 난맥상을 꼬집은 건 “책임 때문”이라고 정 전 의원은 말한다. 그는 “구질구질하게 얘기할 것 없이 이명박 정부는 한마디로 실패했고 그러므로 나도 실패한 것”이라며 “(정권 내내)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고 끝까지 비판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내 책임이 면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MB정권의 상왕 이 전 부의장과 맞선 자신의 행보를 두고도 “(남경필 경기지사 등 소장파 의원들과) 소위 ‘55인 반란 사건’을 주동했으나 (18대 총선에서 이 전 부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의) 동반 불출마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건 결국 나의 용기 부족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그러면서 “이후에도 권력투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여권 내 갈등만 야기 시킨 건 결국 내가 공적인 일을 도모하면서 사사로운 경멸과 증오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정 전 의원은 12일 “그간 명절 작은 선물로 책을 보냈는데 낙선을 하고 나니 재정사정도 그렇고 앞으로는 제 글을 보내드리려고 한다”며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얘기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진정한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여당 내의 ‘친박 패권주의’와 노선 후퇴에 심각한 염증을 느낀 정 전 의원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아닌 제3지대 중도신당 후보 창출을 도모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지난해 한가위엔 “이제까지 여당 내 주류가 권력을 잡은 일이 없다”며 중도신당의 필요성을 설명한 책 ‘하드볼 게임’(김장수 제3정치연구소장 저)을 돌리기도 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가위를 앞두고 직접 써 주위에 돌린 MB정권 실패의 책임을 자성한 참회록 '최고의 정치, 최악의 정치'. 정 전 의원은 자신의 글을 13쪽짜리 소책자로 만들어 주위에 돌렸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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