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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5, 2017

이재용 3차 독대서… 朴, 문화스포츠 지원 등 10개 사항 주문

특검, 안종범 업무수첩 39권

추가 확보해 VIP 지시 확인

3차 독대 대화는 처음 드러나

주로 최순실 관련 내용 논의

이르면 금주 대면조사 앞두고

朴 대통령 뇌물죄 수사에 가속

박근혜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과 독대 발언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최근 추가 확보한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을 통해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3차 독대 내용까지 모두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1ㆍ2차 독대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관련된 주제로 이 부회장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이 부분이 최씨를 매개로 한 박 대통령-이 부회장의 ‘대가성 거래’를 보다 확실히 드러내 주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달 26일 안 전 수석의 최측근인 김모 보좌관으로부터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근무시절(2014년 6월~지난해 11월) 사용했던 업무용 포켓수첩 39권을 임의제출 받았다. 이 수첩들은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0월 말 확보했던 17권과는 다른 별개의 것으로, 여기에도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들은 수첩 맨 뒤쪽부터 ‘VIP’라는 글씨와 함께 빼곡히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지난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내 부지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특히 작년 2월 1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 독대 직후, 안 전 수석이 작성한 메모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메모에는 ‘문화 융성과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금전적) 지원도 해 달라’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 등을 비롯, 총 10여 개의 주문사항이 꼼꼼하게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은 이에 대해 특검 조사에서 “이 부회장과의 독대가 끝난 다음에 대통령 말씀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염두에 둔 듯한 이러한 주문들은 거의 대부분 최씨의 관심사항과 연결돼 있어 이 부회장을 상대로 최씨 측에 ‘뇌물’을 건네라고 압박한 정황증거라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 독대 사실은 이미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공개됐었지만, 두 사람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물증과 함께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장에서 이 부회장을 잠깐 만나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달라. 승마선수 훈련비도 지원해 달라”면서 사실상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이듬해 7월 25일에는 삼청동 안가로 이 부회장을 불러 “승마훈련 지원이 소홀한 것 같다”며 질책하고는 “현 정부 임기 내에 후계 승계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 문화재단(미르) 후원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했다. 1, 2차 독대에 이어 3차 독대 때에도 다시 한번 똑 같은 취지의 요구를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안 전 수석 수첩에는 ▦최씨가 개입된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정부 비판적인 JTBC 보도 방향에 불만 표시 등과 관련한 내용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검 내부에선 “17권의 작성 시기가 조금씩 떨어져 있는 바람에 군데군데 있던 ‘빈 틈’이 거의 완전히 메워졌다”는 평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거의 사초(史草)’ 수준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삼성그룹과 관련한 박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죄 수사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도 이르면 이번 주 후반인 8~10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4일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된 데 대해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닌 수사상 필수 절차인 증거수집 필요에 의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 “현재 상태에선 (그에 상관없이) 대통령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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