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보기] 정두언 "박근혜-최태민, 조순제 밝힌 19금 주인공들" | |
ⓒ 박소영 |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 팟빵 http://omn.kr/ayzm)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정두언 새누리당 전 국회의원
아래는 26일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정두언 새누리당 전 국회의원이 함께한 인터뷰 내용이다.
<색깔 있는 인터뷰>
▲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 |
ⓒ 권우성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주말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이번 사태의 공범들을 집중 추구하는 한편 세월호 7시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여옥 대위에 대한 출국 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방위로 수사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라 볼 수 있는데요.
"글쎄요. 그때 뭐, <TV조선>이 열심히 청와대를 공개했었는데 중간에 흐지부지되더니 저까지 흐지부지... (웃음)"
-최순실 사태와 맞닿아 있는 것 아닙니까?
"네. 뭐, 구체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진 않고요. 언론도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지역 활동은 거의 안 하고 있고요. 새누리당 출신이 요즘 같은 때 어디 가서 환영받겠어요? 백수죠. 책 읽고, 글 쓰고, 방송 출연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2007년 작성된 박근혜 보고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의원님이 박근혜 후보 검증의 컨트롤타워라고 언론에 알려졌거든요.
"사실이죠. 그 일을 할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잠복근무도 하고, 해외 파견도 시키고... 그런 일이 궂은일이고 위험해서 안 하고 피하려고 해서 제가 하게 됐습니다."
-자발적이신 건가요? 요구가 있었나요?
"그런 일은 후보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어요."
-MB(이명박)가 직접 부탁한 건가요?
"제가 할 수밖에 없어요. 부탁을 하고, 말고의 일이 아니죠."
-지금 의원들이 국정조사하면 제보가 하루 만에 1천 6백 개, 2천 개씩 온다고 해요. 당시에도 제보가 많았습니까?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됩니다'하는 사람들이 찾아오죠. 육영재단, 영남대학교, 정수장학회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던 것 같아요. 다들 '강탈당했다'고 주장하거든요. <부산MBC>가 정수장학회 아래 있잖아요. 육영재단도 워낙 운영이 복잡했고, 영남대학교도 두 대학이 강탈당하다시피 해서 만든 대학이라 억울한 사람이 많았던 것 같고요.
그분들의 공통된 생각이 '저분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됩니다'더라고요. 그걸 가져다가 써먹지는 못했어요. 앞서가는 후보이기도 했고, 박근혜 후보 측에서 헌정 사상 가장 심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했죠? 방어 차원에서 한 것이긴 한데... 내용이 너무나 공개하기 불편한 것이 많았어요.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기니까 붙일 수밖에 없게 됐죠."
-2007년 후보 검증 TF를 통해 상당한 내용을 만들긴 했지만, 외부에 알리진 않았던 거네요?
"부분적으로 공개를 했죠. 대통령 동생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가 있었어요. 그걸 구해서 언론에 알렸는데 <오마이뉴스>만 썼어요. 최태민과 박근혜 후보 사이에서 30년 일한 의붓아들 조순제씨가 있었는데요. 당시 그분이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앞으로 탄원서를 냅니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합니다'라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아무 데서도 보도가 되지 않았어요.
이해가 잘 안 가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고요. 박근혜 후보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었어요. 영화도 있잖아요. '메리에겐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는 것처럼 무언가 (박근혜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최태민 일가의 육영재단 개입 의혹. 육영재단에서 만드는 어깨동무라는 잡지에도 개입하고, 그림대회에도 개입했다는 온갖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육영재단의 문제는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나왔지만 조폭도 나오고 굉장히 복잡하더라고요. 이와 관련해서 2007년, 의원님께서 종합해서 들었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었나요?
"(최태민 일가는) 재단을 이용해서 부정하게 돈을 모으는 게 주특기 같아요. 그렇잖아요. 최태민 일가가 박근혜 대통령을 이용해서 재단을 전횡하고, 농단하면서 쉽게 말해선 돈을 빼먹은 거죠. 그런 일을 많이 벌였는데요. 전문가가 되다 보니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까지 온 것 같아요. (최씨 일가가) 일종의 '재단 사냥꾼'인 거죠. 편리하고, 쉬우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요?"
-'(과거) 최태민씨가 불광동 작은 지하방에서 살고 있었는데 육영 재단에 개입하면서부터 엄청난 부자가 됐다'는 얘기가...
"재단에 개입하면서 엄청난 부자가 된 건 아니고요. 재단에 개입해서 돈을 빼도 그렇게 많은 돈은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 기준으로는 엄청난 돈이지만... 아주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가 된 건 재단의 돈도 기여를 했겠지만, 뭉칫돈이었다는 거죠. '박정희 대통령 사후에 청와대로부터 뭉칫돈이 최태민 일가로 흘러갔다'고 표현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하지만, 녹취록상에는 그렇게 나옵니다. 청와대에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잖아요. 최태민씨가 해간 돈을 빼돌려서 일가 재산의 종잣돈이 된 것이죠. 재단에서 빼낸 돈은 오히려 작은 부분일 테고, 뭉칫돈이 큰돈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위탁 관리? 아니면 차명 관리? 이런 개념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씨 일가가 박근혜 대통령의 재산 관리인이었다'는 건데요. 전두환 대통령이 청와대를 장악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생활비로 6억을 줬다는 건데요. 우리가 모르는 박정희 대통령의 숨은 돈이 있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6억은 집무실에 있었던 돈이잖아요. 우리가 자기 재산을 집무실에 둡니까? 집에다 두잖아요. 통장을 집에 두지, 집무실에 두진 않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굉장히 청렴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면 불편해지죠. 18년간 독재자로 군림했기 때문에 재산이 없을 수가 없죠. 재산이라면 주로 동산을 말하는 것이겠죠. 집에 있었던 돈 뭉칫돈이 흘러갔다는 거죠."
-관저에 있었던 돈을 박근혜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가 최태민 일가에 넘긴 건가요?
"구체적인 것은 진술 상에 나와 있지 않아서 얘기하기 위험합니다. 추정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요. 누가 문을 열어줘야 들어갈 거 아니에요. 박근령, 박지만이 (문을) 열어주진 않았거든요. 그렇게 볼 수 있죠."
-억측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한국일보>가 '최순실씨 차명계좌로 독일에서 가진 규모가 10조 원까지도 될 수 있다'는 보도를 냈어요. 독일 검찰이 최씨를 자금 세탁과 관련해서 추적하고 있다고 하는데 연결된다고 보십니까?
"해외에 있는 돈은 국내에서 일부 빼돌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독재정권의 스위스 비밀 계좌가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죠. 그 막대한 돈을 언제 벌어서 보냈겠어요. 해외에 재산이 있다는 건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추정이잖아요. 추정을 전제로 한다면 빼돌린 돈이라기보다 원래 있던 비밀 계좌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하나의 지갑을 썼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래서 연좌제가 나오나' 이런 얘기도 사람들이 하거든요.
"복잡한 이야기 같은데요. 박근혜 대통령은 일상생활을 하지 않는 분이잖아요. 목욕탕을 갑니까? 은행을 갑니까? 속옷이나 화장품을 사러 갑니까? 다 대신 하거든요. 최순실씨가 대신 했겠죠. 일일이 돈을 주면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이죠. 박근령과 박지만이 가족이 아니라 최태민 일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가족이죠."
-박근령, 박지만씨와는 피를 나눈 형제잖아요. 그런데, 이 라인을 쓰지 않고 최태민 일가와 했다는 건 이해가 안 가요.
"오히려 박근령씨는 이혼하고 어렵게 살고요. (박근령 씨한테) '종편에 나오시는 것이 언니에게 부담도 주고, 사람들에게 인상도 좋지 않은데'라고 했더니 '생활비 때문에 (종편에)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박지만씨도 어렵게 살았잖아요. 마약 중독자까지 되어 가면서... 김우중, 박태준씨가 도와서 사업을 하게 된 거죠. 이상해요. 동생들 돌보지 않고, 다른 가족과 한 가족처럼 지내는 건지..."
"박근혜 대통령 순진... 자란 과정 폐쇄적"
-5촌 살인사건 보도가 있지 않았습니까? '신동욱씨가 살해 위협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당시 육영재단 이사장인 박근령씨가 쫓겨난 것'이라고 주장을 하죠?
"쫓겨나기도 했고, 운영을 부실하게 했어요. 박근령씨도 사회생활에 잘 적응을 못 하는 사람이었어요. (육영재단이) 파산 직전이었죠. 박지만씨 부인이 개입해서 정상화시키면서 다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당시 5촌 조카 살인사건 문제를 박근혜 보고서 때도 들으셨나요?
"신동욱씨가 계속 공격을 하잖아요. 대통령도, 박지만도, 부인도 공격하고... 골칫덩어리죠. '저걸 어떻게 제거해야 할 텐데'하는 과정에서 그런 사건이 생기지 않았나. 구체적으로 얘기는 들었지만, 밝히지 못하고요. 그 살인사건은 경찰이 밝힌 것과 다르다고 생각해요. 체구가 작은동생이 체구가 큰 형을 찌르고, 죽은 형을 두고, 자기는 산에 올라가서 자살하잖아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 사건은 정말 다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죽음 자체도 억울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잖아요. 결국은 신동욱, 박근령, 정윤회, 5촌들이 개입해있고 소설도 아니고 말이죠. 살인 사건 하나가 일어나면 치밀하게 수사해서 발표하는데 이 사건은 대충 마무리 지었어요.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 같아요."
-2007년 후보 검증 때도 이 제보를 받으셨나요?
"아뇨. 이건 취임 이후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 후에 이야기를 들었죠."
-처음 (박 대통령 5촌 살인 사건) 얘기를 들을 때는 언젠가요?
"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을 찾아와서 이 내용에 대해 소상히 얘기합니다. 그리고 며칠 있다가 죽었거든요."
-2013년, 2014년 이때 들으셨나요?
"네. 사건이 나고 나서... 그 사람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박근혜 일가와 가까운 사람인데 그 사람에게 (죽은 사람이) 다 털어놓죠. 녹취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모르겠어요."
-정윤회씨가 '110억 원을 (박근혜의 5촌 조카들에게) 주기로 했는데 안 줬다'는 얘기도 나와요.
"신동욱씨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잖아요. 그런데, 미수에 그쳤거든요. 사실이라면 살인미수잖아요. 얼마나 커요. 그걸 사주한 사람도 있을 테고요. 위험한 일을 벌인 거죠. 그게 밝혀지면 큰일 나죠. 그래서 생긴 일이 아닌가."
-보도에는 사주한 사람이 ○○○으로 나와요.
"저도 그것에 대해서는 추측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주셨어요. 조순제씨 이야기를 해볼게요.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셨죠?
"다른 사람이 인터뷰를 하고 저는 그 결과를 보고받았죠. <TV조선>에서도 나왔고, 중요한 얘기는 나왔어요. 기저에 깔린 이야기들이 충격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듣기에 불편한 이야기가 많아서 충격이라면 충격이 될 수 있겠죠."
-지금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19금 내용이 무엇인지 이제는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있어요.
"그걸 어떻게 방송에서 밝힙니까.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라 그것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 할 수 없잖아요. 대통령도 과거 사생활이 있을 수 있고요. '정두언은 냄새만 풍기고 밝히지 않는다'고 어떤 여자가 욕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청렴한 분으로 보고, 들판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서민 대통령으로 알고 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도 '국가와 결혼했다'고 밝혔기에 많은 분들이 성직자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의원님이 '아이들이 보기엔 불편한 내용이 담겨있다', '야동이 나와야겠느냐', '19금이다'라고 하니까 국민들이 '우리가 알던 진실이 깨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환상을 가지다 깨지면 불편해져서 얘기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한데요. 사생활이고, 사태 본질과 직접적 관련성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사생활 따지고 들어가면 하늘 아래 떳떳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가 19금이라는 거죠?
"결국, 그런 얘기죠."
-핵심은 이 관계, 돈 문제도 같이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연상이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요. 제가 이제 참... 표현하기가 힘든데요. 박근혜 대통령께서 순진한 거죠. 자란 과정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게 폐쇄적이었잖아요. 경호 속에서 학교를 다니고, 세상 물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고, 순진하다 보니 형편없는 사람들한테 이용당한 거죠. 결국, 국가까지 이용당해 버리니까 이 사태까지 온 건데 개인적으로 보면 안 된 분이죠."
-'순진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의 꼬임에 넘어가서 박정희 대통령 사후 통치 자금을 통째로 넘기고, 19금 관계에도 놓인 것이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의 딸인 최순실씨에게 권력이 간 것'이라고 봐야 하나요?
"맞습니다. 최태민, 최순실은 알다시피 형편없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순진하게도 평생 그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산 건 맞잖아요. 이 사람들한테 박근혜 대통령은 '봉'이죠. 부자가 되고, 돈을 편취할 수 있으니 한편으로는 잘 떠받들기도 하고요.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 최순실의 말을 예언처럼 믿는 겁니다. 실제로 대통령이 되기도 했잖아요.
러시아에 라스푸틴이 있고, 고려 시대에는 신돈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권력까지는 못 갔지만, 권력을 만들어낸 거예요. 역사상으로도 염력이 대단한 거죠.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은 예언자처럼 믿는 겁니다. 얼마 전 공개된 육성 녹음을 보면 최순실 말을 탁탁 막고 그러잖아요. 그런 부분도 이해가 안 가는 거죠. '저 사람 말대로 하면 뭐가 되겠구나'하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는 거죠. 한쪽으로는 시녀이면서도 한쪽으로는 신앙의 관계였던 것 같아요."
-2007년에도 종교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최태민씨가 사이비 교주였잖아요.
"육영재단이 어디 있는 줄 알죠? 어린이대공원 안에 있어요. 거기에 근화원이라는 예배당이 있어요. 그 당시 거기서 예배를 봅니다. 최태민이 설교하고, 박근혜 영애는 거기 앉아있고요. 이상한 분위기잖아요. 불편한 표현이지만 사교 집단 같은 분위기를 풍기잖아요."
-'과거의 관계가 있더라도 현직 대통령이 되면 과거의 일은 끊고 대통령다운 면모를 보내야 하는데 지금도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대통령까지 됐으니 다음 목표가 있을 수도 있죠. '통일 대통령'일 수도 있고, '아시아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겠죠. 이 사람들의 말을 들어서 대통령이 됐는데 더 말을 잘 들으면 더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중국에 접근을 많이 했고, 북한이 망한다는 발언을 직접 했거든요. 통일에 밀접한 관련을 가진 나라가 중국이잖아요. 중국을 가까이하기도 했고, 다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최순실씨가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죠. '언니는 그냥 대통령이 아니라 통일 대통령, 아시아 지도자가 될 겁니다'라고 할 수도 있죠. 저라도 믿겠어요. 누가 저 대신 사주를 보러 갔는데요. '이 사람은 12년 동안 하던 직업을 그만뒀네요'라고 하니까 그다음부터 모든 걸 믿어 버리는 겁니다. 저라고 얘기하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맞아 버리면 그다음 이야기는 믿게 되거든요. 대통령까지 됐으니 다음부터는 그냥... 순진한 분이죠."
"자신에 대해 반대하면 유승민처럼 쫓아 버리고..."
-특검이 2007년 박근혜 보고서를 입수했다는 거잖아요. 의원님께서 주셨어요?
"특검은 개인적으로 만났다니까요. 그 사람이 그동안 좌천돼서 고생하고 있었잖아요. 모처럼 서울에 올라와서 중책을 맡으니 '열심히 잘하라'. 윤석열 검사가 굉장히 멋있는 분이거든요."
-언제부터 (윤 검사와) 친하셨어요?
"저를 수사했잖아요. (웃음) 직접 수사는 아니어도 선임 과장이었죠. 수사를 받다 보면 그런 관계가 성립이 돼요. 원수인데 '저 친구 되게 멋있다'라고 느낄 수 있어요. 멋있는 검사더라고요. 제가 무죄 받긴 했지만, 저는 (윤석열 검사를) 멋있게 본 것 같아요. 그래서 형, 동생 하면서 친해졌죠. 그렇게 술 한잔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거죠."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당장 현안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과거 일은 알지만, 지금 일과 연관될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배경을 가지고 당신이 접근해야 빠른 시간 내에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했죠."
-'지금 내용만 가지면 수박 겉핥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뿌리를 잘 봐야 한다'는 거네요.
"뿌리부터 다 수사하란 말은 아니고, 참고하라는 건데 뿌리부터 수사한다고 하더라고요. 시간상으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윤석렬 팀장은 의지가 상당하시던가요?
"그때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칼잡이 중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칼잡이니까 자기가 바로 잡아야겠다는 건 바로 잡겠죠."
-의원님이 꾸준히 주장하셨던 얘기가 '왕정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건데요. 어찌 보면 오늘날 벌어지던 이 행태를 주목하셨기 때문인가요?
"대통령을 군주로 보는 사람이 많았던 거죠. 대통령이 군주로서 군림할 수 있는 배경은 대통령을 군주로 생각하는 신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주고받는 거죠. 그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린 건데요.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 이해가 안 가잖아요. 어떻게 저렇게 황당한 일을 벌일 수 있는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마음만 먹으면 굴지의 세계적인 대기업에서 돈을 몇 백억 씩 가져다주고요.
견제받지 않은 절대 권력은 절대 망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생긴 거죠. 박근혜 대통령은 왕조시대 권력관을 가지고 있고, 그걸 절대적으로 휘두르고, 반대파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반대하면 유승민처럼 쫓아 버리고, 결국은 자신을 해치는 거죠. 자기한테 이롭지 않은 거죠. 반대파를 인정하고 비주류를 배려해서 견제받고, 비판받으면서 자기가 안전한 건데 다 없애버리면 무소불위가 돼서 겁 없이 가다가 망해버리죠. 절대 권력자들이 다 그렇게 되잖아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쫓아낸 것도 최순실씨 의견일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죠. 쫓아낼 때 유승민 편을 들어서 저항한 것이 저인데 유승민만 대권 주자가 되어 있더라고요. (웃음) 대통령이 직접 건들면 대권 주자가 되는 겁니다. 제가 이명박 정부 때 얼마나 많이 비판했습니까? 유승민이 한 것의 10배는 비판하고, 정책도 바꾸고 그랬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저를 직접 공격하지 않았거든요. 다른 사람을 데리고 사찰하고 그랬죠. 이명박 대통령이 저를 건드렸으면 대권 주자가 돼서 입에 오르내리고 있겠죠."
-'최순실 씨가 공천에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최순실의 존재를) 다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다 몰랐을까요?
"최순실의 존재는 다 알죠. 구체적인 힘은 몰랐을 수도 있고요. 살생부 파동이 있었잖아요. 이번 공천 때 살생부 파동에 맞춰서 진행이 됐어요. 그 살생부도 최순실 쪽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위 친박들은 부역자들이란 소리를 듣는데요. 엽기적인 저질 정치를 했었죠. 그건 보수도 아닙니다. 독재를 옹호하는 것이 무슨 보수입니까?
나는 그런 걸 가지고 보수 정당이라 말하는 언론을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우파 정당 내지는 극우 정당이라 불려야 맞는 거죠. 탈당을 해서 나왔는데 그 사람들이라고 책임이 없습니까? 도긴개긴일 수 있죠. 남아있는 사람들과 달리 참회와 반성을 하고, '우리가 책임이 있다. 잘해보겠다'고 해야지. 새로운 신당이 되는 거지. 안 그러면 새누리당 시즌2가 되는 거죠.
거기서 자리도 하고 그럴 거 아닙니까? 지금 9차까지 온 촛불 민심은 정치권에 반영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런 게 안타깝죠. 새누리당이 참회와 반성을 하고, 누가 보기에도 '저기는 보수신당이라 믿어도 되겠다'고 할 때 소위 말하는 반기문씨도 몸을 담으려고 하지 않겠어요?"
-인명진 목사가 새누리당 개혁을 주장합니다. '나간 사람들이라고 떳떳하냐. 똑같다'고 하거든요. '새누리당 혁신해도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인 목사님은 새누리당 해체를 주장하셨던 분이에요. 그러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으시는데 그분도 제가 보기엔 사차원이에요. (웃음) 좌충우돌하시는 것 같아요. 옛날부터 좀 그러셨어요. 모르죠. 새누리당을 정말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지금까지 친박의 행태를 봤을 때 인 목사가 그런 역할을 하면 갖은 방해를 할 겁니다."
-새누리당 31명이 탈당하는 것이죠? 기존에 탈당하신 의원님들과 같은 당을 하게 되는 건가요?
"저희들은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준비를 많이 했으니 같이 갈 수밖에 없는데요. 반기문 총장이 귀국해서 신당과 손을 잡는다면 추가 탈당이 이뤄지겠죠. 신당이 2당이 될 수도 있겠죠. 신당이 (새누리당) 시즌2밖에 안 되면 반기문 총장도 괴로울 겁니다. 신당과 손을 잡아도 힘이 부치죠. 그러면 국민의당까지도 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오겠죠."
"존재감 보여준 반기문... 세다고 볼 수 있는 것"
-반기문 사무총장 경우 귀국을 앞두고 <시사저널> 보도가 나왔어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건데요. 아니라고 부인한 상황입니다. 당시 검찰 수사 내용에는 이른바 내사 보고서에 남아 있다는 거예요. 이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본격적인 대선이 시작된 거죠. 팡파르가 울린 겁니다. 반기문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거죠. 세게 공격이 시작된 겁니다.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쪽에서 네거티브를 하거든요. 반기문이 세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걸 어떻게 헤쳐나가는 지가 반기문이 해야 할 몫인데요. 그걸 검증이라 말하잖아요. 반기문 씨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대선이 짧아서 검증 기간이 휙 지나갈 수도 있죠. 그게 1년을 끌면 한 번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허약할 수가 있는데요. 선거가 볼 때 5월 말이면 할 것 같거든요. 검증할 시간이 충분치 않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정치판에서 검증된 바가 없는데 일약 스타가 돼서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게 바람직한 정치 문화일까요?
"우리나라는 정치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폐단이 있어요. 교육도 마찬가지잖아요. 교육 얘기 나오면 다 전문가처럼 한마디씩 하잖아요. 정치는 전문적인 분야죠. 김형준 명지대 교수 주장에 의하면 '정치를 시작해서 평균 15년 정도 고생을 해야 대권을 잡을 수 있다'고 하거든요. 그만큼 우여곡절을 겪고, 풍파를 겪으면서 강해지고, 팀워크를 만들어서 가는 건데요. 반기문 총장에게는 그런 게 없는 거죠. 그런 게 없이 대권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퀘스천 마크가 있는 거죠."
-(보수신당이) 검증 없이 (반기문 총장을 대권 후보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지금이 대안이 없어서 불가피하죠."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지율이 미미하고, 국민적 지지율이나 인지도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유승민은 아직도 역부족이죠. 인지도가 우리끼리는 얘기를 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도 그게 미치려면 많은 시간과 스토리텔링이 필요해요. 점심때 나가서 '우리나라 국무총리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어보세요. 두세 명밖에 모를 겁니다. 우리에겐 유명하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총리가 누군지도 모르고, 뭐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지지도가 먹히려면 많은 시간과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해요. 반기문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이란 스토리텔링이 있고, 유승민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덤빈 스토리텔링이 있는데요. 그게 감동을 줘야 스토리텔링으로 역할을 하잖아요.
반기문 총장은 촌스러운 스토리텔링이에요. 우리나라는 유엔 사무총장이면 세계 대통령인 줄 알아요. 유엔 사무총장은 사실 제3세계에서 뽑잖아요. 미국 대통령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대통령이라고 촌스럽게 생각하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 깨질 텐데 시간이 없어서 그 사람한테 다행인 것이고요. 유승민도 정치하면서 스토리텔링이 허약하죠. 과거 권력을 잡은 사람들을 보면 스토리텔링이 탄탄합니다. 박근혜, 이명박, 삼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도 마찬가지고요."
-대선에서 후보가 없기 때문에 반기문 총장을 앉혀서 가야 한다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정치 아닙니까?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정답이 없는 거예요. 보기는 있는데요. 옛날에는 '아니야. 박근혜야', '아니야. 문재인이야'였죠. 지금은 그런 열광이 없어요. '둘이 나왔으니 하나 골라야겠다'는 정도죠. 정답이 없는 대통령 선거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할 겁니다. 대통령제의 수명이 다해간다는 얘기죠. 군주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이 나오기 힘들죠."
-친문과 친박을 제외한 개헌을 매개로 한 제3 지대 연계론이 여의도 안에서 핫한 이슈인데요. 어떻게 보자면 정치권의 목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국민의당까지 합해서 하나의 연대 전선을 만들 수 있을까요?
"개헌은 현실 가능성은 없죠. 시간상으로 없는 건데요. 다만, 연대나 연정을 할 수 있는 매개체로는 가능한 것이죠. 볶아 내는 명분으로 쓸 수 있겠죠. 그런 역할을 여러 사람이 하고 다니더라고요. 연정을 하고, 연대를 하려면 몫을 나눠야 하는데 그럼 개헌밖에 없잖아요. 선거에 이긴 다음에 몫을 어떻게 나눌지를 얘기하겠죠."
-중요한 건 개헌의 방향인데요.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은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원내 정당이 5개가 되는 거거든요. 교섭 단체로 하면 4개로 압축되지만요. '차라리 다당제 시스템이라면 내각제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있어요. 어떻게 보시나요?
"그렇죠. 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반영할 정당이 여러 개 있는 것이 맞고요. 일방적인 강 대 강으로 가는 것보다는 타협과 협상을 하는 것이 정치 효율성에서 봐도 맞다고 생각되는데요. 내각제로 가는 건 국회로 권력이 간다는 거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회에 대해 부정적이잖아요. 국회의원 하면 XXX잖아요. 국민들이 이걸 받아들이지 않죠. 그게 문제입니다. 내각제가 이뤄지려면 국회나 국회의원들의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여건이 안 돼 있죠. 그런 딜레마가 있습니다. 대권 주자가 반대하면 내각제 개헌이 불가능한 이유가 국민 지지가 없어서죠."
-특검이 수사 속도를 빨리 내서 헌법재판소 결정이 이른 시간 내 종결할 것이란 기대가 있는데요. '헌재에서는 대통령의 뜻이 완강해서 이걸 고려해서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이 그만두는 시점에 마무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어요. 어떻게 보시나요?
"물론이죠. 박한철 소장 개인적으로는 임기 내에 끝내고 싶겠죠. 아무리 봐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요. 노무현 대통령 때는 사실을 인정했는데, 지금은 부인하고 있어서 다툼이 생깁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3월 중순쯤 마무리되겠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얘기를 하셨는데요. 반 총장의 의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요. 그분이 '개혁 보수신당으로 간다'는 말은 없잖아요.
"결국 선택을 하게 되면 그렇게밖에 못하겠죠. 국민의당으로 가겠습니까? 친박 당으로 가겠습니까?"
-앞서 의원님께서 '(보수신당이) 새누리당 시즌2가 되면 반 총장도 어디로 갈지 난감할 것'이란 말씀을 주셨는데요. 벌써 자리다툼이 있나요?
"벌써부터 누구 파, 누구 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기자들이 인터뷰해보면 은근히 서로를 비난하고 비판하고... 선도 탈당파는 현역이 한 명이고 남 지사(남경필) 있고 그러긴 하지만요. 우리는 정말 직접 민주주의를, 촛불 민심을 반영하려는 정치 구조를 생각하고요. 서열이나 이니셔티브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격의 없이 보좌관들과 똑같이 대화해왔거든요.
그런 정신으로 신당이 해나가면 좋겠어요. 과거 구습에 젖어서 간다면 정말 희망이 별로 안 보이죠. 생각해보세요. 새누리당이 집권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새누리당 출신이 나와서 집권한다면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죠. 창당 직전까지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가 새로운 당의 존립 근거와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고요. 반기문 총장도 연관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김무성 전 대표 얘기를 하시는 거죠?
"거기에 개개인을 얘기하기는 불편하고요. 맞지 않는 사람이 있죠. 그런 사람들 때문에 빛이 바래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에게 '나가달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요. 반기문 총장이 '선택지는 이거밖에 없다'고 하면 과거 이회창이 윤여준을 통해서 엄청난 개혁을 한 적이 있잖아요. 다 몰아내 버렸잖아요. 그런 과감한 칼질 내지는 개혁을 하면서 새 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 자기도 국민들에게 각인이 되고, 신당으로서의 모습도 확실히 자리 잡을 것이거든요.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죠."
-'개혁적 보수 신당은 반기문 총장과 유승민 전 대표가 공정한 경선을 치르겠다'는 포맷으로 간다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는 누가 될까요?
"누가 될 것 같지는 않고, 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새누리당은 결국 영남당으로 찌그러들어서 시간이 지나면 소멸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 기대도 안 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영남 자민련?
"그런 식이죠. 실제로 열린우리당이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없어졌거든요. 거기 있는 분들은 참 대단해요. 제가 김종인 대표에게 물어봤어요. '자유당 때도 저런 식의 정치를 했었나?'라고 물었더니 '그때도 저런 정치는 안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이 시대에 그런 정치를 하는지 대단한 분들이에요."
-한국 정치가 이번에 큰 판에서 대수술을 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고 봐야 할 텐데요. 만약 개혁적 보수신당이 보수 정당을 하면 대한민국 최초의 실험 아니겠어요?
"억지로 나눠서 다시 정리하면 수구 좌파가 있고, 친박의 수구 우파가 있고, 그 사이에 중도 좌파, 중도 우파로 나뉘면 국민이 선택하기 좋아지겠죠. 정치 선진국들이 가고 있는 다당제의 형태이기도 하고요. 그러려면 중도 우파 신당이 확실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을 했는데요. 얘기를 들어보면 추상적입니다. 구체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제가 2009년에 쓴 책이 있어요. '한국의 보수, 비탈에 서다'. 진짜 비탈에 서 있잖아요. 보수의 지향 가치에 대해 10가지 정도 책에 쓰고, 덕목도 쓴 적이 있어요. 요약하면 그런 거예요. '자유를 중시할 것이냐, 평등을 중시할 것이냐', '성장을 중시할 것이냐, 복지를 중시할 것이냐', '시장을 중시할 것이냐, 정부를 중시할 것이냐'를 보고 잘 배합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걸 배합해서 잘 얘기를 해야 하는데 보수 얘기만 하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온 게 없어요.
'유승민이 새누리당 정체성과 안 맞는 인간'이라고 비판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새누리당 정강 정책을 보면 유승민 얘기가 바로 그 얘기입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정강 정책을 본 적도 없고 볼 생각도 안 해요. 그리고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실하면 (새누리당과) 정체성이 맞는 것이고, 아니면 안 맞는다는 거죠. 세상에 그런 엽기적인 저질 정치가 어디에 있어요.
친박들이 모임을 만들었는데 '혁신과 통합'이라고 했잖아요. 구태와 배제를 일삼는 사람이 이름을 그렇게 지으니 너무 웃긴 것 같아요. 조폭들이 모여서 '착하게 살자'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자는 것과 같은 거죠. 뻔뻔해도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나. 사람이 양심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까 싶어요."
"정치권에 촛불민심 반영돼야 하는데... 안타깝다"
-'이번 대선이 정책과 노선이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의원님이 판단하시기에 꼭 다뤄야 할 지점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통합인 것 같아요. 우리 정치도 적을 포용하고, 연정까지도 가능하게 해야 해요. 그걸 요새 협치라고 얘기를 합니다만, 링컨 대통령이 그런 걸 보여줬잖아요. 적들을 다 끌어들여서 최강의 내각을 꾸렸잖아요. 적을 포용하고, 인정해주고, 그런 정치를 헌정사에서 새로 해내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거죠. 저는 그런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보면 그렇잖아요. 노무현 대통령 때도 청와대에 여당 사람들만 불러서 밥을 먹어요. 야당 사람과도 밥을 먹지.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때도 그렇고 자기편들끼리만 밥 먹고 그래요. 진정한 정치 선진국이 되려면 그렇게 해선 안 되죠. 대통령이 일일이 야당에 전화도 하고, 밥 먹으면서 설득하고, 국무회의는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거기서 설득이 안 되면 링컨은 밤에 장관집에 찾아갑니다. '아까 주장한 걸 받아들여 달라'고 해요. 안 받아들여지면 '좋다. 그럼, 내가 당신들 의견을 받겠다'고 하니까 처음에는 링컨을 다 무시했어요. '어디 촌놈이 와서 옷도 이상하게 입고 다니고, 무슨 지도자냐'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진정한 지도자다'라고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거든요. 막강한 내각이 되는 거죠. 우리나라는 언제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고, 전화하고, 국무위원과 밥을 먹어서 설득하고 그랬습니까? 그런 사람이 나올 때가 됐죠."
-이번 대선, 누가 제일 유력하다고 보시나요?
"저는 그런 얘기하는 게 제일 별로예요. 아까 말했듯 정답이 없는 대선이라 그랬잖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아, 이 중에서 누가 되면 우리나라가 굉장히 좋아지겠다'는 희망이 안 보이잖아요. 보이세요?"
-저는 누구 한 사람에게 의존할 수 없는 정치 지형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포인트를 보고 있는데요. 하나는 9주차가 됐는데도 그 수많은 인파가 광장에 나온다는 것. 또 하나는 의원들이 국정조사에서 준비한 내용 20%도 못한다고 해요. 이완영 의원이 거짓 증언을 하는 순간 고령 향우회 사진 쫙 뜨잖아요.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 집단지성으로 갈 수밖에 없는, 직접 민주주의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거죠. 혼자 주도할 수 없는 판이 됐다고 생각이 돼요.
"정당 구조도, 정치 시스템도 그렇고, 숙의 민주주의가 반영되도록 바뀌어야 하고요. 그전에 정치하는 사람들 의식 구조가 바뀌어야죠. 선도 탈당파들은 스페인 포데모스나 이태리 운동을 공부 많이 했어요. 그렇게 우리나라도 가게 될 것이고요. 먼저 가는 사람들이 유리하겠죠."
-의원님이 '포데모스 모델 한국에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어요.
"구체적으로 생각했던 게요. 법안 발의도 지금은 정부와 국회만 할 수 있잖아요. 이젠 지방자치단체도 법안 발의할 수 있고, 국민들도 발의할 수 있게 하자는 안을 만들어냈죠. 그게 촛불민심을 반영하는 정치권의 변화인데요. 지금은 그런 게 잘 안 보이죠."
-시간이 지나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정유라가 역린이다'라는 말이 많은데요. 정유라씨와 관련해서도 2007년 보고서 작성 당시 의혹이 있었나요?
"그때는 없었고요. 그때는 (정유라씨가) 어렸을 때 얘기겠죠. 어제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검찰 같은 사법기관에서는 가족을 같이 구속시킨 적은 관례상 없거든요. 엄마가 구속되면 딸은 불구속시키는... 특검에서는 정유라를 데리고 오려는 모양인데요.
망명설까지 나오고 복잡합니다. 정유라가 무슨 키(Key)를 쥔 것처럼 돼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정유라가 안 들어오면 검찰이나 특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것 같아요. 국제사법상 현지에서 '우리가 수사하겠다'고 나서면 복잡할 수 있어서 예단하기 힘든 상황 같아요."
-끝으로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하시죠.
"촛불민심으로 나타난 성숙된 시민의식, 시민운동이 정치권에 반영돼서 정치권에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안타깝고요. 제가 밀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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