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추모식장에서 쓰러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69·사진)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클린턴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당 내부에서 나왔다. 대선을 불과 50여 일 앞둔 시점에 후보 교체 가능성까지 제기될 만큼 클린턴의 건강 문제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1995∼97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을 지낸 돈 파울러는 12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앓고 있다고 밝힌) 폐렴에서 회복하겠지만, 민주당이 긴급 사태에 대한 대책 없이 선거를 끌고 가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긴급 사태에 대한) 계획을 당장 오늘 오후 6시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DNC는 대선 후보가 건강 등의 문제로 대선을 완주할 수 없게 되면 추가 경선 없이 새 후보를 지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DNC 의장은 대안 후보를 결정할 특별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규 제3조 1항에 따른 것이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클린턴이 낙마할 경우 클린턴의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역시 경선 대항마로 거론됐던 조 바이든 부통령이 후보군으로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이 워싱턴 정가에서 나온다.
그러나 일부 주에서 부재자 투표가 실시되는 등 이미 대선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후보 교체는 대선 결과의 정통성 시비 등 만만치 않은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는 클린턴이 쓰러지며 유세 일정을 중단한 지 하루 만에 클린턴의 건강 문제를 이슈화했다. 그는 12일 CNBC방송 인터뷰에서 “나도 (클린턴이 휘청거리는 것을) 봤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한 뒤 클린턴이 폐렴 때문에 쓰러졌다는 해명에 대해선 “(설명이)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주에 아주 심하게 기침을 했고, 그것이 처음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아주 건강하다. 지난주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이번 주 내로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검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고령인 자신의 건강 문제도 이슈화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 클린턴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건강 문제와 함께 “트럼프 지지자의 절반은 개탄스러운 집단”이라는 클린턴의 발언도 본격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미 클린턴이 유감 표명을 한 사안이지만 건강 문제와 엮어 클린턴의 자질 부족론을 더욱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클린턴은 이날 CNN과 전화 인터뷰를 하고 건강 이상설 확산 차단에 나섰다. 그는 “어제 9·11테러 추모식장에서 어지러움을 느껴 균형을 잃었지만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에어컨이 켜진 차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빠르게 나아졌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폐렴 진단을 뒤늦게 공개한 데 대해서는 “그렇게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9일 폐렴 진단을 받은 뒤 5일간 쉬라고 했는데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 2, 3일 내에 선거운동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캠프의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이날 MSNBC방송에 나와 “며칠 내 클린턴의 추가 의료 정보를 공개하겠다. 폐렴 진단 외에 감추는 병력은 없다”고 말했다. 2012년에 입은 뇌진탕 때문에 쓰러진 것 아니냐는 세간의 추측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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