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많이 참여하니 나가보라" 전화에 장학사들 학생들 학교 일일이 파악
'박근혜 대통령 하야'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을 일일이 확인한 대전시교육청의 '학생 사찰' 논란과 관련해 경찰이 교육청에 학생 확인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예상된다.
평소처럼 단순 집회 참가자 수를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교육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장에 나갈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 오후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에서 열린 '대전시민 촛불 행동' 집회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한 것을 파악한 뒤, 대전시교육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장에 나갈 것을 요구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경찰에서 타임월드 인근에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있다며 교육청 차원이나 학교에서 나가봤으면 좋겠다는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집회가 있을 때 경찰에서 교육청에 전화해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번에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예기치 못하게 나온 만큼 특수한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상황은 학생들이 몰릴 것을 예측하지 못해 경찰 측에서 공문을 보내기엔 힘든 상황이었다"라며 "급할 땐 유선으로도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교육청 소속 장학사들은 곧장 집회 현장에 나가 학생들의 학교를 일일이 파악했다.
인권을 무시하고 학생들을 감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학사들은 인근 학교 교감에 "해당 학교 학생들이 많이 있다. 안전이 염려되니 학생부장 선생님을 보내달라"며 전화를 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의 전화를 받은 인근 학교 교감이나 생활지도부장 등은 현장에 나갔다. 이들은 "현장에선 누가 누군지, 우리 학교 학생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집회 첫날 저녁에 교육청에 전화를 건 것은 맞다"면서도 "현장에서 학생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 교육청에서 아이들 안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로 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 당국은 아이들 안전 문제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며 "세월호 사고도 있고 학생 안전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교육기본법 17조에 안전사고 예방 규정이 신설된 만큼 교육 당국에서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알려준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요즘에 집회 인원을 줄인다고 해서 줄여지는가"라며 "단지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법을 지키며 집회를 진행하고 사고 예방을 하려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앞서 교육청의 연락을 받은 일부 학교는 학년 당 집회 참가자 수를 파악하기도 했다.
경찰 전화 한 통에 사찰 논란이 시작된 셈이다.
A 고교 교감은 "담임선생님이 부모님과 통화해 허락을 받은 학생들만 집회에 참석하게 했다"며 "부모님 동의를 받은 학생 수를 파악해보니 이렇게 나온 것"이라고 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청이 학생들의 집회 참가를 자제시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는 선생님도 있었다"며 "부모님 동의를 받은 학생만 집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석을 감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는 진정서를 통해 "대전시교육청이 집회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학교를 묻고 해당 학교에 연락한 건 학생들의 의사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대전사무소는 본부에서 사건을 이관받는대로 학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기초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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