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오전 11시경에 나온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30여개 언론이 “UN이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 해결 노력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 제목들이 전부 <유엔 인권보고서, “삼성 백혈병 문제해결 노력 인정”>으로 거의 같고, 내용도 도긴개긴.
2.
기사가 말하는 보고서란, 지난해 UN 특별보고관(‘유해화학물질과 폐기물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하여 화학물질로 인한 노동자, 소비자, 아동, 지역 사회 인권침해 이슈들을 두루 검토한 후, 발표한 2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말하는데, 이 보고서에는 반도체 직업병, 가습기 살균제, 화학물질 정보공개, 산재보상 입증책임 등등의 여러 이슈들에 대한 꽤나 구체적인 검토내용과 적극적인 권고의견들이 적혀 있다.
어제 오전 11시경에 나온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30여개 언론이 “UN이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 해결 노력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 제목들이 전부 <유엔 인권보고서, “삼성 백혈병 문제해결 노력 인정”>으로 거의 같고, 내용도 도긴개긴.
2.
기사가 말하는 보고서란, 지난해 UN 특별보고관(‘유해화학물질과 폐기물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하여 화학물질로 인한 노동자, 소비자, 아동, 지역 사회 인권침해 이슈들을 두루 검토한 후, 발표한 2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말하는데, 이 보고서에는 반도체 직업병, 가습기 살균제, 화학물질 정보공개, 산재보상 입증책임 등등의 여러 이슈들에 대한 꽤나 구체적인 검토내용과 적극적인 권고의견들이 적혀 있다.
▲ 매일경제 9월12일자. |
가령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관하여는 대략 5페이지 정도를 할애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은폐, 삼성 보상절차의 일방성과 폐쇄성, 한국 정부의 놀랄 정도로 낮은 수준의 해결 노력 등등을 언급하며 개선을 권고하였다.
(보고서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http://cafe.daum.net/samsunglabor/CMLV/797?&sns=url)
그런데, 그런 내용들 다 차치하고, 한국의 수십 개 언론사가 일제히, 거의 같은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을 쏟아내었다는 것 자체가 막장 코메디다. 기사에 이름 올린 기자들 대부분이 보고서를 실제 읽어 보지도 않았다는데, 500원을 건다.
3.
여기서 ‘숨은 그림 찾기’가 시작되는데, 그렇다면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30여개 언론이 일제히 제목으로 뽑은 저 문장은 대체 어디에 등장하느냐는 거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다룬 5페이지 분량의 본문에서 그 내용을 찾지 못해 애먹었다. 결론 부분에 한 개 문장이 등장하더라.
"He acknowledges internal changes by Samsung Electronics and steps taken to realize the right of former workers to an effective remedy."
아무리 봐도 이건 국제인권기구가 어떤 문제를 지적하거나 개선방안을 권고할 때 으레 쓰는 외교적 수사 같은데 한국 기자들은 마치 이것이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UN의 입장을 요약이라도 하는 양, 이 문장으로 30여개 기사의 제목을 뽑아냈다.
4.
기사 검색을 해보니, 가장 웃기는 짓을 한 것은 맨 처음 기사를 낸 '연합뉴스'다. 물론 연합뉴스의 그 웃기는 짓들이 여러 언론들에 의해 꼼꼼하게 복제되어 있긴 하다만.
암튼 연합뉴스는 “보고서는 한국의 전자산업 현장에서 350명의 근로자가 각종 질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역학조사 등 과학적 조사결과 발암물질을 발견하지 못하고 백혈병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고 쓰고 있는데, 이 보고서는 2007년, 2008년에 나온 이러한 조사결과와 정부가 이러한 조사결과에 근거하여 황유미 씨 등에 대해 산재보상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여, 이렇게 썼다.
“Apart from these investigations and the industrial accident compensation insurance scheme, the Special Rapporteur notes a surprisingly low level of action taken by the Government, the primary duty bearer when it comes to respecting, protecting and fulfilling the rights of workers and of victims to an effective remedy.”
즉 위 조사 결과들은 정부의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준의’ 대처를 비판하는 취지로 언급된 것들이었을 뿐, 이번 보고서가 인정하고 확인한 내용이 아니다.
또 연합뉴스는 난데없이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반도체 백혈병 논란에 대해 과학적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기업의 해결 노력을 높이 평가함에 따라 백혈병 논란이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했다”고 썼는데 연합뉴스는 언젠가부터 삼성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결과를 점잖게 ‘관측’하고 ‘전망’하고 있다. 마치 ‘결국 그대가 바라시는 대로 될 겁니다...’라고 주문이라도 거는 듯. 하기사 그대의 특별한 어여쁨을 받기 위하여는 이런 주옥 같은 포인트가 하나쯤 꼭 있어야 되지 않겠나.
5.
또 하나의 압권은 ‘아시아경제’다. 제목부터 참신하다.
<삼성, 백혈병문제 이어 갤노트 7 사태에도 ‘정공법’>
(보고서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http://cafe.daum.net/samsunglabor/CMLV/797?&sns=url)
그런데, 그런 내용들 다 차치하고, 한국의 수십 개 언론사가 일제히, 거의 같은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을 쏟아내었다는 것 자체가 막장 코메디다. 기사에 이름 올린 기자들 대부분이 보고서를 실제 읽어 보지도 않았다는데, 500원을 건다.
3.
여기서 ‘숨은 그림 찾기’가 시작되는데, 그렇다면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30여개 언론이 일제히 제목으로 뽑은 저 문장은 대체 어디에 등장하느냐는 거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다룬 5페이지 분량의 본문에서 그 내용을 찾지 못해 애먹었다. 결론 부분에 한 개 문장이 등장하더라.
"He acknowledges internal changes by Samsung Electronics and steps taken to realize the right of former workers to an effective remedy."
아무리 봐도 이건 국제인권기구가 어떤 문제를 지적하거나 개선방안을 권고할 때 으레 쓰는 외교적 수사 같은데 한국 기자들은 마치 이것이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UN의 입장을 요약이라도 하는 양, 이 문장으로 30여개 기사의 제목을 뽑아냈다.
4.
기사 검색을 해보니, 가장 웃기는 짓을 한 것은 맨 처음 기사를 낸 '연합뉴스'다. 물론 연합뉴스의 그 웃기는 짓들이 여러 언론들에 의해 꼼꼼하게 복제되어 있긴 하다만.
암튼 연합뉴스는 “보고서는 한국의 전자산업 현장에서 350명의 근로자가 각종 질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역학조사 등 과학적 조사결과 발암물질을 발견하지 못하고 백혈병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고 쓰고 있는데, 이 보고서는 2007년, 2008년에 나온 이러한 조사결과와 정부가 이러한 조사결과에 근거하여 황유미 씨 등에 대해 산재보상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여, 이렇게 썼다.
“Apart from these investigations and the industrial accident compensation insurance scheme, the Special Rapporteur notes a surprisingly low level of action taken by the Government, the primary duty bearer when it comes to respecting, protecting and fulfilling the rights of workers and of victims to an effective remedy.”
즉 위 조사 결과들은 정부의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준의’ 대처를 비판하는 취지로 언급된 것들이었을 뿐, 이번 보고서가 인정하고 확인한 내용이 아니다.
또 연합뉴스는 난데없이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반도체 백혈병 논란에 대해 과학적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기업의 해결 노력을 높이 평가함에 따라 백혈병 논란이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했다”고 썼는데 연합뉴스는 언젠가부터 삼성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결과를 점잖게 ‘관측’하고 ‘전망’하고 있다. 마치 ‘결국 그대가 바라시는 대로 될 겁니다...’라고 주문이라도 거는 듯. 하기사 그대의 특별한 어여쁨을 받기 위하여는 이런 주옥 같은 포인트가 하나쯤 꼭 있어야 되지 않겠나.
5.
또 하나의 압권은 ‘아시아경제’다. 제목부터 참신하다.
<삼성, 백혈병문제 이어 갤노트 7 사태에도 ‘정공법’>
▲ 아시아경제 9월12일 온라인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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