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2대가 12일 오전 한반도 상공으로 긴급 출격할 계획이었으나 출발지인 괌 기지의 기상 악화로 출격이 연기됐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핵우산' 등 확장 억제를 통해 동맹국인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핵우산'이 날씨 때문에 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12일 오전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강한 측풍(옆바람)이 불어 B-1B의 한반도 출동을 최소한 24시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곧이어 이날 오후에는 "연기됐던 미군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는 내일 실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괌에 이착륙하는 민간 항공기의 운항은 문제없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B-1B 출격이 미뤄진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미군 소식통은 "괌 민간 공항과 앤더슨 기지는 떨어져 있는데 앤더슨 기지에는 항공기가 이륙하기 어려운 수준의 옆바람이 불었던 것"이라며 "실제 전쟁 상황이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폭격기가 출격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정도의 상황은 아니어서 승무원 안전을 고려해 이륙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대북 무력시위 및 핵우산 과시 차원에서 B-1B를 시작으로 전략 무기를 차례대로 한반도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첫 단추부터 어긋나는 모양새가 됐다.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제공하는 '핵우산'은 크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토마호크 미사일을 포함한 전술핵무기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각각 단점들도 있다. 땅 위에서 발사되는 ICBM이나 잠수함에서 쏘는 SLBM은 탄두 위력이 수백㏏(1㏏은 TNT 폭약 1000t 위력) 이상인 전략 무기다.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히로시마급(15㏏) 핵무기에 비해 10배 이상의 폭발력을 가지기 때문에 유사시 보복용으로 사용됐을 경우 '과잉 대응'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전략폭격기 3총사인 B-1, B-2, B-52는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출동해 북한 지휘부와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우산' 전략 자산이다. 일부 폭격기는 괌에서 출격했을 때 빠르면 2~3시간 내에 한반도에 도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12일처럼 기상이 좋지 않으면 즉각 출동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유용한 전술핵무기 중에는 폭격기·전투기가 모두 투하할 수 있는 B-61 계열의 핵폭탄과 잠수함·이지스함·항공기가 모두 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있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토마호크 미사일은 재래식 탄두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에 핵 보복 상황이 닥치면 기존 탄두를 핵탄두로 교체해야 한다. 그만큼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B-61 핵폭탄은 김정은 벙커 등 지하 시설 공격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악천후에선 폭격기·전투기 등이 뜨지 못하기 때문에 B-61 핵폭탄 공격도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한반도 땅 위에 항상 핵무기를 두는 전술핵 재배치론과 전략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순환 배치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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