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일어나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비행기가 부딪혔대."잠에 취한 저는 지사장의 전화를 받으면서도 심드렁했었습니다. "아, 뭐, 비행기가 부딪히는 일은 종종 있었대잖아요." 저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전날 늦게까지 취재 핑계로 마신 술은 저를 자리에서 못 일어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야,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졌어!" 잠에서 덜깬 저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웃었습니다. "아니 비행기 한 대가 와서 부딪혔다고 그게 무너져요?" "지금 TV 켜 봐!" 저는 풋 웃으며 TV를 켰습니다. 그리고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아내도 집에 있었는데, 그 장면을 함께 지켜보며 그냥 "어,어,어... "라고 하며 아무 말도 못하다가 나중엔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말도 안 돼!"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너무 초현실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영화보다도 더 영화적인 현실이 TV 화면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충격이란 말은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망연자실? 기막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노트와 랩탑, 사진기를 챙겨들고 일단 취재가 예정돼 있던 LPGA 포틀랜드 세이프웨이 클래식 취재를 갔습니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의 선수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마쳤는데, 이들은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몇몇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했습니다. 비행금지 조치로 비행기를 탈 수 없었던 그들은 자동차에 짐들을 싣고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괴이했습니다. 공항 근처였는데,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어 정말 조용했습니다. 평소에 여객기의 폭음이 늘 들리던 곳들에 이렇게 깊은 적막감이 돈다는 것, 그것도 대낮에 이런 적막감이 돈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기괴한 일인가를 느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내내 테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TV는 커다란 767기가 WTC에 날아들어 관통하는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고 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대낮에 자동차 다니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갤러리들은 경기를 보러 나왔다가 하나 둘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의 처형과 장인어른이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비상이 걸렸다고. 특히 비행기가 너무 낮게 날아들었던 것을 목격한 장인어른은 혼잣말로 "저 비행기가 미쳤나 봐"를 되뇌셨고, 그리고 나서 바로 사고가 생겼다고 전해주셨습니다. 뉴욕의 친구들에게 그때부터 안부를 미친듯 묻기 시작했고, 전화가 안 되는 지역은 계속 되지 않았습니다. 처가가 있던 브롱스는 괜찮았지만, 맨해튼 지역으로 전화를 거는 것은 거의 며칠간 불가능했습니다.
이게 내가 기억하는 15년전의 9.11 입니다. 아내는 당시 지호를 데리고 오리건 한인회에 만삭인 채 일을 나가고 있었고, 저는 한참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흘렀습니다. 미국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무엇보다 공항을 이용하는 것은 참 까다로운 일이 됐고, 테러의 공포는 일상을 사로잡으며 정치의 화두가 됐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휩쓸고 있는 반 무슬림 정서의 시작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중동의 눈물들에 대해서도 되돌아 봐야 합니다. 9.11은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다는 핑계로 부시가 이라크와 아프간에 개전을 하게 만들었고, 그 전쟁의 여파는 개별 테러단체들의 확산과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우리는 ISIS의 잔인한 테러를 목도하지만, 미국 등에 의해 저질러지는 전쟁무기에 의한 대량살육에 대해서는 그것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눈감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테러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그런 세상이 됐습니다.
미국이 스스로 키워낸 탈레반, 그리고 공화국 수비대는 이제 미국의 뒤통수를 치는 부메랑이 됐습니다. 그렇게 미국이 키워낸 화약고들은 점점 미국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패권주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한반도에서 가장 새롭고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치달았습니다. 2001년 9월 11일의 망령은 조금씩 세계로 퍼져 왔습니다. 그리고 전혀 그곳과는 상관 없는 곳에서 새로운 독버섯의 갓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이 결국 패권주의의 끈을 놓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2016년의 9월 11일, 저는 지금 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바라봅니다.
시애틀에서...
"야,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졌어!" 잠에서 덜깬 저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웃었습니다. "아니 비행기 한 대가 와서 부딪혔다고 그게 무너져요?" "지금 TV 켜 봐!" 저는 풋 웃으며 TV를 켰습니다. 그리고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아내도 집에 있었는데, 그 장면을 함께 지켜보며 그냥 "어,어,어... "라고 하며 아무 말도 못하다가 나중엔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말도 안 돼!"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너무 초현실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영화보다도 더 영화적인 현실이 TV 화면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충격이란 말은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망연자실? 기막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노트와 랩탑, 사진기를 챙겨들고 일단 취재가 예정돼 있던 LPGA 포틀랜드 세이프웨이 클래식 취재를 갔습니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의 선수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마쳤는데, 이들은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몇몇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했습니다. 비행금지 조치로 비행기를 탈 수 없었던 그들은 자동차에 짐들을 싣고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괴이했습니다. 공항 근처였는데,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어 정말 조용했습니다. 평소에 여객기의 폭음이 늘 들리던 곳들에 이렇게 깊은 적막감이 돈다는 것, 그것도 대낮에 이런 적막감이 돈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기괴한 일인가를 느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내내 테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TV는 커다란 767기가 WTC에 날아들어 관통하는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고 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대낮에 자동차 다니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갤러리들은 경기를 보러 나왔다가 하나 둘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의 처형과 장인어른이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비상이 걸렸다고. 특히 비행기가 너무 낮게 날아들었던 것을 목격한 장인어른은 혼잣말로 "저 비행기가 미쳤나 봐"를 되뇌셨고, 그리고 나서 바로 사고가 생겼다고 전해주셨습니다. 뉴욕의 친구들에게 그때부터 안부를 미친듯 묻기 시작했고, 전화가 안 되는 지역은 계속 되지 않았습니다. 처가가 있던 브롱스는 괜찮았지만, 맨해튼 지역으로 전화를 거는 것은 거의 며칠간 불가능했습니다.
이게 내가 기억하는 15년전의 9.11 입니다. 아내는 당시 지호를 데리고 오리건 한인회에 만삭인 채 일을 나가고 있었고, 저는 한참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흘렀습니다. 미국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무엇보다 공항을 이용하는 것은 참 까다로운 일이 됐고, 테러의 공포는 일상을 사로잡으며 정치의 화두가 됐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휩쓸고 있는 반 무슬림 정서의 시작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중동의 눈물들에 대해서도 되돌아 봐야 합니다. 9.11은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다는 핑계로 부시가 이라크와 아프간에 개전을 하게 만들었고, 그 전쟁의 여파는 개별 테러단체들의 확산과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우리는 ISIS의 잔인한 테러를 목도하지만, 미국 등에 의해 저질러지는 전쟁무기에 의한 대량살육에 대해서는 그것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눈감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테러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그런 세상이 됐습니다.
미국이 스스로 키워낸 탈레반, 그리고 공화국 수비대는 이제 미국의 뒤통수를 치는 부메랑이 됐습니다. 그렇게 미국이 키워낸 화약고들은 점점 미국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패권주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한반도에서 가장 새롭고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치달았습니다. 2001년 9월 11일의 망령은 조금씩 세계로 퍼져 왔습니다. 그리고 전혀 그곳과는 상관 없는 곳에서 새로운 독버섯의 갓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이 결국 패권주의의 끈을 놓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2016년의 9월 11일, 저는 지금 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바라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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